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규의 책읽기 세상읽기] (47) '호모 루덴스' - 놀이하는 인간

놀이란 무엇인가. 하위징아는 우리 모두에게 공통된 놀이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놀이는 어떤 고정된 시간과 공간의 한계 안에서 수행되는, 그리고 자유롭게 받아들여졌지만 절대적 구속력을 갖는 규칙에 따라 수행되는 자발적인 행위 또는 일로서, 그 자체의 목적이 있으며, 또 거기에는 어떤 긴장감과 즐거움이 따르며, ‘일상 생활’과는 ‘다른’ 것이라는 의식이 따른다.”
먼저 놀이는 먹고사는 문제나 물질적인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행위다. 놀이는 “여유가 있을 때, 곧 ‘자유 시간’에 행해지는 것”이어서 노동과 다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든 놀이가 자발적인 행위라는 것이다. 명령에 의한 놀이는 이미 놀이가 아니다. 기껏해야 놀이의 억지 흉내일 뿐이다. … 놀이는 언제고 연기될 수 있고 중지될 수 있다. 왜냐하면 결코 물리적 필요나 도덕적 의무로 부과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놀이의 또 다른 특성은 절대적이고 고유한 질서를 만들어낸다는 데 있다. “놀이는 질서를 창조하며 질서 그 자체이다. 놀이는 불완전한 세계 속으로, 혼돈된 삶 속으로 일시적이고 제한된 완벽성을 가져다 준다. 놀이는 절대적이며 최고인 질서를 요구한다.” 그 질서 잡힌 형식이야말로 놀이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다. “모든 놀이는 고유의 규칙을 가지고 있다. 그 규칙들은 놀이에 의해 분리된 일시적 세계 속에서 적용되고 통용될 것을 결정한다.”

하위징아는 고대 문화생활에서 재주 등을 다투는 투기적 성격에 주목하면서 북미 인디언 부족의 포틀래치 관습을 근거로 든다. 포틀래치는 부족 축제기간에 한 집단이 다른 집단과 경쟁적으로 선물을 주고받는 것을 말한다. 집단의 명예가 걸린 일이다. 이런 ‘증여 의식‘이 갖는 놀이적 성격은 세계 도처에서 발견된다. 그는 “이런 성스러운 의식의 뿌리에서 우리는 아름다움 속에 살고자 하는 인간의 영원한 욕구를 발견하게 된다”며 “이러한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은 오직 놀이밖에 없다”고 했다.
고대인들에게는 경기를 벌이거나 법정에 서거나, 심지어 전쟁을 치르는 것도 놀이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한다. “고대인의 정신에서는 승리 그 자체가 진리와 정의의 증명”이며 “온당한 의식의 형태를 통해 얻어진 판결은 모두 ‘신의 재판’”이기 때문이다. “신의 뜻이 힘의 시험의 결과로든 전투의 결과로든 혹은 막대기나 돌 던지기의 한판 승부로든 그 어디서 나타나든지 간에, 고대인의 마음에는 모두가 완전히 똑같은 것이다.”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된다. 사람들은 매사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진지해 놀이를 시간 낭비로 여긴다. 놀이를 통해 더불어 사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익힐 기회가 없다. 그 결과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갈등이 과도하게 분출된다. 삶에 대한 경직된 태도가 많은 문제의 원인일 것이다. 게다가 인공지능·로봇 등 첨단기술의 발달로 노동시간은 줄고 여가시간은 늘 것이라고 한다.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학자 노명우는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인간을 꿈꾸다’에서 “호모 루덴스는 인류의 문명을 움직이는 숨어 있는 인간”이라며 “미래의 유토피아는 모든 사람에게 놀이의 원리가 열려 있는 사회여야 한다”고 했다. 호모 루덴스는 우리가 미래를 열어나가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완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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