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80년 넘게 나일론을 전투복 소재로 사용하는 이유
[남보람의 전쟁 그리고 패션-146] 나일론(Nylon) 그리고 전투복_하
1. 나일론을 상업화하라
우연한 사건으로 발견한 나일론에서 상품성을 읽은 듀폰사는 여기에 사운을 걸기로 했다. 나일론의 원료인 슈퍼폴리머와 관련된 모든 물질, 공정 등에 특허를 출원하고 상품 개발을 위한 여러 개의 팀을 발족했다.
그러나 생각처럼 일이 쉽게 되지는 않았다. 1931년으로부터 3년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반복 실험으로 수많은 샘플을 만들었으나 내구성, 내화성이 약해 돈 주고 팔 정도는 안 되었던 것이다.
마침내 상품화할 정도의 성과가 나온 것은 1934년이었다. '나일론 66염'이라고 부르는 원재료(중합체)를 가열해 길게 뽑아냄과 동시에 알코올, 물 등에 통과시키고 이후 '건조-방사-연신-열고정'을 거치는 안정적 공정이 확립됐다. 1935년 7월부터는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는 데 주력했다.

2. 스타킹, 양말에서 낙하산까지
듀폰은 1938년 델라웨어 시포드에 첫 번째 나일론 공장을 세웠다. 같은 해 9월, 특허 및 상표 등록 문제가 해결되자 대대적인 광고와 홍보를 시작했다.

나일론 상품화의 첫 타자는 스타킹, 양말이었다. 시장조사팀이 나일론 소재의 특성과 소비자 요구가 만나는 지점이 스타킹, 양말이라고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시험 삼아 나일론 양말 시제품을 공장근무자 가족에게 시판했는데 3시간 만에 준비했던 4000족이 모두 동났다. 듀폰은 실크, 인조견사가 지배하는 섬유 시장을 나일론이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3.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나일론의 운명
듀폰은 원래 전쟁 기업이었다. 1802년에 탄약 등 전투 물자를 미군에 납품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1941년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참전을 결정했을 때 듀폰은 이미 판세를 읽고 군사 물자 납품 전쟁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섬유 쪽에서 듀폰이 눈독 들였던 것은 '실크'이다. 듀폰 전략팀은 실크가 제2차 세계대전 향방을 가를 주요 소재라고 봤다. 공군의 도약 때문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각국은 경쟁적으로 공군력을 키웠다. 공군 성장에 따라 탑승자 보온복, 대공포판, 낙하산 등의 소요가 크게 늘었는데 그 소재가 주로 실크였다. 당시 낙하산 하나를 만드는 데에 약 65㎡의 실크천이 필요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실크가 필요했을지 상상해보라. 그뿐이랴. 한 대에 10명 타는 B-17 폭격기 총 생산대수(제2차 세계대전기)는 자그마치 1만2731대였다. 아마 세계의 모든 실크가 군대로 들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듀폰은 이런 수요를 예상하고도 실크를 확보하지 못했다. 실크 주산지인 극동 일대를 적국인 일본이 점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듀폰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때마침 듀폰은 나일론을 갖고 있었다. 나일론은 실크의 장점을 두루 갖췄으면서 대량생산도 할 수 있었다. 듀폰은 스타킹 및 양말류 생산라인을 여차하면 전시 물자 생산라인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진주만 폭격을 계기로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 개입했고 전쟁 선포와 동시에 듀폰은 모든 나일론 생산 공정을 전시 체제에 맞게 전환했다. 듀폰의 나일론은 피복류뿐만 아니라 주요 무기, 장비 소재도 대체했다. 군복, 철모피, 총기끈, 낙하산, 타이어코드, 밧줄, 연료통 등 나일론이 들어가지 않은 것을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남보람 군사편찬연구소 연구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LNG船 대박' 현실로..중동서 50여척 추가수주 기대
- 삼성전자 기업가치 세계 18위..1년새 10계단↑
- 롯데백화점 MD가 디자인부터 직접 기획한 선글라스 화제
- [이렇게 만들죠] 주방랩(위생랩/크린랲) 제조과정
- SK C&C "중장년퇴직자·경단녀, 디지털 전문가 꿈 이루세요"
- 강경준, 상간남 피소…사랑꾼 이미지 타격 [MK픽] - 스타투데이
- AI가 실시간으로 가격도 바꾼다…아마존·우버 성공 뒤엔 ‘다이내믹 프라이싱’- 매경ECONOMY
- 서예지, 12월 29일 데뷔 11년 만에 첫 단독 팬미팅 개최 [공식] - MK스포츠
- 이찬원, 이태원 참사에 "노래 못해요" 했다가 봉변 당했다 - 스타투데이
- 양희은·양희경 자매, 오늘(4일) 모친상 - 스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