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청원 한창인데..트위터·텀블러에선 '지인능욕' 성범죄 횡행
영상 판매하는 글도 있어 2·3차 확산 우려
법 조항 미흡하다는 지적에..국회 '법 개정'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 착취 영상물을 찍게 하고 이를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 유포한 이른바 ‘n번방’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지인능욕’ 등의 내용으로 불법 영상·사진들이 유통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트위터, 텀블러 등 SNS에서 수년째 유사한 범죄가 일어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관리·감독이 되지 않으면서 온라인 성범죄의 소굴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를 통한 불법 영상·사진의 유포 가능성도 제기돼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

외설적 허위 사실·신상 정보와 함께 지인 사진을 올리는 이른바 ‘지인능욕’ 게시물을 비롯해 불법 사진·영상들이 일부 SNS를 통해 현재까지도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다. ‘n번방 운영자와 가입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청원에 수백만명이 동의할 만큼 국민 분노가 나타났으나 일부에선 여전히 온라인 성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이데일리가 23일 트위터·텀블러 등에서 ‘지인능욕’ 등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여러 계정에서 올라온 불법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성이 개인 SNS나 메신저 프로필에 올린 사진을 그대로 가져와 ‘성매매 여성’ 등과 같은 허위 사실을 붙여 유포하는 게시물부터 일반 여성의 사진을 음란물 일부와 합성하는 사진들까지 지인능욕 게시물의 종류는 다양했다.
심지어 이들이 범행 대상으로 삼은 여성들은 성인은 물론 중·고등학생들도 다수 있었다. 이름을 비롯해 나이, 재학 중인 학교, 메신저 ID 등 개인정보를 그대로 드러낸 글에 피해 여성들에 대한 추가 피해가 우려될 정도였다. 지인 사진을 건네면 돈을 받고 합성해준다는 계정의 홍보 글도 매시간 지속해서 올라왔다.
또 SNS 게시물은 불법 촬영물을 퍼뜨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영상판매’란 단어로 검색한 결과 판매 글을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박사방을 비롯한 ‘n번방’에서 만들어진 사진·영상들이 또 다른 플랫폼을 통해 2·3차 유통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n번방’과 달리 SNS는 가입 없이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산 피해는 가늠조차 어렵다.

그동안 수년째 이러한 점이 지적돼왔으나 이를 제재하는 법 조항이 미흡해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법 촬영물 유포 등은 보통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근거로 처벌하지만, 이는 가해자가 직접 피해자를 촬영한 영상에 대해서만 적용할 수 있다. 즉, 합성 사진이 피해자를 성적으로 희롱하고자 만들어졌어도 이를 성범죄로 처벌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결국 우회적으로 음란물 유포죄나 명예훼손죄 등을 적용하지만 이마저도 대부분 무혐의나 비교적 가벼운 벌금형에 그쳐왔다. 지난해 신보라 미래통합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2019년 사이 매년 4000건 안팎의 음란물 유포 사건이 접수됐다. 이 중 실제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경우는 30%에도 못 미쳤다. 이에 비해 기소중지나 참고인중지 등으로 처리된 사건은 절반에 달했다.
한편 이 같은 지적에 국회에선 잇달아 관련 법 개정에 나섰다. 앞서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선 ‘특정인의 얼굴·신체를 편집·합성한 딥페이크 영상물을 만들어 배포할 때 영리 목적이 인정되면 최대 징역 7년에 처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17일엔 국무회의에서 해당 개정안이 통과돼 오는 6월25일 시행된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들도 이날 ‘n번방 사건 대응을 위한 재발금지 3법’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여기엔 △성적 촬영물 이용해 협박하는 행위를 형법상 특수협박죄로 처벌 △불법 촬영물 다운 행위 처벌 및 촬영·반포·영리적 이용 등에 관한 처벌 대폭 강화 △불법 촬영물에 조치 취하지 않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처벌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박순엽 (s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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