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시인 정현종 등단 55년

기자 2020. 5. 2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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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잎 위에 흘러내리는 햇빛과 입 맞추며/ 나무는 그의 힘을 꿈꾸고/ 그 위에 내리는 비와 뺨 비비며 나무는/ 소리 내어 그의 피를 꿈꾸고/ 가지에 부는 푸른 바람의 힘으로 나무는/ 자기의 생(生)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는다.' 1965년 등단한 시인 정현종(81)이 1972년에 펴낸 첫 시집 '사물의 꿈'에 담았던 시 '나무의 꿈'이다.

올해로 등단 55주년인 그가 시선집 '비스듬히'를 지난달 내놓고, 해마다 스승의날에 연세대 제자들과 가져온 모임을 코로나19 때문에 일단 취소하며 "사람이 꼭 달력에 적힌 대로 해야 하는 건 아니니, 6월 이후 또는 내년까지 미루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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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고문

‘그 잎 위에 흘러내리는 햇빛과 입 맞추며/ 나무는 그의 힘을 꿈꾸고/ 그 위에 내리는 비와 뺨 비비며 나무는/ 소리 내어 그의 피를 꿈꾸고/ 가지에 부는 푸른 바람의 힘으로 나무는/ 자기의 생(生)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는다.’ 1965년 등단한 시인 정현종(81)이 1972년에 펴낸 첫 시집 ‘사물의 꿈’에 담았던 시 ‘나무의 꿈’이다. 요즘도 찾아 읽고 음미하는 사람이 많다. 그의 시가 현대의 고전(古典)인 이유다. 시대를 넘어 애송되는 걸작이 워낙 많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가 전문(全文)인 ‘섬’도 그중 하나다. ‘방문객’ 앞부분은 이렇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또 다른 명시 ‘견딜 수 없네’에선 ‘있다가 없는 것/ 보이다 안 보이는 것/ 견딜 수 없네/ 시간을 견딜 수 없네/ 시간의 모든 흔적들/ 그림자들/ 견딜 수 없네/ 모든 흔적은 상흔(傷痕)이니/ 흐르고 변하는 것들이여/ 아프고 아픈 것들이여’ 한다. 등단하던 해에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기자 생활을 거쳐 국문학 교수로 1982년 부임한 연세대에서 2005년 정년퇴직한 뒤로도 열정적인 창작을 이어오면서 이런 말도 했다. “시는 몸과 마음을 허공처럼 가볍게 하고, 통풍을 잘 시키며, 온통 새벽빛으로 물들이는 언어다. 시를 쓰거나 읽을 때 그 시의 공간 속에서 태아와도 같이 맑은 피와 드높은 음식을 공급받는다.”

올해로 등단 55주년인 그가 시선집 ‘비스듬히’를 지난달 내놓고, 해마다 스승의날에 연세대 제자들과 가져온 모임을 코로나19 때문에 일단 취소하며 “사람이 꼭 달력에 적힌 대로 해야 하는 건 아니니, 6월 이후 또는 내년까지 미루겠다”고 했다. 문단에서 ‘한국 현대 시가 이룬 가장 중요한 성취 중 하나’로도 불리는 그의 시 ‘비스듬히’는 ‘생명은 그래요/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들 좀 보세요’ 하고 시작한다. 철학적이면서도 쉽게 가슴에 와 닿는 시로도 널리 알려진 정 시인이 ‘시가 지향하는 혁명은 꿈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라는 이유를 곱씹어보는 것만으로도 지적·감성적 충만감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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