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곡사 입구에 있는 쟁계암. 입구의 바위가 두 마리 닭이 싸우는 모습이라 이름이 유래한다.
강진에는 월출산을 비롯해 덕룡산, 주작산, 만덕산, 월각산, 수인산, 화방산, 천태산, 여계산, 보은산 등 쟁쟁한 골산이 즐비하다. 강진읍은 강진만 줄기 따라 어머니 자궁처럼 깊숙한 곳에 있다. 그래서 강진은 생산과 창조의 고을이라 호사가들은 말한다. 강진읍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두 개의 산이 있다. 서북쪽으로 감싸고 있는 보은산報恩山은 우두봉이라고도 부른다. 비파산琵琶山은 동북쪽으로 강진읍을 감싸고 있다. 보은산이 골산에 가깝다면 비파산은 부드러운 육산이다. 기다란 비파를 닮았다.
비파산은 토박이들만 찾는 곳이지만 범상치 않은 이름처럼 상당한 내력이 있다. 군동면 들판을 내려다보는 비파산은 강진의 청동기 시대 유적이 발견된 곳이다. 학자들은 아주 오래 전 비파산 아래까지 바다였다고 주장한다.
활발한 해상 무역로의 중심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증거로 마한 시대의 대표적인 묘제인 옹관묘가 비파산 주변 파산리, 나천리 시목 등지에서 발견된 것을 들 수 있다. 더불어 비파산은 탐진 최씨 마음의 고향이다. 산 아래에 탐진 최씨 시조 최사전(1067~1139)을 모시는 강덕사康德寺가 있다.
강진읍 일대가 내려다 보이는 까치내재 전망대.
강진군산악연맹(회장 김상은)는 강진읍 3대 명산(보은산, 비파산, 오봉산) 등반대회를 오는 6월 28일에 개최하기로 했다. 대대적인 등산로 정비를 하는 과정에서 숨겨진 매력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비파산은 걸출한 바위는 없지만 능선만 올라서면 강진읍 전체와 탐진강 물줄기 따라 강진만과 만나는 완도까지 조망된다. 전체적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으며, 바닷바람 통풍이 좋아 빛깔 좋은 춘란들이 많이 자생하고 있다.
들머리는 청람중학교 뒤 독고개재에 있는 금강수산에서 출발한다. 입구에는 신호수가 있어 차량을 서행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장어를 대규모로 양식하고 있어서 차량 경적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아직 비파산을 알 수 있는 이정표나 안내도는 전혀 없다. 다만 표지기를 촘촘히 걸어놓았다. 시멘트 포장도로 따라 왼쪽으로 100여 m 올라가면 갈림길이다. 좌우 길을 버리고 언덕으로 곧장 들어서면 된다.
금성수산에서 비파산을 오르는 초입의 산길에는 울창한 대나무숲이 있다.
밀림처럼 울창한 대나무 숲을 통과한다. 그동안 청람중학교에서 진입했으나 면학 분위기에 지장을 주기에 금강수산에서 오르는 산길을 개설했다고 한다. 아직은 생길 같은 생채기가 있지만 이곳만 벗어나면 그늘이 좋은 숲으로 이어진다.
탐진강 건너 괴바위산 주능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강진의 별호는 탐진耽津, 금릉金陵으로도 불린다. 탐라국耽羅國(제주도)에서 신라에 온 배가 정박하던 나루津라 해서 얻은 이름이 탐진이다. 탐진강도 여기서 유래된 이름이다. 고려시대로 거슬러 가면 금릉이라는 지명이 등장한다. 월출산 남쪽에 있는 계곡을 지금도 금릉경포대金陵鏡浦臺로 표기하고 있다.
비파산 정상. 왼쪽의 강진군청 김상은씨는 비파산 등산로 개설의 숨은 공로자다.
월출산 연봉과 강진읍 경치 시원
키 큰 소나무와 굴참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솔잎이 깔려 있는 등산로는 뚜렷하다. 비파산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삭줄 덩굴나무 천지다. 따뜻한 남쪽 지방 그늘진 곳에서 잘 자라고 공해도 잘 견딘다. 진통·통경·해열제 약재로도 쓰이며 기후변화에 민감해 ‘국가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생태계에 피해를 주지 않아서 ‘신사덩굴’이라고도 부른다.
고도는 매우 완만하게 올라간다. 좌우로 울창한 숲에 의해 시야는 막혀 있다. 하지만 등산로는 또렷하다. 솔잎을 깔아놓은 것 같은 길을 20여 분 올라가면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진입하면 된다. 혼동의 우려가 있는 곳은 산행표지기를 달아 놓았다.
