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멋 부린 '초식남,' 렉서스 UX 250h F 스포츠


겉과 속이 달랐다. ‘F 스포츠’ 배지 붙인 UX는 잔뜩 성질난 표정으로 돌아왔지만, 그 속은 여전히 동급 SUV 중 가장 편안했던 UX 그대로였다.

글 윤지수 기자 / 사진 윤지수, 렉서스


고급 브랜드 SUV 중 처음으로 유니보디 구조를 얹은 1세대 RX / 세단의 편안함을 탐한 UX

렉서스 SUV는 원래 그랬다. 1998년 첫 등장한 RX는 누구보다 먼저 유니보디 구조를 품어 ‘편안한’ SUV로 정평 났다. UX는 그 DNA를 정통으로 이어받은 후계자. RX가 세단 골격을 밑바탕 삼았듯이, UX는 개발 목표부터 ‘세단처럼 뒤뚱거리지 않는 편안한 SUV’다.



버티컬 메시 패턴 라디에이터 그릴 / 좌우 두께를 키운 흡기구 장식. 속은 막혀있다

짙은 화장

그런 UX에 ‘매운맛’ 첨가한 차가 바로 UX F 스포츠다. 한눈에 알 수 있다. 얌전해 보이던 UX가 대배기량 엔진이라도 품은 양 입을 쩍 벌렸다. 거대한 그릴은 뻥 뚫린 메시 패턴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며, 좌우 흡기구 장식은 두껍게 벌어졌다.


아래 '제트블랙'으로 도금한 장식을 넣어 시각적 무게중심을 끌어내렸다


F 스포츠 전용 18인치 휠 / 앞 펜더 뒤에 붙은 F 스포츠 배지

신발도 크다. 기존 2WD 모델보다 너비를 10㎜ 키운 225㎜ 타이어에 1인치 큰 짙은 회색 18인치 휠을 맞물렸다. 덕분에 노면을 한층 안정적으로 딛고 섰다. 어두운 구릿빛으로 칠한 앞뒤 범퍼 제트블랙 크롬장식 역시 시각적 무게 중심을 끌어내린다.


F 스포츠 전용 8인치 계기판과 10.3인티 센터페시아 모니터가 달렸다


F 스포츠 엠블럼을 양각으로 넣은 전용 스포츠 시트 / 타공으로 꾸민 운전대 / LFA 스타일은 물려받은 계기판

속은 더 활기차다. 문짝을 열자마자 F 스포츠 양각 박힌 전용 시트가 스포츠카 분위기 뽐내며 반긴다. 앉아 봐도 마찬가지다. 대시보드와 운전대 등 곳곳에 붉은 바늘땀이 흐르고 운전대와 변속 레버는 구멍이 송송 뚫린 타공으로 마감했다. RPM 계기가 가운데 떡 하니 자리 잡은 LFA 스타일 계기판은 화룡점정. 괜히 침 한번 꿀꺽 삼킬 만큼 긴장이 감돈다.


시트 높이가 낮아 차체에 폭 파묻히는 느낌이다

친절한 반전

과연 얼마나 강력하기에 이토록 화려할까? 일단 앉는 자세는 합격점이다. 의자 높이가 무척 낮고 보닛은 높이 솟아 마치 후륜구동 머슬카에 앉은 듯 든든하다. 수직에 가깝게 선 운전대 뒤에 폭 파묻힌 감각은 SUV라기보다는 스포츠 세단에 가깝다.

파란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누르며 거친 시동 소리를 기대했지만, 적막만 감돈다. 이 차는 전기 모터 달린 하이브리드라서다. 단지 계기판에 출발 준비를 마쳤다는 ‘READY’ 문구만 뜰 뿐이다.


국내 F 스포츠 전용 색상인 히트블루, 카키, 화이트노바. 시승차는 카키색 페인트를 덮었다

스르륵 미끄러지듯 출발. 지하주차장 서행 정도는 엔진을 잠재운 채 전기 모터만으로 나아간다. 엔진 진동 아예 없이 모터만으로 달리는 감각은 역시 어떤 차보다도 부드럽다. 지상으로 올라오기 위한 오르막에서도 페달을 깊숙이 밟지만 않으면 엔진은 깨어나지 않았다. 하긴, 전기모터 출력만 약 106마력(80kW)이다.

그런데 이 차, 도로에 올라 속도를 높여도 여전히 느긋하다. 조그마한 SUV가 낭창낭창한 서스펜션을 달아 잔진동을 꿀꺽 삼켜버린다. 덕분에 준대형 세단처럼 도로 위를 매끄럽게 흐른다. 다른 SUV처럼 옆으로 뒤뚱거리지도 않는다. 시트 높이가 무척 낮아서다.


파워트레인도 그랬다. 전기 모터가 이끌다가 가솔린 엔진으로 ‘바통’을 넘길 때 충격이 거의 없다. 온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다. 더욱이 e-CVT 무단 변속기가 변속 충격 없이 선형적으로 기어비를 주무르기에 UX는 차분하게 속도를 높인다.


해외 UX 사진. 시승차와 색깔만 같은 일반 모델이다

MSG가 좀 과했다

‘아니, 안팎 스타일에서 맛봤던 매운맛은 다 어디 갔지?’ 가속 페달을 꾹 밟아봤다. 제법 민첩하다. 먼저 전기모터가 높은 저속 토크로 밀어붙인 후 엔진이 rpm을 끌어올려 뒷심을 더한다. 이렇게 146마력 2.0L 자연흡기 엔진과 80kW 전기 모터가 힘을 합쳐 끌어낸 총 시스템 출력은 183마력. 1,605㎏ 덩치를 끌기엔 충분한 힘이다. 그 숫자대로 UX F 스포츠는 매끄럽게 가속했다. 참고로 시속 100㎞까지 가속 시간은 AWD 모델 기준 8.7초다.


