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란 녀석, 좀 멋있어"..'셀프 칭찬'을 해봤다[남기자의 체헐리즘]

남형도 기자 2020. 1. 11. 06: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 잘해" 매일 채찍질하다, 새해부터 스스로 칭찬해보니..좋아졌다, 나와 함께하는 하루가

[편집자주] 수습기자 때 휠체어를 타고 서울시내를 다녀본 적이 있습니다. 장애인들 심정을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생전 보이지 않던, 불편한 세상이 처음 펼쳐졌습니다. 뭐든 직접 해보니 다르더군요. 그래서 체험해 깨닫고 알리는 기획 기사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체헐리즘' 입니다. 제가 만든 말입니다. 체험과 저널리즘(journalism)을 하나로 합쳐 봤습니다. 사서 고생한단 마음으로 현장 곳곳을 몸소 누비겠습니다. 깊숙한 이면의 진실을 알리겠습니다. 소외된 곳에 따뜻한 관심을 불어넣겠습니다.

"나를 사랑합니다"를 요로코롬 동작으로 표현해봤다(죄송합니다). 그런데 스스로도 참 어색할만큼, 인색했었다. 그에 대한 얘기다./사진=풉 하고 웃었던 남형도 기자 아내


자정이 된 뒤, 노트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이렇게 쓱쓱 적기 시작했다.

새벽에 알람을 안 끄고 무사히 일어났다(대단하다!).
콩나물시루 같은 만원 지하철을 견디고 출근했다.
회사에 무려 10분 빨리 갔다(Oh, 언빌리버블).
비 오는데 저녁 운동을 갔다.
점심엔 샐러드를 먹었다(다이어트).
야식도 잘 참았다.
다행히도 아프지 않았다.
오늘 하루, 무탈하게 잘 보냈다.

그렇게 다 적으니, 마음이 참 뭐랄까. 진짜 흡족한 기분이었다. 참 소소하고, 평소 같음 무심하게 넘길 것들이었다. 그런데도 막상 써놓고 나니 달랐다. 썩 괜찮은 내 모습에 만족했다. '너란 녀석, 좀 멋있는데?' 하면서 머리를 쓰담쓰담 해줬다. 손발이 가스 불과 만난 쥐포처럼 오그라들었지만. '뭐, 아무렴 어때' 하면서.

촘촘하게, 부족한 걸 찾고, 맘을 조이고, 그게 돌아보는 이유였고 일상이었다./사진=남형도 기자 종이노트 캡쳐


'셀프 칭찬(스스로 칭찬하는 것)'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살면서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의식적으로 매일매일 하는 건.

난 내게 엄격한 편이었다. 누가 뭐라 안 해도 그랬다. 하루를 보낸 뒤 늘 '반성'만 했었다. 부족한 것들을 찾았다. '더 잘할 순 없었을까', '이것밖에 안 됐나', 그러면서 스스로 채찍질했다.

그건 때론 나를 더 낫게 만들기도 했지만, 대부분 주눅들 게 만들었다. 칭찬은 속삭임처럼 들은 뒤 "별 것 아니에요"하며 움츠러들고, 비판은 천둥소리처럼 듣곤 날을 바짝 세워 맘이 아프도록 조이고는 했다.

12월 마지막 날, 아내의 화장대 거울을 닦다가 두 가지를 깨달았다. 하나는 내가 거울을 자주 안 본다는 것, 또 다른 건 내 모습이 생각보다 무표정하단 것. 막연히 새해부터는 좀 행복해지고 싶었다.

그러려면 우선 나를 좀 아껴주잔 차원에서, 1월1일부터 '셀프 칭찬'을 시작했다. 다음은, 매일 잘한 일을 기록했을 때 일어난 내 맘의 변화다.

'자존감 점수'가 13점
자존감 점수가 13점, 그리 낮다곤 생각 안 했었는데./사진=주눅든 남형도 기자

나는 나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을까. 객관적인 측정을 좀 해보고 싶었다. 칭찬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그러기 전에 내 모습을 떠올려 봤다. 최대한 솔직해지고자 했다. 좋은 것과 나쁜 것 상관없이, 생각이 닿는 대로 한 번 해봤다.

그러자, 이런 것들이 먼저 떠올랐다.

지난번 기사를 많이 안 봤고, 스스로 기획이 잘못됐다고 탓했던 일.
아내가 괜찮다고 해도 생각을 떨치기 힘들었던 일.
새해 계획을 세우며 '잘 지킬 수 있을까' 생각한 일.
실행력이 떨어지는 것 아닌지 날 의심한 일.
팀장을 하면서 '리더십'이 부족하다며 자책한 것.
야식 하나 못 참는, '자제력' 부족을 탓한 기억.
살쪘단 생각에 사진 찍기 싫었던 모습.
기사를 쓰다, 이게 맞나 싶어 계속 곱씹고 나아가기 버거웠던 일.

