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타임머신 ⑪ 1993년] '천마'의 비상.. 7회 우승 전설의 첫 걸음

임기환 2020. 3. 21. 13:1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리그 타임머신 ⑪ 1993년] '천마'의 비상.. 7회 우승 전설의 첫 걸음

(베스트 일레븐)

한창 뜨거워야 할 피치가 아직 차갑게 식어 있다. 코로나19가 이 땅의 모든 축구를 식힌 탓이다. 덩달아 우리들의 가슴도 달궈지지 않아 서늘하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언제고 다시 뜨거워질 K리그를 기다리며, 과거 <베스트 일레븐(월간 축구)>이 전한 기사와 함께 지난 37번의 시즌을 돌아봤다. 큰 이슈부터 작은 기록까지 가능하면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고, 당시의 생생함을 전달하기 위해 잡지에 실린 내용을 그대로 사진으로 옮겼다. 아직 숨죽이고 있는 K리그를 기다리는 데 ‘K리그 타임머신’이 작은 보탬이 됐으면 싶다. / 편집자 주


이 시즌은 ‘한국프로축구대회’의 일곱 번째 시즌이자, ‘한국프로축구대회’라는 이름으로 개최된 K리그의 마지막 시즌이었다. 이 시즌엔 직전 시즌과 같은 여섯 클럽(일화 천마, LG 치타스, 현대 호랑이, 포항제철 아톰즈, 유공 코끼리, 대우 로얄즈)이 참가했다. 다만 직전 시즌보다 두 경기가 줄어 든 90경기 체제로 리그가 운영됐다. 직전 해 신설된 아디다스컵은 2년 차를 맞이했는데, 경기 수는 전년도 대비 절반이나 줄어 15경기만을 치렀다. 이 해에는 국가대표팀이 1994 FIFA 미국 월드컵 예선을 치러야 했기에 그 부분에 대한 배려로 파악된다.

93 한국프로축구대회는 그해 3월 27일 전라남도 여수에서 LG와 포항제철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10월 16일까지 약 7개월 간 대장정에 들어갔다. 이 시즌에는 공격 축구를 유도하기 위해 새로운 승점 제도가 도입되었고, 시즌 전 젊은 감독으로 세대 교체한 팀들이 많아 치열한 레이스를 예상케 했다. 새 승점제는 정규 시간(90분) 안에 이길 시 승점 4, 패하면 승점 0, 승부차기 승리 시 승점 2, 승부차기 패배 시 승점 1이 각각 부여되었다. 정규 시간이 끝나면 승부차기로 승패를 가렸기 때문에 무승부 기록이 없는 게 특징이었다.

허정무는 1993년 3월 27일 포항제철을 이끌고 치른 프로 감독 데뷔전에서 승부차기 승리를 거두며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에 걸 맞는 데뷔 무대를 선보였다. 여수 진남공설운동장에서 열린 LG와 포항제철의 경기에서 서정원이 LG 소속으로 개막 축포를 터트렸지만, 팀이 패배로 빛이 바랐다.


5월 끝난 정규 1차리그(팀당 30경기 가운데 9경기)에서 일화는 아홉 경기 연속 무패를 내달렸다. 사리체프(신의손)이 지킨 일화는 7경기나 무실점을 이어 나갔다. 일화가 공고한 선두를 달린 가운데, 포항제철이 삐걱거리며 불안한 2위 자리를 지켰다. 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현대와 대우가 포항제철을 바짝 추격하는 양상이었다. 하석주와 김정혁이 대표팀에 차출되며 어려움을 겪었던 대우는 이기근이 득점 공동 선두에 오르는 활약에 힘 입어 4주째 최하위에서 중위권에 진입했다. 윤상철이 고군분투한 LG는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렸다. 박성화 감독이 이끈 유공은 미드필드와 수비의 안정감을 공격에서 이끌어 주지 못하며 부진에 빠졌다.

