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복의 한방건강 바로알기] 면역력 강화하는 녹용

2020. 2. 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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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복 장수한의원 원장·前서울시장애인탁구협회장
손해복 장수한의원 원장·前서울시장애인탁구협회장

우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중국에서 빠르게 확산되자 녹용(鹿茸) 제재를 구입해서 복용하는 분이 많아졌다. 감염 위험에 대비하는 예방 차원에서 면역력을 높이는 약품을 미리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녹용은 면역력을 강화하는 대표적인 보약재(補藥材)다. 녹용은 수사슴의 갓 자란 뿔을 채취, 가공하여 말린 것을 말한다. 사슴뿔은 매년 봄마다 한 번씩 새로 나오는데 수사슴의 경우 태어난 첫해에는 뿔이 없고 다음해부터 뿔이 나오기 시작한다. 2년생 사슴은 가지가 2개이고, 3년생부터는 가지가 4개가 된다. 뿔이 나기 시작하여 2개월 정도 자라면 약재로 쓰기에 적합한 크기의 녹용이 된다. 적절한 시기를 넘기면 각질화가 진행되어 좋은 품질의 녹용을 얻기는 힘들다. 늦가을엔 아예 딱딱한 뿔이 되어 자연적으로 떨어지는데, 이것이 바로 '녹각'(鹿角)이다.

이러한 녹용에는 다양한 아미노산과 폴리펩티드, 교질, 당류, 지질 및 폴리아민 등이 함유되어 독특한 약리작용을 발휘한다. 흔히 녹용을 고를 때 산지를 많이 따지나 실험에 의하면 사슴의 산지와 종간 차이는 미미하다고 한다. 오히려 사슴의 사육 환경이나 사료, 그리고 녹용의 건조기술이 품질에 더 큰 영향을 미칠수 있다고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녹용의 부위별 차이다. 녹용은 부위에 따라 가장 끝부터 분골, 상대, 중대, 하대로 분류한다. 전통적으로 분골과 상대 부분의 효과가 가장 크다고 여겨졌다. 실제 연구에서도 분골과 상대에 IGF-1 (Insulin-like Growth Factor 1, 인슐린과 분자구조가 유사한 호르몬으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함), 에스트라디올, 테스토스테론 등 다양한 호르몬들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는 항피로(抗疲勞) 작용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대는 교질이 다량 함유되어 골다공증 및 골관절염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 이처럼 용도에 따라 녹용의 사용 부위가 다르다.

녹용은 선천(先天)의 기운 부족, 즉 허약체로 인한 기력 저하와 저체중, 잦은 감기 등 감염성 질환을 다스리는 명약으로 꼽힌다. 녹용은 일반인에게 흔히 알려진 성장 발육 촉진이나 성기능 개선 등의 보약재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조혈 기능을 향상시켜 재생불량성 빈혈이나 자궁출혈 등에도 쓰이고, 항산화 작용과 항염증 작용이 있어 만성 염증성 질환 및 난치성 피부 궤양에도 유익하다.

면역조절 작용이 있어 알러지성 질환에도 도움이 된다. 많은 연구에서 항암 작용이 있음이 확인되었다. 또 강심 작용도 있어 심부전(心不全) 환자에게도 유익하게 사용된다. 류마티스 관절염에도 효과적임이 밝혀졌다. 이처럼 녹용은 다양한 질환에 쓰이는 치료제이다.

녹용 복용 시에 주의해야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먼저 탄닌(tannin)을 많이 함유한 녹차나 커피, 떫은 감 등을 녹용과 같이 먹는 것은 피해야 한다. 탄닌이 녹용의 유효성분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녹용 복용 중에 감염성 질환으로 열이 심하게 나거나,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면 복용을 중지하는 것이 좋다. 녹용은 성질이 더운 약재이므로 열이 많은 사람들은 대체로 녹용이 맞지 않다.

또, 몸이 장실한 사람도 구태여 녹용을 복용할 필요가 없다. 녹용이 맞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녹용을 과량 복용하면 두통, 가슴 답답함, 코피 등의 이상반응이 생기기 쉽다. 녹용을 절단할 때 나오는 녹혈을 마시는 분도 있는데, 이것도 녹용과 비슷한 부작용을 나타내므로 주의해야 한다.

녹용은 시중에서 식품으로 팔리고 있지만, 실은 아무렇게나 먹어서는 안 되는 약이다. '중국약전'에는 하루 복용량을 1~2g으로 정하고 있을 정도로 복용량 기준이 엄격하다. 고혈압이나 심장병 환자들은 하루 10g 이상 복용하면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흔히 녹용을 먹으면 머리가 둔해진다는 말이 있으나, 이는 과거에 녹용을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시절에 나왔던 속설이다. 집안이 가난하여 아이들에게 녹용을 먹이지 못한 부모들의 변명이라고 하기도 하고, 혹자는 아이가 머리가 나쁜 것을 부모들 탓이라 하기는 어려우니 녹용 탓으로 돌려서 말한 것이 시중에 유포된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연구 결과. 녹용이 오히려 기억력 증진이나 뇌세포 보호 작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녹용을 먹으면 살이 찐다는 말도 있으나, 녹용이 신진대사를 촉진하여 식욕을 개선할 수는 있지만 칼로리는 거의 없어 살이 찌진 않는다.

간간이 러시아나 알래스카에 가서 녹용을 사오는 분을 본다. 알래스카 녹용은 대부분 순록의 뿔이다. 순록의 뿔은 약용으로 쓰는 사슴뿔과는 다르다. 순록은 사슴과 속(屬)이 다른 동물로서, 암수가 모두 뿔이 나므로 녹용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순록의 뿔은 양끝을 잡고 휘어도 책받침처럼 잘 부러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 흔히 대록(大鹿)이라 불리는 캐나다산 녹용도 광록병 파동 전력이 있어서 순록과 마찬가지로 수입이 금지된 상태다.

국내에서 사육되어 유통되는 녹용은 의약품 검사기준에 따른 검사를 받지 아니한다. 따라서 녹용을 복용할 때는 한의원 등 한방병원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사를 거쳐 정식으로 수입된 뉴질랜드나 중국, 러시아산 녹용을 처방 받아서 복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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