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사용후기 써달라' 뒷돈 준 기업 처벌..작성한 '인플루언서'도 제재 받나

박광연 기자 2020. 1. 2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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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SNS 관련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예나 지금이나 ‘입소문’은 가장 강력한 광고 수단 중 하나다. 상품·서비스 판매자의 ‘상업적 의도’가 담긴 광고보다는 실제 이용자의 경험이 담긴 ‘사용 후기’가 ‘솔직함’을 무기로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입소문은 정보통신기술(ICT) 발달과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확산되면서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2018년 12월 한국갤럽 조사결과에 따르면 SNS에 게재된 사용 후기가 TV광고와 매장광고보다 소비자들의 상품 구매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을 정도다.

기업들은 상품을 입소문 내는 ‘바이럴 마케팅’ 수단으로 ‘인플루언서(Influencer)’에 주목한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인플루언서가 작성한 후기를 본 수만~수백만명의 팔로어(구독자)들은 곧 상품의 잠재적 소비자다. 팔로어들은 자신이 따르는 인플루언서의 사용 경험을 신뢰하며 선뜻 구매를 결정한다.

그러나 인플루언서의 사용 후기가 꼭 솔직하지만은 않다. 2017년부터 작성된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의 사용 후기 게시물 4177건은 기업들로부터 대가를 받았으나 이를 알리지 않은 ‘기만 광고’였다. 대가로 지급된 제품과 현금은 총 11억5300만원에 달했다.

이러한 사실을 적발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시정명령과 총 2억6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제재 부과 대상은 인플루언서들에게 대가를 주며 광고를 요구한 화장품·가전제품·식품 분야의 총 7개 기업들이었다. “인플루언서들에게 경제적 대가를 지급했음에도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이러한 사실이 공개되지 않도록 은폐·누락했다”는 이유에서다.

기업으로부터 대가를 받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가 공정위에 적발된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의 사용 후기 게시물. 공정위 제공.

정작 대가를 받고 기만 광고를 게재한 주체인 인플루언서들은 제재를 받지 않았다. 현행 표시광고법이 허위·과장·기만광고 등의 제재 대상을 ‘사업자’로 정해뒀기 때문이다. 사업자로 보기 어려운 인플루언서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기만광고를 요구한 기업만 처벌받고, 기만광고를 게재한 인플루언서는 제재를 피해가는 현행 법령의 빈틈을 메꿔야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정치권에서 나왔다.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은 같은 당 의원 9명과 함께 지난 17일 표시광고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인플루언서로 대표되는 ‘인터넷 유명인’이라는 개념을 법에 포함하고, 이들이 상품 추천 등의 대가로 사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원 의원 등은 법안 발의 이유에 대해 “인터넷 유명인이 유명세를 이용해 사용 후기 게시물을 올려 소비를 유도하면서도, 사업자로부터 경제적 보상을 받았다는 점을 알리지 않은 채 실제 사용 후기인 것처럼 기만하는 사례가 많다”며 “소비자는 합리적 구매 결정을 방해받아 재산적 피해를 입는 반면, 인터넷 유명인은 광고 수익 등 부당이득을 보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안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면서도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표시광고법 취지상 개인인 인플루언서 제재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분석한 ‘표시광고법 해외 규제 사례’를 보면 미국·영국·일본 등 해외 경쟁당국도 ‘대가 미표시 기만광고’의 법적 책임을 사업자에게 부과한다. 기만광고를 게재한 개인에 대해서는 교육 등 시정조치를 하거나 자체 개선을 유도한다.

한편 국내의 식품표시광고법은 사업자 뿐 아니라 인플루언서도 제재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이달 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 관련 허위·과대광고를 한 인플루언서 15명을 적발한 바 있다. 원 의원실 관계자는 “식품 분야 표시광고법에서처럼 일반 표시광고법에도 인터넷 유명인을 제재 대상에 포함하고, 판단 기준은 대통령령에 위임한다는 것이 법개정안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인스타그램 ‘대가 미표시 기만광고’를 제재하며 “사진·동영상 등 SNS 특성을 고려해 소비자가 대가 지급 사실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표시하는 방안과 유의사항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올해 중으로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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