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의 지식카페>해마다 주민들 함께 보수.. 유대감 쌓는 '共生의 진흙 신전'



■ 건축과 일상
김광현의 건축으로 읽는 풍경 - (31) 阿 말리의 ‘젠네 大모스크’
세계서 가장 큰 ‘土造 모스크’… 100년 뒤 못 볼 가능성 가장 높은 세계유산 꼽혀
성별·종교 차별없이 바니강 흙 들고 벽 기어오르며 수복… 한 달 내내 덧칠하며 공동체 삶 느껴
인간의 건축 중심은 오랫동안 나무를 조립한 목조건축과 돌로 쌓은 석조건축이었다. 그런데 고도의 기술과 경험이 필요했던 돌과는 달리, 진흙으로 집을 짓던 시대에는 건축가라는 직업이 없었다. 이때는 모두가 건축가였다. 흙으로 지은 건물은 문명이 생기기 이전부터 사용해온 가장 원초적 건물이었다. 흙은 사람의 의식을 흡수하고 원점으로 되돌린다. 그래서 흙으로 지은 건물은 지역의 문화와 생활을 사람의 신체에 가깝게 번역해낸다.
아프리카만이 아니라 전 세계 건물의 약 40%는 지금도 흙으로 지어지고 있다. 세계 인구 77억 명 중 절반 정도인 35억 명이 여전히 흙으로 만든 주택에서 살고 있다. 흙은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얻을 수 있으면서도 가장 값싼 재료이고, 더구나 보온성도 높아서 강수량이 적은 지역에서는 매우 우수한 건축 재료였다. 모든 것이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지만, 건축 역사의 시작은 역시 토조건축(土造建築)이었다.
흙으로 만든 건축은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진흙은 이겨서 손으로 칠한 다음 굳혀 짓는 건축이고, 다른 하나는 모래, 찰흙, 물, 특정한 종류의 섬유나 유기 물질로 만들어진 재료인 어도비(adobe)를 햇볕에 말린 벽돌로 짓는 건축이다. 진흙은 사람의 손에 매우 친숙한 물질이다. 진흙은 사람의 손이 지나간 흔적이 가장 많이 남는 재료이기도 하다. 이런 건축은 당연히 직선이나 직각이 없이 둥그스름한 형태로 완성된다. 이와는 달리 햇볕에 말린 벽돌은 점토의 왕국 메소포타미아의 거대한 지구라트처럼 직선과 직각으로 쌓여 사각형으로 마감된다.
나무가 많지 않은 나라에서는 일반 민가에서 진흙으로 만든 벽에 나무 서까래를 걸었다. 그러나 교회 등의 종교건축물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예외는 몇 개 있다. 해가 지나면서 어도비 벽돌을 점점 쌓아서 부벽이 부풀어간 미국의 산타페에 있는 샌프란시스코 데 아시스 교회(San Francisco de Asis Mission Church), 아프리카 말리 공화국의 젠네(Djenne)에 있는 진흙으로 만든 대(大) 모스크가 그렇다.
아프리카 말리 공화국의 중부에 있는 젠네는 사하라 사막을 흐르는 니제르강 유역에서 지중해와 이어지는 무역기지였다. 젠네는 ‘물의 정령’이라는 뜻이며 아라비아어로는 ‘천국’이다. 2009년 현재 인구는 11만 명인데, 그 안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진흙 건물이고 세계 최대의 어도비 모스크인 ‘젠네 대 모스크(The Great Mosque of Djenne)’가 있다. 1988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00년 후에는 볼 수 없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세계 유산’에도 선정됐다.
젠네 모스크는 그곳에서 가까운 범람천에서 가져온 재료로 지어졌다. 13세기 말에 지어졌다가 19세기 초에 파괴된 것을 1907년에 재건축했다. 한 변이 150m인 정사각형 대지에 대략 한 변이 50m인 정사각형 평면에 높이 20m인 건물이 서 있는데, 그 안에는 1000명의 신자를 수용할 수 있다. 굵기가 약 150㎝ 되는 기둥이 90개나 있다. 중앙 첨탑인 높이 약 20m의 미너렛(minaret)이 있고 그 꼭대기는 타조 알이 놓여 있다. 이처럼 주요 건물의 꼭대기에는 비로 인해 무너지지 않게 대개 도자기, 조롱박나무, 타조 알을 얹는데, 타조 알은 생명과 창조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 모스크는 한 번에 지어진 것이 아니고, 비가 와서 무너지면 또 짓고 무너진 곳을 기초로 삼아 다시 짓기를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그리고 그 위에 덩어리를 쌓고 진흙을 접착제로 삼아 벽과 기둥을 만들고 다시 진흙으로 마감했다.
