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브리핑] 어린이날 라떼는 말이야

전현석 기자 2020. 5. 5. 06:5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다마고치/조선일보DB

5월5일 어린이날 모닝브리핑,

오늘은 ‘어린이날 라떼는 말이야’ 특집입니다.

◇코로나가 망쳐버린 어린이날

“1년 내내 기다린 어린이날인데, 코로나가 다 망쳤어요.”

올해 어린이날을 맞이하는 어린이들 표정이 좋을리 없겠습니다만, 유난히 쓸쓸한 5월을 보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일러스트=이철원

보육원·그룹홈 등 ‘아동 생활 시설’에서 지내는 어린이들입니다. 올해는 선물도 후원도 확 줄었고, 믿고 따르던 자원봉사자 발길도 끊겼다고 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 때문에 봄 나들이도 못하고 있습니다. (기사 바로가기 ▶bit.ly/2SvwPaf)

◇어린이날, 처음에는 5월1일

이런 상황을 어린이 운동 선구자인 소파 방정환 선생이 봤다면 얼마나 슬퍼했을까요?

어린이날은 방정환을 포함한 일본유학생 모임 ‘색동회’가 주축이 된 조선소년운동협회가 1923년 공포했습니다. 날짜는 5월5일이 아닌 5월1일이었습니다.

조선뉴스라이브러리100(1920년 창간부터 1999년까지 조선일보 기사 검색 서비스)에서 ‘어린이날’을 검색하면 1923년 5월1일자 조선일보에서 ‘意味(의미)가 最多(최다)한 五月一日(5월1일)’ 기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기사 바로가기 ▶bit.ly/35DldHC)

1923년 5월1일 첫 어린이날 행사는 천도교당에서 열렸다. 1923년 5월3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어린이날 행사 사진. 왼쪽 사진에는 '어린이들이 춤추는 광경' 오른쪽은 '해방운동의 첫날을 기쁨으로 맞으며 모이어 들던 어린이들'이라는 설명이 달렸다. /조선일보 뉴스 라이브러리

이 기사는 5월1일 노동 기념의 날(근로자의 날)과 어린이날을 축하하고 있는데, 어른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합니다.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부드럽게 대하여 주시오.’

‘대우주의 뇌신경의 말초는 늙은이에게도 있지 아니하고 젊은이에게도 있지 아니하고 오직 어린이 그들에게서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늘 생각해 주시오.’

어린이날 기념은 일제 탄압으로 1939년부터 중단됐다가 광복 이후 부활했습니다. 해방 후 첫 기념식은 1946년 첫째주 일요일인 5월5일 휘문중학교 교정에서 열렸는데, 이때부터 5월5일이 어린이날이 됐다고 합니다.

1954년부터 정부는 어린이날을 국가적 행사로 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기사 바로가기 ▶bit.ly/2W23Lcn)

어린이날이 공휴일이 된 건 1975년부터입니다. 이때부터 어린이날을 챙기는 가정이 크게 늘고, 가족이 함께 나들이 가는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린이날 선물 변천사

1970년대까지만 해도 어린이들이 어린이날 선물을 받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경제 사정이 좋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날 선물이 본격 등장한 건 1980년대부터입니다. 당시 어린이들에게 최고의 선물은 제과회사에서 만든 ‘종합선물세트’였습니다. 커다란 박스 안에 껌, 초콜릿, 사탕, 과자가 채워져 있었습니다.

1980년대 오리온제과의 과자 종합선물세트./조선일보DB

1990년대 들어서 장난감 선물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1996년 미도파백화점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어린이날 인기 선물’에 따르면 남학생은 게임기와 롤러스케이트, 여학생은 인형과 레고를 가장 받고 싶어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에는 ‘다마고치’(1996년 출시)가 인기였습니다. 일본어로 ‘달걀’을 뜻하는 ‘다마고’와 시계를 뜻하는 ‘워치’의 합성어인 다마고치는 가상으로 반려동물을 먹이고 재우며 키우는 달걀 모양의 휴대용 게임기입니다.

다마고치 가격은 2만~3만원 수준으로 그때 물가로는 꽤 비싼 장난감에 속했습니다. 당시 초등학생 사이에선 다마고치 열풍이 불었고, 1997년 5월 교육부에서 초중고교생들의 다마고치 학교 반입을 금지한 적도 있습니다. 또 외제 일색으로 선물을 사주는 어린이날 풍속도를 비판하는 칼럼이 실리기도 했습니다. (칼럼 바로가기 ▶bit.ly/3fl7E3W)

2000년대 이후에는 컴퓨터, 스마트폰, 드론 등이 어린이날 선물로 인기였습니다.

◇인기 나들이 장소가 창경원이었다는데

어린이날 가장 인기 있었던 장소는 창경원(현재 창경궁)이었습니다. 창경원은 지금과 달리 동물원과 식물원이 있는 놀이공원이었습니다. 어린이날에 하루 수십 만 명의 인파가 몰려 미아가 속출하기도 했습니다.

1970년대 어린이날 최고 나들이 장소는 창경원이었다. 사진은 1979년 4월14일 창경원 봄나들이에 나선 시민들이 입장하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조선일보DB

창경원은 일제가 창경궁을 훼손해 만든 유원지였습니다. 1980년대 궁궐로 다시 복원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 1983년 창경원 시설을 모두 철거하고 1986년 현재의 창경궁 모습으로 재개관했습니다. 창경궁 내 동물원과 식물원은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이전해 각각 1984년과 1985년 재개장했습니다. 이후 에버랜드(용인자연농원·1976년 개장), 롯데월드(1989년 개장) 등이 어린이날 나들이 장소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올해는 아쉽지만 어린이날 외출 자제”

방역당국은 어린이날 집 밖에 나가지 말 것을 거듭 당부하고 있습니다. 동물원 등을 방문할 때는 다른 사람과 2m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실내 시설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합니다. 귀엽다는 이유로 동물을 쓰다듬어서도 안 됩니다. (기사 바로가기 ▶bit.ly/2xze0f3)

내년에는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돼 어린이들이 어린이날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으면 합니다.

◇윤희영의 News English ‘코로나19의 합병증·후유증 furlough’

오늘 윤희영의 News English는 ‘furlough’에 대해 설명합니다.

그림=김도원 화백

코로나 19가 횡행하면서(be rampant) 지구촌 경제도 양성반응을 보여(test positive) 빈사 상태에 빠진(be thrown into critical condition) 가운데, ‘furlough’라는 생소한 단어(unfamiliar word)가 바이러스처럼 퍼지고 있다. ‘펄로’로 읽히는 이 단어의 대략적인 뜻은 ‘무급 휴직(unpaid leave)’ 또는 ‘일시 해고(temporary layoff).’ (윤희영의News English바로가기 ▶bit.ly/2KZd5rd)

5월5일 모닝브리핑 이만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