왜 이리 안 좋은 것들만 떠오르는지. 굳이 자존감 테스트 없이도, 쉬이 짐작이 갔다. 나는 나를 평소 어떻게 생각했는지. 적어놓고 나니 괜스레 우울감이 밀려왔다.

자존감 점수가 13점. 실제 테스트를 해보니 결과는 역시나 그랬다. 30점까지는 자존감이 낮은 거란다. '마이너스 점수'를 받는 사람도 있다는데, 이걸 위안해야 할지. 헛웃음이 났다.

'칭찬'의 시작, 내가 낯설어했다
이렇게 칭찬을 모아놓고 보면, 꽤 괜찮은 나인 것처럼 느껴져서. 이 시간이 하루 중 좋았던 것 같다./사진=남형도 기자 스마트폰 캡쳐

그리하여 새해 첫날부터는 좀 달라지기로 했다. 매일 칭찬을 해보기로 했다.

중요한 건, 의식적으로 기록하는 거였다. 스마트폰 메모장에 틈틈이 쓰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내 좋은 점을, 새삼 바라봤으면 싶었다. 그리고 자기 전에 한 번씩 읽어보기로 했다.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내 기준이 꽤 엄격했다.

새해 첫날, 장모님이 끓여주신 떡국 한 그릇을 다 비웠다. 먹으면서 "어머님, 떡국이 정말 최고 맛있어요"라고 피드백을 했다.

좋은 걸 좋다고 얘기하는 날 칭찬해볼까. 그리 생각하다 말았다. 이건 당연한 거란 생각 때문에.

똘이야, 네가 웃고 있는 건 내가 잘 놀아주고 있는 거 맞제?/사진=똘이 마사지를 지켜보는 남형도 기자 아내


이제 6살이 된 반려견 똘이(말티즈)와 몸으로 열심히 놀아줬다. 땀방울이 이마에 흘렀다. 녀석의 시간은 빠르게 흐르니까, 그런 맘이었다. 똘이는 달려오며 웃고 있었다. "쪼물러 줄게"하니, 내 쪽으로 뒤돌아서 척 앉았다. 시원하게 마사지를 해줬다(좋아함).

이것도 칭찬할만한 일일까, 적을까 고민하다 또 그만뒀다. 사랑하면 함께하고, 아껴주고 하는 게 당연한 거니까.

그런 일들이 몇 번 반복된 뒤 깨달았다. 칭찬 기준이 꽤 까다로웠단 걸. 내게 말을 걸었던 건 대부분 자책이었고, 좋은 말은 아직 많이 낯설어한단 걸.

칭찬을 눈으로 볼 때의 '마법'
최대한 몸무게를 줄이려 알몸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체중계에 내 몸이 비춰서 흠칫 놀랐다. 급히 모자이크를 했다. 다이어트 결심 차원에서 오랜만에 몸무게를 쟀다./사진=현실을 외면하고픈 남형도 기자

그날 밤, 노트를 꺼내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렸다. 하루를 되돌아보며, 나를 칭찬할 만한 일들을 쭉 써보기로 했다.

쓸까 말까, 펜 끝을 물며 고민하느라 30분이 지나도록 1~2개밖에 못 썼다. 새해 다이어트를 결심했는데, '야식을 안 먹고 꾹꾹 참은 일' 정도였다. 그거 말곤 다 칭찬하기엔 무척 사소해 보였다. 쑥스럽기도 했다.

아무런 판단 말고, 그냥 쭉 쓰기로 했다.

야식을 먹고 싶은데 참았다.
휴일 근무를 잘 마쳤다.
TV를 보며 팔굽혀펴기를 했다.
똘이와 재밌게 놀아줬다.
뱃살이 얼마나 튀어나왔는지 똑똑히 봤다(용감).
떡국을 먹은 뒤, 맛있다고 '리액션'을 열심히 했다.

