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구 힘내라" 564만원 기부한 중국동포맘들

이유지 2020. 3. 1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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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간 564만원 모아…직장맘ㆍ전업맘ㆍ알바맘들 “한국 돕자”

일부 ‘낙인찍기’에도 “이해한다, 선행 이어가면 인식 바뀔 것”

‘중국동포맘들’ 이름의 대구 계명대 동산의료원 기부증서

최근 온라인 상에서 한 기부증서 사진이 급속히 공유되며 화제가 됐다. 기부자명은 ‘중국동포맘들’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대구 계명대 동산의료원에 564만원을 지난 3일 기부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동포(조선족)라는 단어에 누리꾼들은 반신반의했다. 정말 중국동포맘들일까. 혹시 조작된 증서는 아닐까. 사실이라면 이들은 왜 익명으로 기부를 한 걸까.

기부를 주도한 류모(37)씨와 11일 가까스로 연락이 닿았다. 한국인 할머니의 이주로 중국에서 태어난 그는 2011년 1월 남편과 함께 귀화했고 어딘가 기댈 곳이 필요했다. 그 해 10월 조선족 엄마들 몇몇과 함께 지금의 카페를 개설했다. 때론 타향살이의 어려움을 거칠게 토로한 글이 외부에 노출돼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넋두리를 쏟아내며 서로에게 의지하고 위안할 수 있는 공간이 됐다. 지금 회원은 6,000명이 넘는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로 조선족을 바라보는 혐오의 시선에 상처도 많이 입고 있지만, “한국이 신음하는 상황을 두고 볼 수 없어” 팔을 걷고 나섰다. 류씨는 지난달 28일 대구 병원의 의료진들을 돕기 위한 기부를 제안하는 글을 카페에 올렸고, 회원들은 댓글 300여개를 달며 호응했다. ‘돕고 싶어도 방법을 몰랐는데 좋은 생각’이라는 동조 글이 다수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의료진에게 필요한 마스크와 방역복 등 물품을 보내려 했지만 구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이에 회원 설문조사를 거쳐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대구 동산의료원에 현금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카페에서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2일까지 4일간 벌인 ‘대구 힘내라’ 모금에는 426명의 마음이 모였다. 기부금액에 차이가 크면 적은 금액을 내는 이가 민망해 기부를 못 하는 경우도 있다는 회원들의 의견을 고려, 기부 금액을 1만원으로 통일해 더 많은 중국동포의 응원을 담기로 했다. 하지만 10만원, 20만원을 보내오는 회원들도 있었다. 이렇게 류씨의 계좌에 입금된 금액 총 564만원을 지난 3일 동산의료원에 기부했다. 그는 “상황이 급한 만큼 단기간 빠르게 모금하느라 큰 금액은 보내지 못 했는데 동산의료원에서 감사서신을 보낸다고 하더라”며 멋쩍게 웃었다.

’중국동포맘들’ 이름으로 동산의료원에 입금 후 회원들에게 인증한 거래내역 확인증
중국동포 맘 카페 기부 관련 글에 달린 댓글 중 일부 발췌

동산의료원에서 보내온 기부증서를 카페 공지사항에 올리자 “뿌듯하다”, “뭉클하다”, “감동적이다” 등 200여개의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 기부에 참여한 엄마들은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거나 생계에 보태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들, 집에서 육아를 하는 전업주부 등 다양했지만 앞으로 아이들이 자라날 한국을 돕고 싶다는 마음은 같았다. 류씨는 “기간이 짧아 기부에 참여하지 못 해 아쉬워하는 엄마들이 있어 2차 모금 진행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씨는 특히 온라인상에서 이번 기부에 대해 악성 댓글 보다는 대체로 고맙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 것에 대해 회원들은 감격했다고 전했다. 일부 엄마들은 “우리의 마음이 잘 전달돼서, 알아줘서 눈물이 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카페이름이 아닌 ‘중국동포맘들’로 사실상 익명 기부를 한 것도 조선족에 대한 안 좋은 인식으로 인해 회원들이 많이 위축돼있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류씨는 “중국동포라는 단어를 쓰는 것조차 망설여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의 부정적인 시선을 앞으로 중국동포들이 함께 선행으로 극복해나갈 수 있다고 봤다. 앞서 다른 중국동포단체 6곳은 연합해 대구ㆍ경북에 의료용 마스크 등 구호물품을 기부해 주목 받기도 했다. 류씨는 “그간 조선족들의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이라도 한국에서 열심히 살며 중국동포들이 선행을 많이 한다면 조금씩이라도 인식이 바뀌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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