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한국은 정말 봉일까?' 며느리도 모른다는 테슬라 가격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입력 2020. 6. 8. 11: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말,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미국에서 차량 가격을 일제히 인하했습니다. ‘모델 3’의 가격을 약 250만원 가깝게 내렸을 뿐만 아니라 고급 모델인 모델 S와 모델 X의 가격도 각각 600만원가량 인하했죠. 다만 신형인 ‘모델 Y’의 가격은 변동이 없었습니다.

차 가격을 내린다는데 싫어할 소비자는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과 한국 시장의 차이였습니다. 모델 S의 기본가는 한국에선 1억1360만원에서 570만원이 줄어든 1억790만원으로, 모델 X는 1억2160만원에서 560만원 줄어든 1억1599만원이 됐습니다. 모델 S와 모델 X의 인하 폭은 두 나라 사이에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언론을 통해 문제가 된 것은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모델 3’의 가격이었습니다. ‘미국에서는 2000달러나 내렸으면서 왜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냐는 것이었는데요. 심지어 지난해 ‘모델 3’가 한국 시장에 출시될 때 가격이 5239만원이었지만 현재는 130만원 인상된 5369만 원에 팔고 있다며 테슬라의 가격 정책이 한국에 차별적이라며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 정말 한국 소비자는 호구인가?…유럽 역시 멋대로

기사에 대한 반응은 예상했던 대로였습니다. ‘한국 소비자는 호구라서’ ‘한국은 봉이니까’ 등의 의견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일단 ‘모델 3’만 놓고 보면 상대적 박탈감을 받을 수 있겠다고 저 역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테슬라의 이 이상한(?) 가격 정책에 스트레스를 받는 곳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닙니다.

유럽은 전기차 시장 중 요즘 가장 뜨거운 곳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전기차 수요만큼은 변하지 않고 있으며,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유럽에서 테슬라는 말 그대로 인기 만점입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테슬라의 가격은 어떨까요? 이해하기 쉽게 유럽 6개 국가의 테슬라 모델 3 가격을 비교해 보여드리겠습니다. 가격은 2020년 6월 첫째 주 기준입니다.

-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

독일 : 4만3900유로
프랑스 : 4만9600유로
스페인 : 4만9000유로
오스트리아 : 4만6700유로
네덜란드 : 4만8980유로
포르투갈 : 4만8900유로

가장 기본 트림인 후륜구동 싱글모터 방식의 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의 가격을 보면 독일이 가장 저렴하고 이웃한 프랑스가 가장 비쌉니다. 환율 (1유로=1330원 기준)로 따지면 우리 돈으로 약 76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결과입니다. 독일 다음으로 저렴하다는 오스트리아조차 독일과 비교하면 400만 원가량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상위 트림은 조금 다를까요?

-롱 레인지 / 퍼포먼스

독일 : 5만3700유로 / 5만9990유로
프랑스 : 5만7800유로 / 6만4890유로
스페인 : 5만8700유로 / 6만5300유로
오스트리아 : 5만6100유로 / 6만1890유로
네덜란드 : 5만8980유로 / 6만4580유로
포르투갈 : 5만9600유로 / 6만5800유로

상위 트림의 경우도 독일이 가장 저렴합니다. 롱 레인지는 독일과 포르투갈의 가격 차이가 780만원 이상이 났습니다. 그런데 유럽연합에 속한 동유럽 국가의 가격은 위에 소개한 서유럽 6개국의 가격과는 또 달랐습니다. 에스토니아,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등의 6개국은 모두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동유럽 6개국 가격

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 : 3만9500유로
롱레인지 : 4만8200유로
퍼포먼스 : 5만2900유로

서유럽 국가들, 심지어 가장 저렴하다는 독일과 비교해도 더 저렴합니다. 유로화를 쓰는 EU 내에서도 국가별로 경제력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런 점이 가격 차이를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치면 독일보다 소득 수준이 높지 않은 포르투갈과 스페인,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의 판매가는 더 낮아야 하지만 또 그렇지 않습니다.

