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 "자본주의 심장 美서 뜨거운 반응.. 자막 장벽 뛰어넘길" ['기생충' 한국영화 첫 골든글로브상]

박진영 2020. 1. 7.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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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위상높인 봉준호 감독 / 美 주요 비평가협회상 휩쓸어 / "오스카서도 좋은 결과 나오면 / 한국영화 산업에 의미 있을 것" / 오스카, 영어 대사 '%' 규정 없어 / 외국어영화상에 작품상도 가능 / 최종 후보 13일 발표 기대 높여 / 해외 관객·평단 사로잡은 요인은
영화 ‘기생충’ 주역인 배우 송강호(왼쪽부터), 이정은과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 이앤에이 대표, 작가 한진원, 봉준호 감독이 5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들고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최초, 최초, 최초….
봉준호(51) 감독 영화 ‘기생충’의 한국영화사 기록 경신 행진은 어디까지일까. 지난해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로는 사상 처음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이어 5일(현지시간)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영화 첫 후보에 올랐고, 결국 외국어영화상 수상 영예를 안았다. 다음 목표는 미국 오스카, 아카데미다.
지난해 5월 영화 ‘기생충’ 상영 당시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 걸린 포스터. 이 영화는 지난해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25개국에서만 1500억원이 넘는 흥행 수익을 벌어들였다. 뉴스1
◆봉 감독 “본업으로 돌아가고파”… ‘기생충’, 흥행도 성공
봉 감독은 이날 시상식 뒤 기자들을 만나 “‘기생충’은 자본주의에 관한 영화인데, 미국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심장 같은 나라니 논쟁적이고 뜨거운 반응이 있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런 정치적인 메시지나 사회적인 주제도 있지만, 그것을 아주 매력적이고 관객들이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전해주는, 뛰어난 배우들의 매력을 어필했기에 좋은 반응이 있었던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어 “본업인 창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향후 계획을 밝히면서 “오스카에서도 어떤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한국영화 산업의 측면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봉 감독의 페르소나인 송강호는 “아쉽게 감독상을 받지 못한 불운을 오스카에서 달성하리라 생각하고 응원하겠다”고 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세계 최대 영화 시장인 미국에서 이룬 성과라 의미가 크다”고 축하의 뜻을 전했다.
‘기생충’은 칸영화제 등 각종 영화상뿐 아니라 미국 주요 비평가협회상을 휩쓸었다는 점에서 골든글로브 수상 가능성은 어느 정도 점쳐졌다. 작품성과 대중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흔치 않은 작품이다. 지난해 1008만여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의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외국어영화상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가운데)이 배우 송강호, 이정은과 함께 트로피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제공, 베벌리힐스=AFP연합뉴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한국을 시작으로 해외 37개국에서 개봉한 ‘기생충’의 흥행 수익은 1500억원이 넘는다. 미국 박스 오피스 집계 사이트인 모조에 따르면 이 영화의 흥행 수익은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25개국에서만 1억2973만여달러(1520억여원)에 달한다.
영화 속에서 기택(송강호)네 둘째 기정(박소담)이 박 사장(이선균)네 딸 과외 교사 면접을 앞두고 박 사장네 현관문 앞에서 ‘독도는 우리 땅’을 개사해 부르는 노래는 이른바 ‘제시카 송’(Jessica’s jingle)으로 불리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올해 1∼2월에는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영국 등지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다.
◆“‘기생충’, 대세 중의 대세”… 오스카 수상 가능성 커져

코미디와 드라마, 스릴러 장르가 결합된 ‘기생충’은 봉준호 장르가 정점을 찍은 작품이다. 봉 감독은 현실에 천착해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다양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 세계를 추구해 왔다.

이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봉 감독은 단연 최고의 스타였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모두가 ‘기생충’을 만든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면서 지난 3일 열린 ‘기생충’ 파티에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넷플릭스 영화 ‘결혼 이야기’의 노아 바움백 감독과 배우 로라 던, ‘밤쉘’의 제이 로치 감독 등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는 소식을 전했다.

주요 외신은 ‘기생충’이 오스카 외국어영화상 후보뿐 아니라 작품상 후보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든글로브에서는 ‘대사의 50% 이상이 영어여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작품상 후보에 들지 못했는데, 오스카는 이 같은 규정이 없다.

골든글로브상을 받으면서 오스카 수상 가능성은 커졌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는 “‘기생충’은 대세 중의 대세”라며 “칸 황금종려상에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까지 탄 상황에서 오스카 수상 가능성은 높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 달 9일 열리는 제92회 오스카 시상식 최종 후보는 오는 13일 발표된다.
◆‘양극화’ 숙제, 재밌게 풀어 공감 끌어냈다

영화 전문가 사이에서는 영화 ‘기생충’의 잇따른 쾌거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임을 증명한 극적 사례란 분석이 나온다. 봉준호(51) 감독이 ‘빈부 격차’, ‘양극화’란 전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한국적인 이야기 속에 그만의 문법으로 재밌게 풀어내 해외 관객과 평단을 사로잡았다는 지적이다.

영화 평론가인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BIFF) 프로그래머는 “‘기생충’은 전 세계 영화인의 최대 관심사고, 지난해 영화계 최대 화제작이란 점에서 골든글로브 수상 자체가 아주 놀라운 일은 아니다”면서도 “동시대 가장 뛰어난 작품들과 겨뤄 얻은 성과란 의의가 있고, 봉 감독 개인의 취향과 세계관이 강력히 투영된 작품이란 사실을 곱씹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프로그래머는 “‘기생충’은 예전 같으면 한국에서조차 특수한 장르영화 한 편 정도로 취급됐을 법하다”면서 “그간 한국영화계는 골든글로브나 오스카 수상을 꿈꾸며 지나친 보편성과 국제화, 혹은 ‘할리우드 벤치마킹 강박증’으로 대표되는 모방성을 의식해 온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런 점에서 ‘기생충’은 한 창작자의 자유롭고 고집스러운 창작품이 가장 보편적이고 높은 위상을 차지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며 “또 한국영화계에 어설픈 보편성이 아니라 고집스러운 독창성을 추구할 때에야말로 세계적 위상을 차지할 수 있다는 반성의 예시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김경만 국제교류전략팀장은 “‘기생충’이 가진 장점은 대중성”이라며 “반지하 집과 부잣집 간 계급 갈등이란 현시대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봉 감독만의 장르영화 문법에 맞춰 표현돼 재밌게 볼 수 있다”고 ‘기생충’의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김 팀장은 또 “많은 사람들이 ‘기생충’을 보고 입소문이 나 평단에서도 좋은 평가를 하기 시작한 결과가 골든글로브 수상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도 “‘기생충’은 굉장히 한국적인 이야기인데 한국적인 이야기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사랑받는 원인을 꼼꼼히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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