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나라서 왔다고 홀대..백인보다 같은 아시아인 더 차별 [한국형 외국인 혐오 보고서]
필리핀에서 한국인 남편을 만나 이주해 온 지 14년 된 B(36·여)씨도 한국인들의 인종차별 행태에 할 말이 많다. 그는 “한국인은 외국인이라고 하면 일단 경계한다”며 “한국말이 서툴거나 생김새가 다르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B씨는 한국인이 외국인을 이중적으로 대하는 태도도 지적했다. 그는 “잘사는 나라에서 온 백인의 경우 덜 차별받는다. 하지만 같은 아시아계이면서 못 사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에 대해서는 차별이 심하다. (결혼이주여성) 대부분 그렇게 느낀다”고 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느끼는 혐오와 차별은 피부색과 출신 국가, 인종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백인들은 한국인을 ‘친절하다’고 느꼈지만, 같은 아시아계는 더 많은 불친절을 경험했다. 한국인들이 피부색은 물론 인종, 출신 국가 등에 따라 외국인을 서열화하고 계급 짓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뜻이다.






◆한국인은 ‘백인’에만 친절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차별을 ‘한국형 인종주의’로 진단한다. 박경태 성공회대 교수(사회학)는 “우리의 인종주의는 서양의 것을 학습하며 우리만의 버전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백인을 정점으로 하고 흑인을 제일 밑에 두는 서양식 인종 질서 안에서 ‘우리는 그 중간 어디 있을 텐데’, ‘위쪽 어디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민족, 문화, 종교라는 변수가 작동하고 경제 수준도 인종차별의 숨겨진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며 “다른 비백인인 동남아 쪽 사람들은 밑에 있다는 우리식의 해석을 함으로써 우리의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는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한 노력을 오래전부터 이어왔다. 유엔은 이미 1965년 12월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을 유엔총회에서 채택했다. 이 협약은 1969년 1월 발효됐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인종과 피부색에 따라 직업 선택을 제약하거나 우대하는 행위 일체를 ‘차별 대우’로 못 박았다. 하지만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를 없애기 위한 우리나라의 노력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다. 국가인권위원회 등 어느 기관도 ‘인종차별’에 대한 제대로 된 정의조차 내리지 못한 현실이다.
특별기획취재팀=안용성·윤지로·배민영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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