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들때문에 안경산업이 힘들다고?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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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야사-33] 혹시 지금 안경을 쓰고 계신가요? 혹시 남성분이신가요? 그렇다면 가장 최근에 안경을 맞추러간 것이 언제신가요? 그리고 안경을 맞추는데 어느 정도 시간을 투자하셨나요?

그런데 25년 넘게 안경을 사용하고 있지만 안경을 맞추는 일은 언제나 저에게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요. 하나는 나에게 어울리는 '안경테'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안경 스타일을 시도해보는 것이 부담스러웠고 혹시 실패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렌즈 가격까지 포함해 10만~20만원 정도는 지불해야 했는데 적지 않은 돈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저는 15년 가까이 어두운 색의 뿔테만 쓰고 있습니다.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보니 같은 스타일의 안경을 렌즈만 바꿔서 계속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희망하는 가격대의 안경테와 렌즈를 고르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안경점에 가면 수많은 가격대의 안경테가 있는데 어울리는 안경테를 찾더라도 높은 가격에 주춤하게 됩니다. 멋져보이는 안경일수록 꼭 비싼 건 어째서일까요?
안경테를 고르더라도 렌즈를 고르는 과정이 어렵습니다. 눈이 나쁘다보니 '압축'렌즈를 선택해야하는 건 알겠는데 수입렌즈도 있고 국산렌즈도 있고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너무 다양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선택을 고민하다보면 내가 혹시 안경점에서 '호구'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커집니다.

이처럼 안경 하나를 맞추는 일이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일이다보니 저는 안경원을 방문하는 걸 꺼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렌즈에 스크래치가 심해서 렌즈를 바꿔야 하는 데도 찾아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저 같은 남자 소비자들 때문에 '안경산업'이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안경의 주소비자인 남성들의 소극성 때문에 산업이 침체되고 안경을 판매하는 안경사, 안경테를 제조하는 기업 모두 힘들다는 얘기입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이번 중기야사도 안경산업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수박 겉핥기에 그칠지 모르지만 안경산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안경산업은 자세히 보면 볼수록 특이한 산업입니다. '안경'이라는 일상적인 제품이 이렇게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어 있고 유통된다는 걸 소비자 입장에서는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안경원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안경테' '안경렌즈' '콘택트렌즈'의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콘택트렌즈의 경우 여성들이 주 고객입니다. 여성들의 경우 미용을 위해 안경 대신 콘택트렌즈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또, 시력교정(라식 라섹 등)을 통해 아예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콘택트렌즈 중 소프트렌즈의 경우 공산품처럼 정해진 도수의 제품을 소비자에게 파는 것이 전부라 안경사의 전문성이 개입될 만한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마치 약국에서 처방 없이 파는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듯이 안경원도 소프트렌즈의 오프라인 판매 창구 역할만을 하는 것입니다. 콘택트렌즈 시장에서 소프트렌즈 시장의 규모가 훨씬 큽니다.
이런 점에서 안경사들의 전문성이 발휘될 수 있는 영역은 '안경테'와 '안경렌즈'인데 고객이 남성인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이 사람들이 얼마나 자주 안경원을 찾고 안경테와 안경렌즈에 얼마나 높은 가격을 지불하느냐에 따라 안경사들 수입이 결정된다는 뜻입니다.

2019년 전국 안경 및 콘택트렌즈 사용 실태 조사(갤럽)에 따르면 시력 교정장치의 교체주기가 '2년 이상'이라는 응답이 2008년에는 35.4% 였는데 2019년에는 50.7%로 늘어났습니다. 여기에는 교체주기가 짧은 콘택트렌즈 착용자도 포함되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응답자 비중은 더 높을 것입니다. 남자들이 점점 더 안경원을 찾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특성 때문일까요? 유통 측면에서도 안경산업은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안경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되기 때문에 안경원들은 '자영업'인 경우가 많습니다. 의사나 약사 면허를 가진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개업을 하는 것처럼 안경사도 본인이 소유한 매장을 내고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수많은 개인 안경원들이 서로를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의사나 약사의 경우 실력이나 친절함이 중요합니다. 이에 따라 개인의원이나 약국이 큰 성공을 거두기도 합니다.

안경원은 의원이나 약국과 다르게 프랜차이즈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안경원 각각은 사장이 운영하지만 이 사장님들이 프랜차이즈 본사에 프랜차이즈 가맹비를 내고 프랜차이즈의 브랜드와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다비치' '글라스스토리' '으뜸50' '오렌즈' 같은 우리에게 익숙한 브랜드들이 모두 프랜차이즈 가맹 안경점입니다.
우리나라에 프랜차이즈 안경원은 2017년 기준 2925개, 종사자는 8232명에 달합니다. 전체 안경사가 4만5000명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전체 중 18% 정도가 프랜차이즈 안경원에서 일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안경사제도가 도입된 것은 1987년께, 안경 프랜차이즈가 처음 시작된 것은 1996년께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8년 기준 프랜차이즈 조사 잠정 결과에 따르면 안경·렌즈 프랜차이즈는 매장당 매출액이 3억3300만원으로 약국, 편의점, 제과점, 외국 음식점에 이어 5번째였지만 매출이 지난해 대비 2.8% 감소해 전년 대비 유일하게 감소한 업종이었습니다. 이는 안경원들의 어려운 상황을 보여줍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안경사들은 안경원들의 제살 깎아 먹기식 경쟁을 원인으로 꼽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안경원들이 소비자인 남성들을 끌어들이지 못하는 것을 한 원인을 꼽습니다. 틀림없이 좋은 제품, 좋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있고 이에 대해 지불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시장 확대로 키우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안경시장의 소비자 접점인 안경원을 한국 남자 소비자들이 멀리하면서 그 후방에 있는 안경테 제조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구를 중심으로 하는 우리나라 안경산업도 한국 남자들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목요일 (하)편에서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이덕주 벤처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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