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완벽한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 15년

취화선 2020. 3. 1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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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레라 시스템`으로 준수한 풍미를 보장하는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 15년./사진=홈페이지 캡처
[술이 술술 인생이 술술-155] 완벽한 술이란 무엇일까. 세상에 그런 것이 있기는 할까. 60년 묵은 위스키는 22억 몇천만 원이라는데, 거기서는 천국의 맛이 날까. 하지만 돈과 권력을 다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조차 쉽게 못 마실 그 술을 감히 완벽한 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술이란 무릇 애주가가 마실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게 아닐까. 아, 트럼프 대통령은 술을 안 마신다고 했던가.

모두가 큰 부담 없이 즐겁게 마실 수 있는 술이야말로 완벽한 술은 아닐까. 한 입 마신 뒤 눈살 찌푸리는 사람이 없고 모두 "캬, 좋다" 하되, 그 술 한 잔 마시려고 20년 적금 만기일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는 술 말이다.

오늘의 술은 어쩌면 완벽에 가까울지도 모를 술,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 15년이다. 글렌피딕 15년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싱글몰트 위스키다. 이 술의 미덕은 대단히 탁월한 구석이 없음에도 전반적으로 아주 준수하다는 데 있다. 가격 또한 준수하다. 주류전문점에서 700㎖ 한 병에 약 9만원으로 다른 제조사 비슷한 숙성 연수의 싱글몰트 위스키보다 저렴하다.

이제 맛을 보자. 코르크를 열고 술병을 기울이면 밝은 호박색 액체가 잔에 쏟아진다. 기름진 바닐라, 고소한 견과류 냄새가 난다. 술잔을 휘휘 돌려 술을 깨운다. 바닐라와 견과류 향이 천천히 퍼져 방을 채운다. 따뜻한 분위기마저 감돈다. 크리스마스에 이 술을 마시면 좋겠다고 문득 생각한다. 3월도 벌써 절반이 넘게 지났는데.

술을 머금는다. 입을 조금 열어 숨을 들이마시며 후루룩, 술과 공기를 섞는다. 향긋한 셰리, 달콤한 벌꿀을 느낀다. 제법 달다. 그리고 맛있다. 보디감은 가벼운 편이다. 삼킨다. 술이 부드럽게 목젖을 감싸고 넘어간다. 이윽고 계피와 생강의 매운맛이 올라와 입과 코를 휘감는다. 스파이시한 피니시는 제법 오래 간다.

알코올 도수는 40도다. 그게 너무 부담스러우면 물에 타 마셔도 좋다. 원산지인 스코틀랜드에서는 보통 그렇게 마신다고 한다. 나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 그래도 술 한 잔이 생각날 때 냉수 1 대 물 1의 비율로 섞어 마시는 편이다. 물을 타면 매운맛이 상당히 중화된다. 이 때문에 단맛이 도드라진다. 글렌피딕 15년은 물을 타지 않았을 때보다 탔을 때 오히려 달다. 둘 다 맛있으므로 그날의 몸 상태나 취향에 따라 즐기면 되겠다.

재구매 의사 있다. 이 술은 오래 두고 마셔도 질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싱글몰트 위스키 초보자가 즐겁게 먹을 만한 술이기도 하다.

아, 글렌피딕 15년은 '솔레라 시스템'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솔레라 시스템은 술의 품질을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려고 도입한 것이다. 먼저 오크통을 층층이 쌓는다. 그리고 각각의 오크통을 관으로 연결한다. 맨 위의 통부터 술을 채워 숙성한다. 이후 맨 아래 통에서 일부를 빼 병입한다. 뺀 분량만큼의 원액을 다시 맨 위 오크통에 채워 숙성한다. 글렌피딕 12년, 18년은 솔레라 시스템을 쓰지 않는다.

[술 칼럼니스트 취화선/drunkenhwa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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