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cience >무당벌레처럼 ⅛로 접히는 고탄성 로봇날개.. 의료·항공 등 활용


■ 서울대, 무당벌레 모티브 ‘점핑-글라이딩 로봇’ 개발
종이접기 응용 전개형 메커니즘
잡다한 부품 쓸 필요 없어지고
잔 고장·휴대성 고민 등 해결
100㎐ 날갯짓에도 꺾이지 않는
무당벌레의 ‘시맥’ 특성 적용
가볍고 좁은 공간 침투 쉬워져
우주정류장과 인공위성에 달려 있는 태양전지판은 활짝 펴면 본체보다 훨씬 큰 크기로 전개된다. 하지만 지구에서 쏘아 올릴 때는 차곡차곡 접어 몸통 안에 손수건처럼 적은 부피로 보관할 수 있다. 평소 작은 크기로 휴대·보관하다가 필요할 때 부피가 큰 물체로 확대하는 기술은 인류의 오랜 꿈이었다.
서유기의 주인공 손오공이 쓰는 무기인 여의봉은 요술이지만 인기영화 어벤져스의 앤트맨이나 만화 드래곤볼의 호이포이 캡슐은 공상과학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축소-확대를 손쉽게 해치우는 현실의 기술이 있다. 바로 종이접기다. 딱지나 접이형 우산을 생각하면 된다. 기계공학자들은 종이접기 원리를 연구실로 옮겨와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
종이접기 모델은 볼트·너트 같은 잡다한 부품이 필요 없어 잔고장이 적고, 가벼워 휴대하기도 편리하다. 이 종이접기 구조를 이용해 무당벌레처럼 날개 크기가 8분의 1로 접히는 점핑-글라이딩 로봇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심해·극지 등 소형 탐사 로봇, 의료 로봇, 항공 우주 기술 등에 쉽게 응용할 수 있고 종이접기를 응용한 전개형 메커니즘의 기능을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공대 국방생체모방 자율로봇 특화연구센터 조규진(기계공학부) 교수팀은 무당벌레를 모사한 종이접기 기반 구조와 이를 활용한 점핑-글라이딩 로봇을 개발, 연구 성과가 지난 4월 15일 로봇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생체모방을 통해 종이접기 기반 구조의 실제 활용 가능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종이접기 기반 구조는 가볍고 좁은 공간 내에 접혀 들어갈 수 있어 다양한 분야로 확대 적용되고 있는 유망 로봇 기술 중 하나다. 하지만 기존의 종이접기 구조 설계 방식은 탄성 에너지 저장과 큰 힘을 지탱하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진은 무당벌레의 시맥(翅脈)에서 영감을 받아 종이접기 구조의 면에 탄성과 곡률을 부여했다. 연구진이 착안한 무당벌레는 복잡하게 접혀 있는 날개를 0.1초 이내에 빠르게 펼 수 있고, 100㎐의 매우 빠른 날갯짓에도 날개가 꺾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시맥의 단면 형상이 독특한 데다 탄성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 원리를 종이접기 기반 구조에 적용했다. 그 결과 새로 개발된 무당벌레 모사 종이접기 구조는 납작하게 접힐 수 있지만 탄성 에너지 저장 능력이 높아 스스로 빠르게 펼 수 있고 펴진 뒤에는 큰 힘을 견딜 수 있다.
조 교수는 “무당벌레 시맥의 탄성과 단면 형상을 종이접기 구조에 적용해 에너지 저장량을 크게 높일 수 있고, 동시에 추가 요소 없이 큰 힘을 견딜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나아가 종이접기 구조 기반의 전개형 날개를 활용해 점핑-글라이딩이 가능한 복합거동 로봇도 제작했다. 이 날개는 전체 면적의 8분의 1로 접힐 수 있고 원할 때는 빠르게 펼 수도 있다. 로봇은 날개가 접힌 상태에서 점핑을 한 뒤 최고점에서 빠르게 날개를 펴 활강(글라이딩)한다.
이처럼 점핑과 연속된 글라이딩으로 로봇은 안정적으로 더욱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이 밖에 연구진은 생체모방 종이접기 구조를 활용해 전개형 날갯짓 메커니즘, 크롤링-글라이딩 로봇, 점핑로봇 등도 개발했다.
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무당벌레의 원리를 활용한 전개형 메커니즘에 특화된 스프링 요소를 개발한 데 의의가 있다”며 “무당벌레 모사 종이접기 구조는 소형 탐사 로봇, 의료 로봇, 항공 우주 기술 등에 손쉽게 응용할 수 있고 기계공학의 전개형 메커니즘 기능을 확장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조규진 교수는
서울대 인간중심 소프트 로봇 기술연구센터(ERC)장. 2014년 소프트 로봇과 생체모사 로봇 설계 분야의 성과를 인정받아 ‘국제로봇학회 젊은 연구자상(IEEE RAS Early Career)’을 받았다. 2015년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소금쟁이 로봇’으로 처음 이름이 알려졌다. 같은 해 4월 이탈리아 피사에서 세계 최초로 열린 ‘소프트 로봇 챌린지’에서 자체 개발한 ‘스누맥스’로 우승했다. 스누맥스는 종이접기 원리를 이용한 가변형 바퀴를 고도화하는 방식으로 실제 차량 무게를 견디면서도 변신까지 가능한 타이어를 개발, 우리나라 업체 한국타이어의 광고에 활용되기도 했다. 종이접기 원리를 이용해서 가제트 팔과 유사한 드론용 로봇 팔, 펠리컨 장어의 큰 변형 원리를 구현할 수 있는 소프트 로봇을 만들어 ‘사이언스 로보틱스’ 표지 논문으로 게재하는 등 소프트 로봇과 생체모사 로봇 분야에서 국제적 권위를 쌓으며 활발한 연구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시맥(vein, wing vein, 翅脈): 곤충의 날개에 무늬처럼 있는 맥으로 날개를 지탱하는 경화된 키틴질의 봉상구조(棒狀構造).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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