UX 250h F 스포츠 엔진룸. 보닛은 따로 지지대를 받쳐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소리가 ‘순한 맛’이다. e-CVT엔 단계를 나누는 기교 따윈 없었다. 단지 무단변속기답게 엔진 속도를 6,000rpm에 고정한 채 속도를 높인다. 4기통 자연흡기 엔진의 경쾌한 소리는 흠잡을 데 없지만, 변속기가 rpm을 탁 잘라 고단으로 바꿔 무는 재미는 없었다.


운전대 뒤 ASC 버튼 / ASC 그래픽

이를 위해 첨가한 F 스포츠만의 특제 조미료가 바로 ASC(액티브 사운드 컨트롤)다. 실내 스피커로 가속 소리를 돋우는 장치. 한껏 기대하고 주행모드 스포츠 상태에서 ASC 버튼을 누르자, 스포츠카 같은 날카로운 엔진 소리가 더해졌다.

그 상태로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헛웃음이 픽 터져 나왔다. 마치 옆에 앉은 동승자 스마트폰의 레이싱 게임 소리 엿듣는 기분이랄까. UX의 실제 엔진음과 가상 엔진음이 따로 논다. 실제 엔진은 rpm을 고정한 채 가속하는데, 가상음은 부리나케 변속하며 속도를 높인다. 더욱이 실제 엔진음이 가상음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에 귀는 더욱 혼란에 빠진다. 개인적으로 ASC는 없느니만 못했다.


해외 UX 사진. 시승차와 색깔만 같은 일반 모델이다

빼어난 기본기

매운맛 찾다 보니, 차는 어느새 고속으로 치닫고 있었다. ASC는 아주 실망스러웠지만, 주행 감각은 나무랄 데 없다. 시속 100㎞ 이상의 속도에서도 무척 안정적이다. 역시 무게중심이 바닥에 붙어, 불안한 기색이 없다.

부드러웠던 서스펜션도 제 몫을 한다. 초기 반응 말랑한 서스펜션은 큼직한 충격에는 쫀득하게 버틴다. 댐퍼 속 ‘스윙 밸브’가 잔진동 같은 자잘한 충격은 밸브를 열어 위아래 움직임을 풀고, 묵직한 충격엔 밸브를 닫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버티는 까닭이다.


해외 UX 사진. 시승차와 색깔만 같은 일반 모델이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코너를 만나도 자신감이 차오른다. 바닥에 찰싹 달라붙은 채 쫀득한 서스펜션을 믿고 코너를 돌아나간다. 이때 무게중심이 대략 엉덩이 즈음에서 느껴지는데 실제로도 그렇다. 제원상 UX 무게중심은 땅으로부터 594㎜에 불과하다. 온갖 무거운 장비 끌어내린 GA-C 저중심 플랫폼과 문짝과 보닛 등에 알루미늄 소재를 적극 쓴 덕분이다.

‘운전이 참 쾌적하네요.’ 함께 시승한 동료의 평가다. 평소 타는 차마다 족족 혹평만 늘어놓던 동료라 더욱 그의 평가가 인상 깊었다. 기자의 평가 역시 마찬가지다. 전기 모터와 e-CVT를 맞물린 매끄러운 파워트레인, 부드러운 서스펜션, 저중심 설계가 어우러져 운전이 쾌적했다. 단언컨대 그간 타왔던 국내외 소형 SUV 중에서 승차감만큼은 단연 으뜸이다. 매운맛은 다소 부족했지만.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추적 어시스트 기능을 켠 계기판 모습. 가운데 동그란 원반은 좌우로 움직일 수 있다

SUV계의 스포티 루킹카?

첨단 운전자 보조장치는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최신 렉서스답게 반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의 장비를 품었다.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이 설정한 속도를 따라 앞 차와의 간격을 조절해 달리며, 차선 추적 어시스트가 차선 중앙을 유지할 뿐 아니라 앞 차 궤적을 쫓는 기능까지 들어갔다. 카메라와 레이더를 모두 쓰는 안정적인 방식이기에 실제 도로 상황 파악도 빠르고 정확한 편이다.


격하게 달린 후 트립컴퓨터 연비 / 부드럽게 달린 뒤의 트립컴퓨터 연비

마지막으로 효율. 연비는 격하게 달렸을 때와 효율적으로 항속하며 달렸을 때 두 가지 상황의 연비를 쟀다. 주행 환경은 절반 이상이 고속도로와 외곽 국도였으며, 시내주행도 대략 30%씩 섞여 있었다. 먼저 격하게 65㎞를 달렸을 때 연비는 L당 11.1㎞. 연비 주행으로 45㎞를 달렸을 때 연비는 L당 24.0㎞였다. 참고로 공인 연비는 L당 16.7㎞다.


렉서스 UX 250h F 스포츠. 과격한 스타일로 꾸몄지만, 과격한 성능은 없었다. 그래서 기존 UX의 강점이었던 뛰어난 효율과 부드러운 승차감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즉, 역동적인 스타일을 불편하지 않게 누릴 수 있는 차랄까. 가격은 5,070만 원이다.

<제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