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금융시장으로 간 진화론]금융시장은 살아있다, 고로 진화한다
언제나 합리적인 경제주체들이
시장 움직인다는 가설에 일침
탐욕이 부른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수많은 실패·경험속 최적대안 찾아
투자 본질, 진화론과 연관시켜 눈길


신간 ‘금융시장으로 간 진화론’은 지난 수십 년간 금융계의 지배적인 논리로 자리 잡아온 ‘효율적 시장가설’에 일침을 가한다. 저자인 앤드류 로 MIT 경영대 교수는 생물학뿐만 아니라 심리학, 신경과학, 컴퓨터과학과 윤리학까지 끌어들여 투자의 본질과 발상의 전환을 설명한다. 그의 통찰이 다다른 곳은 진화론이다. 책은 경제학의 진화론 격인 ‘적응적 시장가설’을 주장한다. 이 가설의 관점에서 본 금융시스템은 기계적 시스템이 아니다.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상호연관된 생물종들이 환경 변화 속에서 재생산을 반복하는 생태계의 일종이다.
이 책을 쓴 저자 이전에 1947년 ‘경영행동’으로 박사논문을 쓴 허버트 사이먼(1916~2001)이 있었다. 사이먼은 경제적 판단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만족(satisfy)과 충분(suffice)을 결합한 만족화(satisficing)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경제적 주체로서 개인은 수학적으로 완벽한 결과를 찾기 위해 초인적인 계산을 해내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수행할 수 있는 계산 정도에서 찾아낸 해답 중 적당히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선택한다”는 것이었고 이를 ‘제안된 합리성’이라 명명했다. 사이먼이 1978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기는 했으나 ‘효율적 시장가설’을 추종하는 주류 경제학자들은 그의 모호한 개념을 비판했다.
저자는 사이먼의 이론을 다시 불러내 연구하며 ‘진화론’을 접목했다. 비판하던 쪽에서는 적당히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결정이라는 것을 어찌 판단하고, 어느 정도 수준에서 최고의 대안 찾기를 포기하고 적당한 만족을 택하겠느냐며 쏘아붙였다. 사람은 수많은 시도와 오류와 반복을 통해 판단의 원칙을 세워가는데 “판단이 최적의 결정인지는 알 수 없지만, 긴 시간에 걸친 성공과 실패에 대한 경험들로부터 판단하고 즉 배우고 적응해 나간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경험을 통해 학습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는 능력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의 가장 강력한 특징이고, 예측 가능한 환경 속에서 합리적인 경제적 인간,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되는 원동력이다.”
결국 추상적인 사고와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 대한 상상이 가능한 호모 사피엔스이기에 충분한 실패의 경험과 그를 통한 학습기회로 점차 최적의 결론에 근접해가는 호모 이코노미쿠스로 나아간다는 얘기다. ‘경제적 합리성’을 내세운 기존 경제학자들은 몇몇 비합리적인 상황들을 일종의 ‘버그’ 같은 이례적인 증상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몇 가지 이상한 버릇을 가진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며 우리의 뇌는 이상한 버릇들의 집합체일 뿐이고, 우리는 일부 오류가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 오류로 만들어진 시스템”이라는 저자의 독설에 반박하기는 힘들다.
책은 불완전한 인간의 본 모습을 직시하게 하지만 그 위에서 금융의 미래에 대한 낙관적 예상을 펼쳐놓는다. 불완전한 인간 행동은 순순히 인정할 필요가 있다. 대신 암과 난치병 치료방법을 찾기 위해 금융 공학 기술을 활용한 펀드를 만들자고 제안하는 등 금융의 혁신이 고질적 병폐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을 드러내 보인다. ‘빅 픽처’를 내다본 거대한 전환을 이야기하는 투자서답게 “금융이 우리의 목표를 좌우하게 하지 말고, 우리의 목표가 금융을 좌우하도록 하자”고 말한다. 2만4,5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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