모스크의 골조는 야자나무인데, 진흙 벽에도 ‘테론(terron)’이라는 야자나무 조각이 끼워져 있다. 벽에 구멍을 뚫고 목재를 끼워 흘러내리는 빗물을 멈추게 해 외벽 진흙의 균열을 방지하게 했다. 외벽으로 층층이 돌출된 목재들은 보수공사를 위한 발판으로도 유용하게 쓰인다.
‘진흙 모스크’는 1280년경 이슬람교로 개종한 26대 젠네 왕 코이 코움보로(Koi Koumboro)가 궁전을 부수고 이 자리에 장대한 모스크를 세웠다. 1819년 젠네가 정복됐을 때는 본래 모스크는 철거되고 새 모스크를 건설했다. 그 후 프랑스 식민지 시대인 1906년에 코움보로 왕이 장려한 모스크를 재현할 것을 요청한 것이 받아들여졌고, 그 이듬해 10월에 완성했다. 대 모스크는 1층이 입구인데, 파괴되면서 그 흙 위에 새 모스크 세우기를 반복했기 때문에 토대가 높아졌다.
그러면 이들은 어떻게 이 모스크를 고치고 있는 것일까? 3월에서 5월 사이 찾아올 우기에 대비해, 이 도시 주민들은 해마다 진흙으로 표면을 한 달 내내 다시 칠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 시기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 작업하기에 적합하고, 장기간 많이 이동하는 어업, 목축, 농업 종사자들이 젠네에 거의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표면을 진흙으로 다시 바르는 달과 날짜는 매년 다르지만, 도시의 원로 회의에서 그 날짜를 한 달 전에 결정한다. 일정은 건축 전문가인 진흙 도편수 길드의 책임자, 젠네의 시장 격인 코이라 코코이, 이맘, 각 지구 대표가 모여 정한다. 결정한 날 다음 금요일 모스크의 예배에서 이를 발표하고, 각 지구의 진흙 도편수에게 전하면 이것으로 모든 시민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
지역 주민 중 4000여 명의 남자가 전날부터 총출동해 바니강(Bani River)가에 진흙과 짚을 섞어 짜놓아 둔 것을 운반한다. 이슬람과 관련된 큰 축제는 몇 개 더 있지만, 이것이 1년 중 가장 큰 젠네만의 축제다. 그들은 이를 ‘징가르베르 고이(jingar-bεr goy·대 모스크 작업)’라고 부르는데, ‘고이’란 작업이라는 말이다. 예배 장소를 지키기 위한 작업이자 의무이지 노는 축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 작업의 첫째 목적은 알라에게 감사하기 위한 것이지만, 놀이처럼 음악도 곁들이고 아이들이 어른에게 진흙을 바를 수 있으며, 무슬림이 아닌 사람도 참가할 수 있다.
모스크와 그 앞의 광장은 젠네 전체의 것이어서, 각 지구의 대표자를 포함한 모스크 관리위원회가 관리하고 있다. 보수 작업도 조직적으로 지구별로 분담한다. 개최일이 결정되면 남녀 각각의 대표와 부대표를 정하고, 지구마다 당일까지 거의 매주 회합을 열고 준비 작업을 한다. 각 지구에 사는 진흙 도편수가 중심이 돼 최소 한 달간 독자적으로 사용할 진흙을 준비한다. 결정된 날이 다가오면 보수 작업에 필요한 도구를 조달하기 위해 모금을 한다.
보수 작업에는 10대 후반에서 30대까지의 남녀가 실제로 참여한다. 전날 지구마다 20명씩 대열을 갖추고 북소리에 맞춰 소리를 지르며 발효시킨 진흙을 모스크 주변까지 옮긴다. 진흙 운반은 3시간 정도 걸린다. 건기에 진흙이 마르지 않게 저녁이 되면 젊은 여성들이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운반해 온 진흙에 물을 붓는다.
당일 해가 뜨기 시작하면 작업은 시작된다. 진흙 도편수 중 최연장자가 제일 먼저 모스크의 중앙에 있는 미흐랍(mihrab)을 천천히 칠하면, 그것을 신호로 사람들은 일제히 모스크 정면의 벽을 기어 올라가 수복 작업에 돌입한다. 조금 떨어져 광장에서 보면 많은 사람이 얽혀 마치 싸움하고 있는 듯이 보이는데, 이는 지구마다 바르는 장소가 정해져 있어서 지구끼리 경쟁하기 때문이다. 젠네에 사는 세습제 전문가가 외벽을 바르는 사람들을 지도한다. 8시쯤 되면 모스크 앞 광장에는 작업에 참가하지 않는 수백 명의 노인과 어린아이가 모여들어, 황토색의 금방 바른 진흙이 서서히 회색으로 바뀌고 있는 모스크를 바라본다. 우기 전에는 매우 더워서 진흙이 마르지 않게 오전 중 3∼4시간 안에 옮겨온 진흙을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바른다. 모스크의 내부 바닥과 옥상에도 진흙을 칠하고 나면 10시에는 모든 작업을 마친다.
