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미국in]샌더스, 뭉치면 산다

이준기 2020. 2. 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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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뿐아니라 민주당에도 '화 난' 비주류 샌더스
과거 정치권에 선 그었던 트럼프 '이단아'와 엇비슷
민주당 주류, 중도후보 단일화 꾀하나..분열 가능성
反트럼프 지식인들 화합 촉구 나서.."단결 땐 승리"
민주당 대선 경선 초반 선두로 치고 나온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다른 후보들이 ‘미국인들이 화내는 이유를 이해한다’고 말할 때 오직 트럼프만이 ‘나도 화가 났다’고 했다. 바로 이것이 차이를 만들었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공화당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가 약진한 이유를 두고 시사주간지 타임의 몰리 볼 기자가 내놓은 분석이다. 4년 후 지금,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1위를 질주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질주 배경을 두고 비슷한 해석이 나온다. “샌더스 역시 화가 났다”는 것이다.

◇샌더스의 독주…‘美국민의 분노’ 담겼다

샌더스는 공화당·민주당이 주도해온 미국의 정치·경제 체제와 거리를 둔다. 그는 양당이 국가통치라는 이유로 자본주의의 폐해를 뒤로한 채 수용해야 했던 타협(compromises)·양보(concessions)·연정(coalitions) 등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고 있지만, 과거 민주당 행정부들에 대해 냉정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조 바이든 등이 토론 등 기회가 닿을 때마다 오바마의 업적을 강조하는 것과 대비된다.

공화당에서뿐만 아니라 민주당 주류 내부에서도 그에게 ‘사회주의자’, 심지어 ‘공산주의자’라는 낙인을 붙이곤 한다.

2015년 샌더스는 미 인터넷매체 복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사회주의자가 아닌, 민주적 사회의주자(democratic socialist)”라고 강변했다.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모든 이슈에서 더 나을까? 분명히 그렇긴 하지만, 지금 길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세워놓고 ‘민주당이 서민들을 위한 당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어떤 답변을 듣게 될까. 사람들은 ‘무슨 소리야’라고 되물을 것이다.”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매한가지라는 비판이다. 이와 관련, 복스는 “샌더스는 과거 트럼프처럼 정치권에 ‘화가 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 온건 주류에서까지 손사래를 치는 전 국민 의료보험, 부유세, 공립대학 등록금 무료 등은 그의 ‘분노’에서 나온 공약들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샌더스는 트럼프의 전철을 엇비슷하게 밟는 듯하다.

비(非) 정치인 출신인 트럼프 역시 과거 경선에서 ‘친정’인 공화당을 공격 대상으로 삼곤 했다. 그는 공화당까지 포함한 정치인들을 싸잡아 “말만 앞선 사람들”로 치부했었다. 트럼프의 당시 전략은 제대로 먹혔다. ‘이단아’ 이미지는 기성정치에 대한 분노와 변화에 대한 갈망으로 대변되는 ‘트럼피즘’(Trumpism)의 분출로 이어졌고, 그는 결국 백악관 안방을 차지했다.

민주당 주류이자 중도 후보인 조 바이든(오른쪽)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사진=AFP
◇누가 후보 되든…최대 걱정은 민주당 분열

관건은 트럼프처럼 비주류인 샌더스가 대선후보로 올라 당을 하나로 뭉치게 할 능력이 있느냐 여부다.

샌더스로 압축되는 당내 좌파진영과 달리 중도 표심은 여전히 바이든과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등으로 갈라져 있다. 오는 7월 전당대회에서 샌더스가 과반 지지를 얻지 못하면 2차 투표를 진행해야 한다. 이때 중도 후보들이 일종의 합종연횡, 즉 ‘단일화’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신기욱 미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는 “트럼프 재선을 막고 집권당이 되는 게 최대과제인 민주당으로선 결국 최종 당선가능성을 두고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 경우 최종 본선후보가 누가 되든, 결국 민주당은 분열의 길을 걸을 공산이 크다.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샌더스의 지지층을 흡수하지 못해 본선에서 트럼프에게 패배했던 전철을 또다시 밟을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들어 반(反) 트럼프 지식인들이 일제히 민주당에 ‘화합’의 목소리를 촉구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칼럼에서 “샌더스 타입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중도주의자라면 그가 급진적이기는 해도 일단 대통령에 당선되면 약속했던 정책들이 온건하게 다듬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며 “급진적인 샌더스 지지자들은 오늘날 중도성향의 민주당원들조차 상당히 진보적인 색깔을 가졌고 그들과 공화당의 트럼프주의자들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틈새가 존재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썼다.

로버트 샤피로 뉴욕 컬럼비아대 정치학과 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에 이렇게 말했다. “올해 11월 민주당이 최종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단결한다면, 누가 후보가 돼도 트럼프는 이길 것”이라고.

민주당 중도 후보의 대안으로 떠오른 마이클 블룸버그(왼쪽) 전 뉴욕시장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사진=AFP

이준기 (jek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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