# 보조금에 따른 가격 변화?…미국과 중국은 되고 프랑스는 안 되고

이쯤되면 또 한 가지 질문을 하게 되는데요. 유럽도 국가별로 전기차 보조금 차이가 있는 만큼 이게 판매되는 가격의 차이를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독일은 6만 유로 이하의 배터리 전기차를 구입할 때 4000유로의 보조금을 지급합니다. 엊그제 코로나바이러스로 4만유로 이하의 전기차를 구입할 땐 9000유로까지 보조금을 늘리기로 결정했죠. 어쨌든 테슬라는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반면 프랑스의 경우 올해 1월부터 4만5000유로에서 6만유로 사이의 전기차에 지급하던 보조금을 6000유로에서 3000유로로 절반을 줄였습니다. 기본형이라 할 수 있는 스탠다드 레인지의 경우 프랑스 판매가는 4만9000유로이기 때문에 보조금 피해를 소비자가 받지 않게 하려면 가격을 4만4900유로 수준(그래도 독일보다 비쌈)으로 낮추면 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미국과 중국에서 보조금 혜택이 줄어드는 것을 고려해 가격을 인하한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반면 닛산 리프는 프랑스의 보조금 정책 변화에 따라 4만5000유로 이상의 일부 트림 가격을 인하해 보조금 혜택을 소비자가 그대로 누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시장의 규모, 상징성 등을 따지자면 비교가 안 되기는 하지만 어쨌든 미국과 중국에서 국가의 보조금 정책에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과는 분명 프랑스에선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 유럽 최애국(?) 독일의 모델 3 가격 변화

그렇다면 유럽에서도 특히 가격이 저렴한 독일의 테슬라 모델 3 가격은 그동안 어떤 변화를 보였을까요? 이 변화를 보면 혹시 테슬라 측의 가격 정책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역시 자료를 뒤적여 봤습니다.

-독일의 모델 3 가격 변화

2019년 4월

스탠다드 : 4만4370유로
롱 레인지 : 5만5780유로
퍼포먼스 : 6만5580유로

2019년 7월

스탠다드 : 4만5480유로
롱 레인지 : 5만2370유로
퍼포먼스 : 5만6370유로

2020년 2월

스탠다드 : 4만5370유로
롱 레인지 : 5만5070유로
퍼포먼스 : 6만1370유로

2020년 2월과 6월 사이 스탠다드의 가격은 다시 44,300유로로 낮아집니다.

2020년 6월

스탠다드 : 4만3900유로
롱 레인지 : 5만3700유로
퍼포먼스 : 5만9990유로

독일 내에서 모델 3의 가격 변화를 보면 2019년 여름 기본형인 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의 가격이 1000유로 이상 올랐으나 이후 계속 낮아져 최근 논란이 된 5월 말에는 400유로가 다시 인하됐습니다. 미국의 2000달러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한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의 모델 3 가격이 변하지 않은 많은 나라에 비하면 단돈 50만원이라도 독일에선 인하가 이뤄졌습니다.

롱 레인지와 퍼포먼스 트림 역시 처음 판매 때의 가격과 비교하면 역시 2000유로에서 5000유로 이상씩 각각 독일에서 인하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중간에 가격이 오히려 오른 경우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또 가격이 어떻게 변할지 모릅니다. 따라서 가격 변화의 추이를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 공교롭게도 모두 기가팩토리 들어선 곳

지금까지의 내용을 보면 테슬라의 가격 정책은 국가별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독일과 프랑스가 다르고, 한국과 미국, 유럽 내에서도 동유럽과 서유럽이 또한 다릅니다. 따라서 한국만이 아닌, 많은 나라가 테슬라의 가격 정책에 울고 웃고 있습니다. 오히려 가격 혜택을 보는 나라가 더 제한적이라고 보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다만 수시로, 지역별로 제각각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복불복’ 구매를 할 수밖에 없고, 며칠 사이에 같은 차를 다른 가격으로 사게 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소비자는 남과 구입가를 비교할 수밖에 없고, 이것은 호구 취급 당했다고 소비자가 생각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테슬라도 이점을 인식하고 설득력 있는 방향으로 가격 정책 변화를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테슬라 모델 3 가격이 인하된 나라들은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을 보였습니다. 우선 이번 5월 말에 ‘모델 3’의 가격이 인하된 미국과 독일, 그리고 지난 1월 이미 가격을 내린 바 있는 중국은 모두 테슬라 공장 ‘기가팩토리’가 들어섰거나 들어설 곳(베를린)이라는 점입니다. 또한 세 나라 모두 각 대륙에서 단일 국가로는 가장 시장 규모가 크고 경쟁이 치열한 곳입니다. 또한 자동차의 주요 시장으로 상징성이 있는 곳들이며, 현지 자동차 업체들의 존재감이 강하다는 특징도 보입니다. 혹시, 이런 이유들이 특별히 모델 3의 가격 경쟁력을 발휘하게 한 것은 아닌지 궁금하네요.

자동차 전문 매체 모터그래프(http://www.motorgraph.com)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