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짤렸어?" 엄마의 의심.. '3주 재택근무' 생존기

"내일부터 출근 안 해""왜? 너 짤렸어?""아니, 재택근무하래""그냥 짤린 거 아니야?""아니라니까"
갑작스러운 재택근무는 어머니의 해고 걱정으로 출발했다. 근무 8개월 차,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내게 재택근무는 어색하게 다가왔다.
다만 '직장인들의 로망'인 재택근무가 내게도 현실이 되다니. 좀처럼 믿기질 않았다. 여전히 회사 출근 중인 지인들은 "부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스스로도 믿을 수 없는 재택근무는 그렇게 시작됐다.

어색함도 잠시, 재택근무의 참맛이 금세 찾아왔다. 왕복 3시간 가량 소요됐던 출퇴근으로부터의 해방이 컸다. 기상 시간이 1시간30분 늦춰졌고, 일을 마친 후에도 지하철·버스에서 사람들과 부대끼지 않고 곧바로 침대에 뛰어들었다.

가족과 함께 생활한 덕택에 밥과 밑반찬은 늘 준비돼 있었다. 그러나 점심시간엔 알아서 끼니를 챙경야 했다. 다 큰 어른이 '밥 차려달라'고 떼쓰는 건 너무 한심하니까. 주어진 한 시간 내 점심을 차리고, 먹고, 설거지까지 끝내기는 빠듯했다. 출근을 했다면, 밥을 먹고 커피까지 여유롭게 마실 수 있었을 터. 볕 좋은 날, 회사 근처 청계천에서 가벼운 산책도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집에 있는데도 집에 가고 싶다'는 것이다. 퇴근한 기분이 전혀 나질 않았다. "다녀왔습니다"라고 말한 뒤 바깥 일은 현관 밖에 두고 들어왔던 개운함이 사라졌다. 같은 처지의 재택근무 중인 선배들도 "집에 있는데 집에 가고 싶다"는 말에 공감했다.

눈칫밥도 늘었다. 재택근무 전날부터 열심히 화장실 청소를 하며 집주인(어머니) 마음에 들려고 노력했다. "재택근무하면 집에서 점심 먹겠네. 식비를 좀 내야 하지 않겠니?"라는 말이 문득 섬뜩했다. 애써 못 들은척 웃어 넘겼다.

1) 업무용 복장 갈아입기
먼저 업무용 복장을 따로 준비한다. 잠옷에서 업무용 복장으로 갈아입고, 업무가 끝나면 다시 잠옷으로 갈아입으면서 퇴근 후 슬랙스를 벗어 던지던 쾌감을 떠올린다. 이러나저러나 같은 '홈웨어 to 홈웨어'지만, 왠지 느낌이 다르다.
2) 방문 앞 근무시간 붙여두기
가족들이 근무시간에 "10시에 마스크 선착순 판매라는데 좀 사다줘" "지금 나가는데 설거지 좀 해 놔" 등의 부탁을 하거나, 잡담을 시도하면 난감하다. 그래서 문 앞에 근무시간과 '조용히 해달라'는 부탁을 적어뒀다. 사실 이건 '이 시간 동안은 일에만 집중한다'는 내 다짐이기도 하다. '침대가 폭신해 보인다' '보일러를 세게 틀고 따뜻한 방바닥에 눕고 싶다'는 욕망은 이겨내야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 중인 윗집 아이들의 층간소음, 밥먹고 TV보는 가족의 생활소음이 참기 힘들 때면 음악이 필요하다. 가사가 있는 음악은 안 된다. 클래식이나 뉴에이지가 좋다. 가사없는 MR을 틀었다간 코인노래방을 내 방으로 소환한다. 절대 경험담은 아니다.

직장인의 로망인 '재택근무'는 장점도 많지만, 일과 일상이 분리되지 않는 괴로움과 메신저로 모든 업무를 해결할 수 없다는 불편함 등은 큰 단점이다. 기사가 잘 안 풀릴 땐 선배에게 "도와주세요"라고 말로 건네던 시절이 그립다. 지난주 단 하루 출근해 선배들을 만났을 때 왜 이리 반갑던지.
모두에게 코로나19 없는 평범한 일상이 필요할 때다. 확진·사망 등의 안타까운 소식보단 완쾌·퇴원·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등의 반가운 기사를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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