처음엔 이게 뭔가 싶어 실소가 나오다가, 가만히 찬찬히 바라보니 맘이 배불러 왔다. 눈을 감고 이게 어떤 기분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느꼈다. '너 오늘 꽤 괜찮았다', 그런 생각이 살포시 떠올랐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매 순간, 칭찬할 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종이컵 커피 홀더 없이 들고 오는 것. 환경을 생각하는 작은 맘이 담겼으니 '칭찬'./사진=사실 좀 뜨거운 남기자

매일 그리 칭찬했다. 나만 알고 있는, 아주 작은 것들까지도 끄집어냈다. 별 것 아니라 여기지 않고 좀 더 너그럽게 받아들였다. 내게 좋은 얘길 자꾸 건네줬다. 마음에도 비타민을 주듯이.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카페서 커피를 사면서, 종이홀더나 플라스틱 컵 뚜껑을 챙기지 않았다. '환경에 도움이 되고픈 작은 실천이네', 잘했다고. 지하철 안에서 시각장애인이 서 있길래, 자릴 양보했다. 피곤하지만 배려 돋았다고, 또 칭찬했다. 비 오는 날, 지하철역으로 아내를 데리러 갔다. 덕분에 비를 덜 맞았겠지, 맘이 좋아졌다. 학교 선생님이란 독자가 내 기사를 시험 문제에 냈다며, 메일로 보내줬다. 기사를 잘 쓴 덕분이라고 맘을 쓰다듬었다.


첨엔 시간을 정해놓고 칭찬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쭉 썼고, 그걸 입으로 소리 내어 읽기도 했다. 그리고 지나간 하루와 내 모습을 생각하며, 잠시 명상을 했다.

한 일주일쯤 지나니, 이게 익숙해졌다. 의식적으로 하지 않아도 됐다. 그러니 매 순간 '어, 이건 나 좀 잘한 것 같다'며 칭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면 좋은 기운이 생겼다. 몸도 맘도 가벼워졌다.

칭찬 범위도 좀 더 넓어졌다. 원래 특별히 잘했다 생각한 것만 칭찬했었다. 그러다 좀 더 일상적인 것들에도 맘이 닿았다. 이런 것들이다.

춥고 깜깜한 겨울 아침, 매일 집을 나서서 회사로 간다. 이것도 그래, 대견한 거라고, 스스로를 좋은 맘으로 위안해봤다./사진=남형도 기자


알람을 5개씩 맞춰, 아침에 안 늦고 잘 일어난 일.
어둑어둑한 겨울 새벽에 집을 나서고 출근하는 일.
전쟁 같은 하루를 잘 살아낸 일.
그 과정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떠올린 일.
다행히 아프지 않은 일.

"내가 잘 알잖아"…가까운 이의 칭찬
아내를 위해 남긴 메모. 웃으면 나도 웃으니까, 그런 맘에서. 같이 고생하는 걸 알아주는 마음도, 괜찮은 거라고./사진=남형도 기자

가까운 사람이 보는 내 좋은 모습은 어떨까. 그게 궁금해 가족, 친구들에게도 물어봤다.

제일 먼저, 아내에게 내 칭찬 좀 해달라고 했다. 가장 나를 잘 아는 사람이니까.

전기장판과 이불에 파묻힌 채 귀를 쫑긋 세웠다. 아내는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하나씩 천천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우리 OO(애칭, 소화기관 보호를 위해 생략)는 지혜로워. 배려심이 깊어. 그리고 잘 먹어. 책임감도 강해. 운전도 잘해. 운동도 잘하고, 근육도 있어. 뱃살도 푹신해(칭찬?). 똥도 잘 싸…"

거기까지 듣고 나서, 그만 들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아내는 최선을 다해 쥐어짜고 있었다.

고마웠고, 그런 얘길 들으니 내가 정말 그런 사람인 것 같아 행복해졌다. 적당히 노오란 빛의 침실 스탠드 조명이 유독 따뜻했다. 알 수 없는 좋은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그걸 오래 이어가고 싶어, 나도 아내의 장점을 소리 내어 하나씩 얘기해줬다.

그리고 그날 밤, 모처럼 좋은 꿈을 꿨다.

좋아졌다, 나와 함께하는 하루가
술 한 잔 먹고, 자아 도취에 빠져 이러고 있다.../사진=속이 거북한 남형도 기자 아내
그렇게 10일 동안의 짧은 체험이 끝났다.

갑자기 날 엄청 사랑하게 됐다거나, 그런 극적인 변화가 생긴 건 아니다. 그렇지만 분명 달라진 게 있다. 그걸 전하고 싶다. 나처럼 스스로 많이 괴롭혔고, 더 많이 채우지 못해 맘이 늘 공허했던 이들을 위한 얘기다.

나의 작은 하루는, 늘 바뀌어야 할 것과 나아져야 할 것들로 가득 찼었다. 그건 내일로 고스란히 품고 가야 할 숙제였다. 그러니 하루하루가 무거웠다. 나를 깎고 다스려야 했다. 그렇게 해서 더 단단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지 못한 날엔 다시 날 탓하기 바빴다.

