배진웅, 성실함은 '존재감'을 만든다 [인터뷰]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2020. 3. 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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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메기역으로 출연한 배우 배진웅이 스포츠경향을 찾았다. 오는 19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범죄극이다./박민규선임기자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 성실함은 ‘존재감’을 만든다. 배우 배진웅을 보면 알 수 있다.

“연기를 시작한지 10년이 됐어요. 20대 후반부터였죠. 돈벌이가 없는데도 계속 연기를 놓지 않는 제가 주변 사람들은 의아해했나봐요. 아르바이트를 하던 뭐를 하던 연기의 끈을 잡고 있다는 게 말이죠. 이젠 그들이 절 보면 그렇게 말해요. 야, 그래. 너 진짜 대단하긴 하다! 하하하.”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속 배진웅, 정우성, 정만식.

배진웅은 최근 개봉한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서 칼잡이 ‘메기’ 역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데뷔 10년 만의 일이었다.

“연기, 잘 선택했어요. 아직도 재밌으니까요. 원래 꿈도 아니고 인생의 원대한 목표도 아니었지만, 절 의아하게 보는 시선들 속에서 조금씩 계속해서 단계를 밟아오니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만족합니다.”

배진웅은 ‘스포츠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개성 있는 외모로 배우의 길을 걸어오는 마음, 연기에 대한 애정, 전도연·정만식을 향한 고마움 등을 전했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메기역으로 출연한 배우 배진웅이 스포츠경향을 찾았다. 오는 19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범죄극이다./박민규선임기자

■모델 꿈꾸다 단역으로, 그리고 신스틸러로

처음엔 모델을 꿈꿨다. 길쭉길쭉한 팔다리와 큰 키로 런웨이에 서기엔 충분했다.

“모델에 관심이 있었어요. 하지만 평가 받길, 유럽에 가야하는 스타일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던 중 아이돌 연습생 후배와 치킨을 먹다가 헤어졌는데, 그 친구 연기 선생이 우연히 제 사진을 봤나봐요. 절 궁금해하더라고요. 그렇게 처음 만났고, 연기를 시작하게 됐어요. 첫날이 기억나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재밌더라고요.”

하지만 꿈을 꾼다고 세상이 녹록하진 않았다. 전공도 하지 않았고 늦은 나이에 시작한 터라 비빌 곳이 없었다.

“처음 오디션을 보고 떨어졌을 땐 솔직히 큰 실망도 없었어요. 아예 경험이 없었으니까요. 대신 늘 현실적인 목표를 잡으려 노력했죠. 2012년 영화 ‘몬스터’ 오디션에 합격하고 단역을 맡았을 때부터 ‘올해 한 작품 했으니, 내년엔 두 작품 해보자’라고요. 힘들 때도 많았지만 좌절하고 포기하려 하면 ‘열심히만 하면 넌 될 것 같아’란 희망적인 얘기를 듣고 그런 결과물이 손에 쥐어지다 보니 놓을 수가 없겠더라고요. 감사하게도, 제가 목표한 대로 일이 흘러가기도 했고요.”

일상에서도 부단히 노력했다.

“생활고로 힘들어지면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돈이 생겨도 펑펑 쓰지 않고 아꼈고요. 그러면서도 주위엔 가난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지 않아 커피 한 잔이라도 제가 사줄 수 있을 때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독립, 단편, 상업영화 가리지 않고 오디션을 보고 필모그래피를 늘려갔죠.”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메기역으로 출연한 배우 배진웅이 스포츠경향을 찾았다. 오는 19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범죄극이다./박민규선임기자

■“전도연, 카리스마와 따뜻함 모두 갖춘 배우”

인내하던 끝에 인생캐릭터를 만났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정만식의 부하 ‘메기’로 나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시사회 끝나고 전도연 선배가 ‘너 임팩트 있게 나왔더라’며 축하 문자가 왔어요. 영화 후기를 봐도 감사하게 제 얘기가 있었고요. 저도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까 하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후기에 소심하게 ‘좋아요’ 하나씩 눌러주고 있답니다. 하하.”

영화에서 함께한 정만식, 전도연의 그에겐 ‘힘’이었다.

“정만식 선배는 ‘대장 김창수’에서도 호흡을 맞췄었어요. 당시에도 제가 선배의 부하로 나왔죠. 인연인가 봐요. 하하. 선배는 저에게 조언이 아닌 제안을 해줘요. ‘연기 이렇게 해’라고 하지 않고, ‘이러면 어때?’라고요. 또 제가 생각한 아이디어를 정 선배가 좋다고 해주면 더 확신이 생기더라고요.”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메기역으로 출연한 배우 배진웅이 스포츠경향을 찾았다. 오는 19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범죄극이다./박민규선임기자

전도연도 마찬가지였다.

“포스와 카리스마가 넘치는 배우잖아요. 하지만 개인적으론 편한 느낌이 들어요. 식사할 때도 제 얘길 잘 들어주고 ‘그렇게 해봐, 괜찮을 것 같은데’라며 응원도 해줘요. 현장에선 정말 프로고요. 워낙 걸출한 내공이 있지만, 감독의 연출력을 믿고 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영화 전체를 보는 선배의 마음가짐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요. 한번은 저와 붙는 장면에서 다쳤는데, 전혀 티내지 않고 오히려 제가 놀랐을까봐 ‘난 괜찮아’라고 하더라고요. 귀감이 됐죠.”

좋은 선배들과 함께한 현장은 그에게도 긍정적인 자극이 됐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물으니 바로 대답이 튀어나왔다.

“캐릭터로 기억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 얼굴이 사실 평범친 않잖아요? 하지만 매 작품마다 캐릭터로 기억해주는 팬을 만날 땐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물론 이름이 알려지면 좋겠지만, 일상에선 못 알아봐도 캐릭터론 단번에 알아보는 그런 사람이 됐으면 합니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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