이러한 양상은 비교적 비슷하게 이어져 일화의 일관된 강세 속에 ‘1강 4중 1약’ 구도가 형성됐다. 박종환 감독이 이끌던 일화는 직전 시즌 정규리그 준우승, 아디다스컵 우승의 저력을 이 시즌 역시 이어 나갔다. 고정운·이상윤·박남열이 공격과 허리 전선을 이끌었고, 사리체프가 철벽 방어로 후방을 단단히 지켰다. <월간 축구>도 “일화의 우승 헹가레가 가시화권에 들어왔다”라고 표현했다. 이어 현대가 일화와 승점 4 차이로 추격의 고삐를 쥔 반면, 포항제철은 기복 때문에 고생해야 했고, 대우는 4위까지 떨어졌다. LG는 5월 6일 단독 1위의 기쁨을 맛 본 후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우승은 <월간 축구>의 예상대로 일화가 차지했다. 시즌 후반기부터 선두를 독주해 온 일화는 ‘사기 캐릭터’ 사리체프의 선방 능력과 국가대표 라인업을 앞세워 수비 축구의 진수를 선보였다. 그러나 <월간 축구>는 “올 시즌 프로축구는 실패작이다. 파격적인 승점제 채택이 역작용을 일으켰다”라며 흥행 측면에서는 흉작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을 가했다. 90경기에서 154골(경기당 평균 1.84골)에 머물러, 직전년도(186골, 경기당 평균 2.07골)보다도 32골이나 모자랐다. 미국 월드컵 열기로 프로축구의 흥미가 반감된 가운데, 명문 구단을 자처하던 대우는 꼴찌로 추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신참에 속하는 일화가 창단 5년 만에 우승의 감격을 누렸지만, 승점제 개혁으로 공격 축구를 추구해 출범 11년을 맞아 제2의 도약을 노리려던 프로축구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실제로 이 시즌 총 관중 수는 82만 896명으로 경기당 9,121명을 기록했고, 이는 직전년도에 달성했던 100만 관중에 못 미치는 수치였다. 전용 구장을 두 개나 갖고 있는 포항제철은 24만 8,697명의 구름 관중을 유치하며 명문다운 저력을 발휘했다. 포항제철의 경기당 평균 관중 수는 1만 6,580명이었다. 2위는 현대로 18만 8447명(경기당 평균 1만 2,563명)을 모았으며, 유공이 5만 8,365명(경기당 평균 4,490명)으로 가장 적은 관중 수를 기록했다.


포항제철은 차상해가 간신히 두 자리 수 득점(10골)을 올리며 우승을 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했다. LG의 윤상철(9골)과 포항제철의 라데(8골), 유공의 김봉길(8골) 등이 뒤를 이었다. 차상해의 K리그 출범 후 두 번째로 적은 골 수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대체적으로 다른 시즌에 비해 공격수들의 골 기근이 두드러진 시즌이었음이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어시스트 부문에서는 윤상철이 8개를 기록해 도움왕을 차지했다. 일화의 신태용과 이상윤이 각각 6개씩을 올려 공동 2위에 랭크됐다. 윤상철은 리그에서만 17개 공격 포인트를 적립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 시즌 베스트 11은 득점 1, 2위를 차지한 차상해와 윤상철이 투 톱을 이루 가운데, 미드필드 다섯 자리 중 일화의 쌍두마차 신태용과 이상윤이 두 곳을 점거했다. 대우 김판근, LG 김동해, 유공 김봉길이 나머지 허리 라인을 메웠다. 수비는 스리백으로, 현대의 국가대표 센터백 최영일을 필두로, 일화의 이종화와 포항제철의 유동관이 나란히 선정됐다. 골키퍼는 당연히 사리체프의 몫이었다. 신태용·이종화·사리체프로 이어지는 일화 삼인방은 2년 연속 베스트 11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최우수 선수는 ‘팽이’ 이상윤이 차지했다. 이상윤은 리그 29경기에서 7골 6도움을 기록하며 두 경기당 거의 한 개꼴로 공격 포인트를 쌓은 활약을 인정받았다. 사리체프는 골키퍼상을 탔다. 서른 경기에서 23실점이라는 경이적인 실점율을 자랑했던 결과였다. 교과서적 수비를 펼친 최영일은 모범상을, 도움왕에 오른 윤상철은 감투상까지 이 시즌 유일한 개인상 더블을 달성했다. 최고의 감독은 일화에 첫 번째 우승을 선사한 박종환 감독이었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사진=베스트 일레븐 DB
그래픽=박꽃송이·김주희(www.besteleven.com)

축구 미디어 국가대표 - 베스트 일레븐 & 베스트 일레븐 닷컴
저작권자 ⓒ(주)베스트 일레븐.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www.besteleven.com

Copyright © 베스트일레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