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 곤충사육 위해 귀농.. 6차산업 선도 꿈 이룰터" [마이 라이프]

미래 먹을거리에 뛰어든 30대 청년 귀농인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일 충북 옥천군 동이면에 있는 ‘여가벅스’ 굼벵이농장에서 여진혁(38) 대표를 만났다. 여 대표는 2975㎡ 규모의 땅에 사육동, 작업동, 발효동, 가공시설을 갖춘 농장을 운영한다. 그가 사육하고 있는 것은 흰점박이꽃무지라고 불리는 굼벵이다. 식용과 약용이 가능해 선택했다. 사육동을 보니 7칸으로 나눈 선반에 플라스틱통이 차곡하게 놓여 있었다. 플라스틱통 안에는 흰 굼벵이가 꿈틀거렸다. 사육동은 현대화 시설을 갖춘 스마트 팜이다. 온도와 습도, 환기를 PC 등으로 조절할 수 있어 편리하고 위생적인 농장이다. 출하 때마다 굼벵이 50만마리를 출하할 수 있는 규모였다.

원래 그의 꿈은 제조업체 전문경영인이었다. 캐나다 밴쿠버의 스프로쇼 칼리지에서 마케팅을 전공한 이유다. 공부를 마치고 귀국해 아버지의 섬유제조기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양산업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마침 캐나다에서 만난 아내가 시골생활을 하고 싶다고 밝히는 데다 여 대표 본인도 새로운 전환점을 찾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일었다. 아버지로부터 독립해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귀농으로 이끌었다.

4년 전 곤충을 사육하겠다고 하자 주변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곤충을 키우겠다고 하자 군청 담당자들도 “왜 벌레를 키울 생각을 했느냐”며 의아해했다. 곤충이 ‘혐오식품’이란 편견 탓에 식용보다는 기능성 약용과 동물 사료용으로 쓰일 때라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는 곤충이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과감하게 곤충산업에 집중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 창업 직전 노하우를 배우려고 여러 곤충농장을 찾아가면 사진도 찍지 못하게 할 정도로 폐쇄적이었다. 그는 다른 농장에서 본 것을 머릿속에 집어넣으면서 자신이 그렸던 형태를 반영해 농장을 건립했다.
“지금이야 웃고 얘기하지만 처음에는 모든 것이 어려웠습니다. 상의할 사람도 없었고 예산도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들어갔어요. 부족한 돈을 마련하려 택배회사와 가구회사에서 아르바이트까지 했었습니다.”

귀농 5년째인 그는 곤충 사육과 제품판매, 컨설팅 등을 합쳐 한 달 평균 15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곤충사육을 하기 위해 농장을 찾는 방문객에게 유충 10㎏씩을 건넨다. 욕심만 갖고 덤벼들었다가 실패하고 재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서다. 천천히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귀농 선배로서 체감했기 때문이다.
여 대표는 요즘 인근 굼벵이 농가와 힘을 합쳐 충청곤충산업협동조합을 설립했다. 곤충 사육정보와 마케팅을 공유하고 공동으로 제품을 생산해 판매한다. 굼벵이 추출액과 대추 등 한약재를 섞어 ‘내 몸 애 꽃벵이’라는 진액을 자체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일회용으로 짜먹을 수 있는 농축스틱의 제맛을 내려고 20여차례 실험한 뒤 제품을 만들었다. 그는 곤충을 활용한 6차 산업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단순히 곤충을 사육하고 가공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체험과 숙박까지 가능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입니다.”

“지난해 초 굼벵이를 사육하는 농가가 1500곳에 달했지만 지금은 절반 정도가 포기한 것으로 압니다.”
여 대표가 곤충산업을 알리는 강연에서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분명히 설명해주는 배경이다.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을 모두 알려준 뒤 심사숙고해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는 실제 주변에서 굼벵이를 먹어 본 사람들은 꾸준히 복용할 만큼 진가를 인정받고 있다며 굼벵이 사육과 가공식품 생산에 인생을 걸었다.
불모지인 곤충산업을 개척하며 묵묵히 앞길을 가고 있는 젊은이의 자신감이 든든해 보였다.
옥천=박연직 선임기자 repo21@segye.com
1983년 서울 출생 △캐나다 스프로쇼 칼리지 △서울시농업기술센터 곤충산업 전문인력 양성교육 수료 △2016년 여가벅스 창업 △2017년 옥천군 농업인대학 산업곤충학과 1기 졸업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 귀농귀촌 우수사례 20인 선정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표창 수상 △우수 4-H인상 옥천군의장 표창 수상 △충청곤충산업협동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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