그런데 부족한 나만 있는 게 아녔다. 잘한 나, 괜찮은 나, 칭찬하고픈 나도 있었다. 그걸 의식적으로 찾으니, 그제야 보였다. 그렇게나 무시하고 살았다. '자기반성' 같은 것만 끝없이 되뇌는 동안, 내 좋은 모습들이 눈 녹듯 사라지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내가 좋아지는 기분이란 게 썩 괜찮았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움츠러든 마음을 안아주는 힘이 됐다. '너, 어제 이런 것도 잘했었잖아', '괜찮은 사람이잖아' 이런 속삭임이 나지막이 들려왔다. 그게 자신 있게 임하는 힘이 됐다. 좋은 기운이었다. 어깨를 펼 수 있게 됐다.

스스로 싫어지는 순간에도 그게 힘이 됐다. 단점도 좀 더 너그럽게 품을 수 있었다. '나 진짜 싫다'라고, 바닥을 치고, 지하까지 뚫어 들어가 숨을만한 순간에도. 먹구름 사이사이로 햇살이 보이듯, 난 그래도 괜찮은 점도 많았었다고. 그리 생각하는 게 큰 위안이 됐다.

'자존감'에 대하여
거북이 느린 걸음으로, 발버둥 치며 걷는 나에게. 아무도 나를 보지 않아도, 내 마음 지키는 나를 향한 노래- 커피소년, 나를 사랑하자 中/사진=머니투데이db

내 맘속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진 걸까, 문득 궁금해졌다. 단골 서점서 책 냄새를 맡다가, 전문가들 이야기를 찾아 뒤적여 봤다.

정신과 의사이자 자존감 전문가인 윤홍균 작가의 '자존감 수업'에선 우리 모습을 이렇게 진단했다. "우리의 자아는 억울함과 슬픔에 빠져 있다"고. 오래도록 남들과 경쟁하고, 비교하고, 비난당한 탓이란다. 그래서 스스로를 이상하고 부족한 사람으로 매도해 온 거라고. 그동안 자신을 너무 못살게 굴었거나 억압해왔다고.

필요한 건 한 마디다. "괜찮아." 이 말을 자주, 내게 해주라고 했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에게 관대해지고, 합리화해야 한단다. "자기 안위에 빠져도 괜찮아", 이렇게 말해주란다. 자존감이 낮아져 있어도 좋다. 그저 "괜찮아. 그동안 수고했어"라 얘기해주면 된다. 지금 당장 되지 않아도, 괜찮다. 이제 첫발을 뗐을 뿐이라고.

"괜찮아", 어떤 감정이 들더라도 그리 얘기해주면 된단다./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장벽을 허물긴 쉽지 않단다. 뇌는 수많은 신경세포로 이뤄져 있고, 그건 단단한 고리를 형성하고 있어서. 그러니 부정적인 생각의 회로가 우리를 괴롭힌단다. 이를 허물기 위해선 뇌의 양쪽을 번갈아 가며 자극해야 한다. 이를 '양측성 자극'이라 한다. 대표적인 게 걷기다. 왼발과 오른발을 움직일 때마다, 양쪽 뇌가 번갈아 가면서 활동한다. 그럼 뇌 회로가 말랑말랑해진다.

이걸 하면서 나를 사랑하는 말을 건네주라고. 의자에 등을 기대고 편안히 앉은 뒤, 양팔을 X자로 포개어, 손가락이 반대편 어깨와 팔꿈치 사이에 놓이게 한다. 눈을 감고 손바닥으로 반대편 팔 윗부분을 토닥거린다. 왼쪽 한 번, 오른쪽 한 번, 1~2초 간격으로 교대로 두드린다.

그러면서 말을 하면 된단다. "괜찮아, 지금 잘하고 있어", "난 최선을 다했어, 그걸로 충분해", "난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에필로그(epilogue).비가 많이 내리던 날이었다. 저녁을 먹느라 배달 주문을 했다. 배달이 많이 밀렸는지, 예상 시간보다 1시간30분 정도 늦었다. 배가 슬슬 고파왔다.

배달 기사는 헐레벌떡 달려왔다. 헬멧에선 빗물이 뚝뚝 떨어졌다. 우비도 잔뜩 젖어 있었다.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함께 고개를 숙이며 그에게 말했다. 기사님 잘못이 아니라고, 비오는 날 이렇게 배달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고생 많으셨다고.

괜스레 내가 뭉클해졌다. 내 잘못이 아닌데도, 죄송하다고 얘기한 그 언젠가의 내게, 이제서야 건네는 위로 같아서.

[관련기사]☞한국 '탈일본' 속도에 놀란 일본, 6개월만에 불화수소 수출 허가'의학계 김태희'…주진모 아내, 민혜연 누구?한 모금에 세균 900마리…병에 입 대고 마셨다간'음주 귀순병사' 오청성, 방송 퇴출… 방송 통편집김구라, "이연수와 사귀는 거 어때요?" 제안에 발끈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