그러고는 작업을 마친 사람들은 23㎞ 떨어진 바니강에 몰려가 몸에 붙은 진흙을 씻는다. 주위에서 자리를 깔고 작업을 지켜보던 노인들이나 감독하던 진흙 도편수, 모스크 관리인들이 광장에 몰려와 새로 단장한 모스크 광장에서 기도를 시작한다. 기도를 마치면 서로 악수하며 제각기 흩어진다. 이것으로 보수 작업은 모두 끝난다.
이와 같이 해마다 벌이는 모스크의 보수 공사는 진흙으로 만든 모스크를 유지하기 위해 하는 어쩔 수 없는 공동 작업이지만, 이로써 같은 지구에 사는 사람들끼리의 일체감이 재확인된다. 그리고 각 지구가 경쟁함으로써 같은 모스크를 공유하는 같은 도시 사람들 전체가 깊은 연대를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집을 짓고 고치는 것이 사회의 커다란 공동언어라는 증거다.
이것을 해나 아렌트의 말로 해석하면 이렇게 된다. “출현(出現)의 공간이 없고, 공생(共生)의 양식인 활동과 언론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자신의 리얼리티도, 자기 자신의 아이덴티티도, 주위 세계의 리얼리티도 세울 수 없다.”(인간의 조건) 보수 작업에 나타난 그들에게 모스크는 ‘출현의 공간’이고, 해마다 모두가 함께하는 보수 작업은 ‘공생의 양식’이며, 그들의 리얼리티와 아이덴티티의 발견이고, 살아가는 세계의 리얼리티를 세우는 방식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한 이름은 ‘젠네의 옛 시가지’다. 젠네는 모스크만이 아니라 진흙으로 지어진 모든 건물로 구성된 도시 전역이 탁월하다는 의미다. 모스크도 그것을 둘러싼 민가도 모두 주변 강가에서 가지고 간 진흙으로 지어져 있고, 내가 서 있는 곳의 흙은 모스크 기단과 벽으로 뻗어 나갔다. 지붕을 돌아 다시 다른 집으로 이어지고 있다. 건축에서는 다른 재료를 이어진 이음매가 반드시 생기는데, 진흙의 도시 젠네는 이음매라는 것이 없는 생물을 닮았다. 흙이라는 원초적 건축 재료는 이렇듯 모스크를 중심으로 한 모든 집을 구분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들을 하나의 공동체를 묶어낸다. 그래서 유네스코는 “흙을 놀라울 정도로 광범위하게 사용한 건축물과 도시 구조로는 보기 드물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며 ‘젠네의 옛 시가지’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평가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그것은 흙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으니 누구나 지을 수 있고, 더구나 누구나 함께 집을 짓는 일에 동참할 수 있다. 유네스코는 “이런 흙으로 해마다 주민 모두가 짓고 있는 모스크 건물을 통해 젠네가 존재하며, 영혼, 지혜, 환영을 가진 ‘경건한 도시’로 남아 있다”고 기술했다. 그래서 모스크라는 건물은 그들 사회에 근원적 희망을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반문한다. 그러면 우리는 과연 건축의 무엇을 통해 우리 사회의 근원적 희망을 드러내고 있는가?
서울대 건축학과 명예교수
■ 용어설명
‘미흐랍’과 ‘미너렛’: 모스크는 예언자 무함마드가 메디나에 지은 집이 규범이 됐다. 무함마드의 집은 예배만이 아니라 공동체의 일상적 거처이기도 했다. 모스크는 영어이며 본래는 아라비아어로 ‘엎드려 예배하는 곳’이라는 마스지드다. 각지에 건설된 모스크는 이런 성격을 이어받아 예배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교유하는 장소도 된다. 중요한 것은 모스크를 메카의 카바 신전을 향해 예배할 수 있게 세우는 것이다. 이 방향을 키블라(qiblah)라고 하고, 이 방향에 직교하게 세운 벽(wall)을 키블라 벽이라고 한다. 그 벽의 중앙에는 메카 방향을 나타내는 반원형의 벽감인 미흐랍이 놓인다. 미너렛은 예배 시간을 알리기 위해 사용되는 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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