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흘리는 강아지, 만약 당신이 발견했다면..

2018년 추석 무렵, 서울 강동구에서 강아지를 학대한단 제보가 동물자유연대로 접수됐다. 제보자가 보낸 사진 속 강아지(푸들, 수컷, 5개월 추정)는 한 가정집 앞에 탈진 상태로 쓰러져 있었다. 학대 영상도 다수 있었다.
동물자유연대는 지자체 전담 공무원, 경찰과 함께 현장으로 긴급 출동했다. 오랜 시간 문을 두드리며 대치한 끝에 집안으로 들어갔다. 강아지는 다행히 살아 있었지만, 제대로 걷지 못하고 겁에 질려 있었다. 학대자가 안고 있던 강아지를 내려놓으니, 활동가들에게 기대어 숨었다.
진료 결과, 왼쪽 앞 다리와 양측 뒷 다리 자세반응이 저하돼 있었다. 양쪽 안구 결막 출혈, 외부 충격으로 인한 뇌진탕, 며칠째 음식과 물을 못 먹어 영양실조 및 탈진 소견이 보였다.
몇 달간 지속적으로 물리적 학대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다수 이웃 주민들은 밤낮 구분 없이 심하게 구타하는 학대자 목소리와 강아지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했다. 제보 영상에선 주먹, 도구 등으로 폭행하는 장면이 포착 되기도 했다.

동물자유연대는 푸들을 치료한 뒤 반려동물복지센터에 입소키로 했다. 2018년 10월31일, 입양 가족이 생겼다. 이름은 보담이, 1년에 2회 이상 근황을 파악하고 있다.

반려인구는 이미 1000만 시대를 맞았다. 그러나 그만큼 학대 사건도 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2014년 전국 262명이었던 동물보호법 위반 기소 인원은 꾸준히 늘어, 2018년 592명에 달했다. 5년새 2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그럼에도 동물학대 사건은 처벌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이는 △대부분 사적 공간서 은밀히 이뤄지는 점 △피해 당사자(동물) 직접 증언이 어려운 점 △학대자가 계속 소유하는 경우 적극 대응이 어려운 점 등 때문이다.
그래서 시민들의 감시 및 대응이 상당히 중요하다. 경찰, 공무원만으론 모든 학대 행위를 감시하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러면 시민들 스스로 동물학대임을 판단하는 기준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동물학대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동물자유연대는 '매뉴얼'을 마련했다.
신체적 학대(살해)는 △동물 사체에 상해 흔적 여부 △동물 토사물에 독극물 추정 액체 포함 여부 등을 본다.신체적 학대(상해)는 △신체에 여러 군데 부상 흔적 △지나치게 왜소하거나 마른 체형, 무기력 △건강 악화, 성격이 난폭해지는 변화 관찰 △보호자와 있을 때 비명 지르거나 극도의 불안 증상 △극도의 식탐이나 배설 자제 등이다. 공통적으론 △보호자의 과도한 체벌 △평소 고함치는 소리나 무언가 두드리는 소리, 비명 또는 신음 소리가 자주 들리는 것 등이다.
방임·방치는 △불충분한 사료와 식수 부족 △사육 공간이 과도한 밀집 상태 △더럽고 배설물 쌓여 있는 것 △평소 주거지 악취가 심한 것 △충분한 대피 공간 부족 △뜬장 사육장 또는 위험한 공간서 생활 △발톱이 길어 살을 파고들 정도 △방치로 인한 신체 손상 존재 △상해, 질병의 방치 등이다.
성적 학대는 △항문 또는 회음부 주변에 탈모, 찰과상, 찢어진 상처 △꼬리나 생식기 부위 만졌을 때 과도한 예민 증세나 난폭한 모습 보이는 것 △배뇨 생식기관 내 이물질 삽입 △(진료 결과) 재발성 질염 또는 직장염, 비뇨기 감염 증세 등이다.
분야별로 1개 이상 '예'라고 체크된 경우, 동물학대를 의심할 수 있는 상황으로 지속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학대 정황 포착시엔 경찰 또는 지자체 동물보호 전담 공무원, 동물보호단체로 신고해야 한다.

동물이 법정에 서거나 피해를 진술할 수 없기 때문에, 증거 수집이 중요하다. 동물 학대를 입증할 수 있는 사진과 영상, 증인 확보, 수의학적 소견 등 객관적 증거다.
가장 강력한 증거는 사진과 영상이다. 촬영할 때는 건물 전체 촬영, 동물이 있던 위치와 동물 주변 관련 사물 및 방치 흔적, 동물 사진 등의 순서로 찍는 게 좋다. 특히 동물 사진은 몸 전체를 보여주는 사진이 포함돼야 하며, 상해 흔적 등 신체에서 발견된 모든 증거를 찍어야 한다.
이미 사망한 경우엔 사체 보존이 뭣보다 중요하다. 현장에서 사체가 훼손되지 않게 하고, 사진 촬영 등 증거를 수집하는 동시에 경찰에 신고해 사망 원인을 밝힌다.
보호자로부터 학대 받은 동물이 치료가 필요한 경우엔, 출동한 경찰에게 "지자체 공무원이 격리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3일 이상 학대 행위자인 동물 보호자로부터 피학대 동물을 격리조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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