편백나무숲을 지나면 KBS송신탑이다. 왼쪽 길로 가다가 송신탑 뒤쪽으로 오른다. 266m봉을 지나면서부터는 오른쪽으로 화방산 암릉지대가 가까이 보인다. 화방산은 주상절리대와 외계인바위, 호랑이굴이 있는 강진의 알려지지 않은 명산이다.
비파산은 시원한 계곡은 없지만 숲이 울창하여 초여름 산행지로 좋다.
310m봉 지나면서부터 왼쪽으로 탐진강 젖줄 따라 군동평야와 강진평야가 시원하게 보인다. 기름진 농토와 산, 강과 바다에서 나오는 풍부한 식재료가 넘치는 고장, 그래서 강진을 남도의 곳간이라 부른다.
꾸준히 오르막이 계속된다. 직선에 가까운 능선이기에 비슷한 풍경이다. 310m봉에서 20분이면 정상이다. 정상은 봉분처럼 분지를 이루고 있지만 잡목에 가려서 시야는 신통치 않다. 정상석과 삼각점이 있다. 북쪽으로 오봉산과 서쪽으로 보은산 연봉이 보인다. 하산길은 관목 수준의 굴참나무숲을 따라 계속 내리막이다. 경사면 끝에 있는 편백나무 숲은 휴식과 식사하기 좋은 안부다.
철탑을 지나고 가벼운 오르내림이 반복되며 5분 정도 지나면 커다란 가족묘를 만난다. 이정표는 없어도 등산로는 선명해 길 잃을 염려가 없다. 다만 크고 작은 봉우리 3개 정도를 넘게 되며 내리막은 급경사를 이루고 있어서 스틱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가족묘에서 25분 정도면 가로 횡단길을 만난다. 우측은 오봉산 가는 길이다. 까치내재는 왼쪽으로 내려간다. 완만하게 고도를 낮추는 능선 우측으로 월출산 연봉이 장엄하게 보인다. 정면으로는 보은산과 왼쪽으로 강진읍 전경을 보면서 걷는다.
비파산에는 빼어난 바위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위험한 구간이 없고 완경사를 이루어 산행이 쉽다.
급경사 내리막이 두 군데 있다. 경사면 길이도 짧지 않아 고정로프를 조속히 설치했으면 한다. 편백나무가 있는 곳에서 5분이면 까치내재다. 강진명소 12호로 지정된 까치내재 벚꽃길 19㎞는 해마다 4월이면 강진읍에서 작천면까지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 이름난 곳이다. 참고로 작천터널(가칭) 공사가 조만간 착공예정이다.
까치내재에서 왼쪽으로 1.3km 포장도로를 따라 금곡사 방향으로 내려간다. 좌우로 벚꽃나무 가로수가 장관이다. 5분 내려가면 전망대에서 강진읍을 조망하고 다시 10분 정도면 금곡사金谷寺 입구 쟁계암爭鷄岩이다. 커다란 석문의 모양이 마치 두 마리 닭이 싸우고 있는 듯해서 그렇게 불린다.
‘양편에 바위 우뚝 솟아 서로 다투는 줄 알았더니, 물줄기 한 가닥으로 흐르는 것을 보니 근심 사라지네.’
방랑시인 김삿갓이 금곡사에 머물며 남긴 글이다. 보물 제829호로 지정된 고려 삼층석탑이 있다.
산행길잡이
금강수산~대나무숲~KBS송신탑~266m봉~310m봉~정상~오봉산 갈림길~ 까치내재~벚나무길 포장도로~쟁계암 <총 7.4km, 3시 30분 소요>
교통
서울 센트럴버스터미널에서 강진까지 고속버스가 하루 6번(07:30, 09:30, 11:25, 13:30, 15:25, 17:40) 운행한다. 일반 2만4,000원, 우등 3만5,800원. 4시간 30분 소요. 강진버스터미널에서 농어촌버스로 청람중학교 앞 금강정류장까지는 차로 10분 소요되며 6km 거리다. 버스 요금은 1,000원이며 청람중학교 앞에서 금강수산까지는 도보 5분 거리다.
명소
남도답사일번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문화유적이 넘쳐난다. 월출산 아래 월남사지에서부터 계곡미가 빼어난 금릉경포대, 사진 찍기 좋은 설록차 녹차밭, 호남의 3대 민간정원 백운동계곡 별서정원,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무위사까지 월출산 권역 당일 여행지로 좋다.
강진읍에 있는 영랑 생가와 유배문화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다산 정약용 관련 사의재, 고성산방, 귤동마을, 다산초당, 백련사가 있다. 강진 대구면에 있는 고려청자 박물관도 명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