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동물 이웃들에게서 힐링받네요

김태훈 기자 2020. 4. 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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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코로나 ‘집콕’으로 힐링게임 인기 닌텐도 스위치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 절묘한 시점에 나와 흥행몰이

현실에선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기가 두렵지만 이곳에선 그렇지 않다. 무인도에서 낚시도 하고 정원도 꾸미고 개성 있는 동물 이웃들을 마스크 없이 만날 수 있다. 닌텐도의 콘솔·휴대 겸용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용으로 나온 <모여봐요 동물의 숲>(<모동숲>)이 전 세계가 ‘코로나 블루’에 시달리는 시점과 맞물려 출시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물리적 거리 두기로 관계 맺기가 제한된 상황에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환경 변화 때문에 이 게임이 공전의 흥행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게임 이용자의 의지에 따라 유유자적한 게임 속 생활을 즐길 수도, 반대로 바쁘고 활발한 활동을 벌일 수도 있다. 정해진 과제를 수행하고 등급을 높이기에 바쁜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처음 도착하는 무인도의 주변 환경에서 생활에 필요한 도구나 취미활동을 위한 재료들을 손수 모으고 만들어낼 수 있다. 무인도에 온 동물 캐릭터 이웃들은 물론 함께 게임하는 이용자들과 친구를 맺고 한자리에 모여 게임할 수도 있다. 얼핏 봐선 심심하고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을 법한 게임이 코로나19로 지친 이용자들에게는 ‘힐링’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 게임 플레이 장면. 한국닌텐도

출시되자마자 온·오프 판매 매진 물론 <모동숲>도 게임인 이상 과몰입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프리랜서 최모씨(37)는 가뜩이나 재택근무 시간이 늘어나면서 생긴 답답함을 게임으로 달래보려 <모동숲>을 시작했다. 첫 출시된 지난 3월 20일부터 온·오프라인 판매장에서 매진 소식이 들려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운 좋게 게임을 구매해 바로 시작했다. 문제는 현실 시간대와 게임 속 시간대가 동일하게 흘러간다는 점이었다. 평소 업무를 마치고 게임을 주로 즐기는 저녁 시간에 플레이하다 보니 낮시간 동안 벌어지는 이벤트를 놓치는 것이 아쉬웠다. 최씨는 “종일 집에 있고 게임을 해도 뭐라 하는 사람도 없다 보니 틈날 때마다 게임기를 잡는 시간이 늘었고, 결국 게임에서 진 빚은 빨리 갚았지만 현실에서 당장 마감해야 할 업무는 진척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모동숲>에서는 초기 무인도 정착 지원금 조로 ‘너굴’이라는 캐릭터에게서 일정 금액을 지원받아 갚아나간다.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농사를 지어 농산물을 거래해도 되고 다양한 거래나 건축 등의 활동으로 마일리지를 모아 대출을 갚을 수 있다. 기본 구조는 이전까지 나온 ‘동물의 숲’ 시리즈 게임과 비슷하다. 물론 게임에서만 적용되는 빚이기 때문에 한없이 상환을 미루며 그저 가만히 앉아서 현실과 똑같이 흐르는 시간에 따라 변해가는 풍경을 바라보기만 해도 된다.

같은 시리즈 전작에 비해 3년 만에 나온 게임이라 이용자들이 즐길 거리를 보강했고,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판매 호조도 작용했지만 <모동숲>은 여전히 시장에서 품귀현상을 보일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외국에 비해 콘솔 게임을 즐기는 비중이 낮은 국내에서도 게임기와 소프트웨어를 묶어 파는 출시 특별판이 모두 팔렸고 소프트웨어만 판매하는 게임 역시 일반 매장에서는 모두 팔려 웃돈까지 붙여 중고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게임기는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중국 쪽 생산량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정가 36만원인 기기가 높게는 6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역시 오프라인에서 정가 6만원대의 상품이 10만원 이상에 거래되기도 했다. 오프라인 지정 판매업체 관계자는 “정식 판매업체는 모두 정가에 공급하지만 온라인 소프트웨어를 다운받는 대신 실물 타이틀을 원하는 수요가 많아 웃돈을 주고 사는 소비자들이 많다”며 “4월 초부터 추가 물량이 확보되면 품귀현상은 잦아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게임기·소프트웨어 정가보다 높게 거래

일본에서는 실물 패키지가 발매 직후 3일 동안에만 188만 장이 팔렸고, 국내 판매량도 콘솔 게임으로선 이례적으로 10만 장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각종 게임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모동숲>을 즐기는 다양한 이용자들의 모습도 화제에 올랐다. 자유도가 높고 집이나 주변을 마음대로 꾸밀 수 있기 때문에 집 내부를 군대 생활관처럼 꾸미거나, 고약한 심성을 드러내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게임 속 캐릭터들을 괴롭히며 즐기는 모습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여기에 현실의 경계를 넘어 게임에서도 단숨에 빚을 갚고 아무것도 없는 무인도를 도시로 개발하기까지 하는 등 ‘근면한 한국인’의 본성을 발휘하는 모습도 주목을 끌었다. 심지어는 인기가 있는 동물 캐릭터 주민을 게임 속 화폐로 거래하기도 하는 등 현실과 다르지 않은 천태만상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일부 색다른 방식으로 게임을 활용하는 이용자들의 주목을 끄는 현상과는 달리 대부분 구매층은 ‘힐링게임’이라는 특성 때문에 <모동숲>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앱애니의 집계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진 지난 2월부터 전체 게임 다운로드 건수는 전년 대비 35% 늘었다. 마땅한 대안이 별로 없어 게임이 몇 안 되는 실내 취미생활로 자리 잡은 분위기를 감안하면 <모동숲>은 출시 초기 입소문이 퍼지는 상황까지 얽혀 더 높은 인기를 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모동숲>은 특히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이고 아동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요소가 매우 적어서 물량만 공급되면 더 높은 판매고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동숲>이 인기를 얻는 흐름과 함께 게임기 공급 부족으로 대체 힐링게임을 추천하는 네티즌들의 목소리도 활발하게 오가고 있다. ‘힐링’과 ‘높은 자유도’라는 특색을 갖춘 다른 게임들이 함께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평화로운 귀농 생활을 게임으로 옮긴 <스타듀 밸리>, 섬을 탐험하며 등산하고 온천도 즐기는 여유로운 활동이 가능한 <어 숏 하이크>, 마을 주민의 한 명이 되어 점차 마을을 발전시켜 나가는 내용의 <스탁셀> 등이 <모동숲>의 대안으로 거론된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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