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기름색·톳색·도토리묵색.. 비슷해도 이름은 다 달라요

채민기 기자 2020. 4. 22. 03:0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100년 기획 - 말모이 100년,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
- '색이름 사전' 펴낸 신소현·전민성
352가지 색의 우리말 명칭 제안.. 해당 색깔로 그린 그림도 게재
"사물서 따온 친숙한 색상명, 일상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길"

빨갛다, 벌겋다, 불그죽죽하다, 불그스름하다…. 한국어는 색깔을 나타내는 형용사가 풍부하다고 흔히 이야기한다. 그런데 색이름도 그럴까? 카키색, 베이지색, 핑크색 같은 외래어를 습관적으로 쓰고 있는 건 아닐까?

디자인 스튜디오 오이뮤(OIMU)에서 최근 펴낸 '색이름 352'는 이런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오이뮤는 이 책에서 352가지 색의 우리말 이름을 제안했다. 달고나색, 막걸리색, 참기름색, 푸른곰팡이색, 오징어먹물색처럼 친숙한 사물의 이름을 빌렸다. 오이뮤는 민화나 성냥처럼 잊혀가는 물건들을 소재로 디자인을 선보여왔다. 언젠가 만났던 그런 물건들을 소중히 여긴다는 뜻에서 스튜디오 이름도 영어 'One day I Met You'를 줄여 오이뮤라고 지었다. 작업 재료였던 고운 노방(한복 옷감)의 색이름을 찾다가 '우리말 색이름 사전'(이하 사전)이라는 책을 알게 됐고 이를 바탕으로 새 책까지 펴냈다. 오이뮤 신소현(34·작은 사진 오른쪽) 대표와 전민성(36) 실장은 "사전에는 상록수색, 석류색처럼 새로운 색이름이 가득했다"면서 "더 다채로운 색상을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이 책을 재해석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1991년에 초판, 2006년에 증보판이 나온 사전은 현재 절판 상태다.

저자를 찾아가 지식재산권 이용 허락을 받고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사전에 나오는 명칭과 KS 산업표준에 등록된 관용색명(관습적으로 통용되는 색이름)을 새 책에 실릴 색이름 후보에 올렸다. 양쪽의 색이름이 엇갈릴 땐 혼동되지 않도록 산업표준에 우선순위를 뒀다. 브라운올리브(brown olive)를 '톳색'으로 바꾸는 등 어려운 외국어 대신 우리말 이름을 제시하고, 육색(肉色·붉은색의 일종)처럼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이름은 제외했다. 이렇게 총 352가지 색이름을 선정했다.

코스모스색과 낙엽색, 나팔꽃색(왼쪽부터) 페이지를 실제 사물을 배경으로 펼친 모습. 식물·동물·음식 이름을 빌려 352가지 색의 이름을 우리말로 나타냈다. /오이뮤

한쪽에 색깔 하나씩, 해당 색깔로 그린 단색 그림과 함께 소개한다. 일부 색깔은 작가들의 짧은 글도 함께 실었다. 예컨대 '도토리묵색'에서 구달 작가는 묵을 쑤는 과정을 서술한 뒤 "사람이 팔뚝으로 쑤어 입힌 색"이라고 표현했다. 디자이너들이 색을 찾아 쓸 수 있도록 색상표상의 좌표 값을 밝히고, 컴퓨터용 색상 견본도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게 했다. 전민성 실장은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이름으로 일상의 색 표현을 다채롭게 하자는 뜻을 담았다"고 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숲으로, 강으로, 시장으로 나가 나무와 꽃, 풀, 새, 채소의 이름과 색을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자연을 느끼고 색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자 생활이 더 풍요로워졌죠."

책은 준비 단계부터 화제였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목표 모금액 200만원을 한나절 만에 채우고 총 20배가 넘는 금액을 후원받았다. 오이뮤는 "출간 후에도 식음료, 패션, 디자인 등 여러 분야에서 우리말 색이름을 쓰고 싶다는 반응이 들어왔다"면서 "이 책을 통해 우리말 색이름이 일상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길 바란다"고 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