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종인 "보수의 가치 변해..통합당, 진보보다 더 앞서갈 수 있다"
[경향신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 단독 인터뷰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80)은 8일 “70년대생 40대 경제전문가가 나타났으면 하는 것은 희망사항이지 현실적으로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서 “여든 야든 그런 사람은 안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 미래통합당 대표실에서 진행한 경향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시대 변화에 적응 못하면 안 된다. 그런 보수는 싫다”며 “보수라고 해서 앞서가는 걸 못한다고 생각하지 말라. 진보정당보다 더 앞서가는 걸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 4일 화두로 던진 기본소득 논쟁과 관련해서는 “당장은 시행이 어렵다”면서도 “(그렇다고 전 국민 고용보험도) 고용보험이란 뜻 자체를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라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을 지적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차기 대선과 관련해 “이 당도 아직 인물이 안 보이고 여당 후보군도 고만고만하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해선 “국민의당 틀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테니 새로운 틀에서 기반을 구축해보겠다고 생각한다면 통합당에 노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약 1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모든 질문에 거침없이 답했다. 다만 과거에 견줘 정제된 답변이 많았다.
40대·70년대생 경제전문가
여도 야도 그런 사람 안 보여
기본소득 당장 시행 어려워
21대국회 원 구성 교착상태
여 177석인데 뭐가 겁나서
법사위를 해야한다고 하나
나는 책무 다 하면 떠날 사람
당내 반대 신경 쓰면 일 못해
각오하고 왔다, 뜻대로 할 것
- 4·15 총선 참패 이후 비대위원장을 수락했다. 수락한 배경은.
“2016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으로 갈 때와 상황이 비슷하다. 여당이 너무 비대하고 야당이 왜소해지지 않았나. 어느 정도 균형이 유지돼야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국민의 행복을 위해 좋다고 생각한다. 비대위원장 한다고 해서 내게 돌아오는 건 사실 없다. 책무를 다 이행하면 미련 없이 떠날 사람이다. 민생 발전을 위해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해야 한다 생각했다.”
- 비대위원장 추대를 두고 당내가 시끄러웠다.
“나는 선거가 끝나면 일상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그때 심재철 대표 권한대행과 영남 중진 의원까지 전화 와서는 통합당을 도와달라 했다. 이런 경험 많이 해본 사람이다. 그때는 ‘생각을 해보겠다’고밖에 안 했다. 그러나 상황을 보니 도와줘야겠더라. 통합당을 걱정하는 국민들이 많았다.”
- 취임 일주일 됐다. 당내 반발이 여전하다.
“일정한 반대가 있는 건 당내 민주주의 발전에 나쁘지 않다. 신경 안 쓴다. 신경 쓰면 이 일을 할 수가 없다. 각오하고 왔으니 우여곡절이 있다고 하더라도 생각한 대로 하겠다.”
- 경제혁신위가 기본소득, 저출산 이슈 등을 다룬다고 들었다. 그러나 재정 보수주의자들이 많은 당이다.
“내가 지금까지 안 된다고 하는 걸 관철한 사람이다. 1977년 건강보험 도입, 1987년 헌법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넣을 때도 그랬다. 재벌의 부동산 매각도 추진해봤다. 미래통합당이 보수라고 해서 앞서가는 걸 못한다고 생각하지 말라. 어떤 의미에서 진보정당보다 더 앞서가는 걸 할 수도 있다.”
- ‘보수’라는 단어를 싫어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보수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마치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옛날 것만 지키면 된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지나면 보수의 가치도 변할 수밖에 없다.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 생각해봐라. 한나라당이 그때 반대했다. 무상급식한다고 무슨 큰 구멍이 난 것도 아니잖나. 변화를 추종하지 못하면 안 된다. 그런 보수를 싫어한다는 뜻이다.”
- ‘김종인 비대위’가 당 개혁에 성공해도 ‘김종인’ 이후 원상복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9대 총선과 18대 대선 때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를 내세웠다가 글씨 하나 안 남기고 지워버렸다. 결과적으로 오늘날과 같은 사태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으리라고 믿는다. 지금은 다음 대통령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다.”
- 기본소득을 화두로 던진 이후 여야 논의가 활발하다.
“당장은 시행하기 어렵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야당에 기본소득의 선수를 뺏길까 싶어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지사에게 지지 않겠다고 전 국민 고용보험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러나 건강보험료도 제대로 못 걷고 있는데 고용보험료를 전 국민에게서 걷는다는 건 고용보험 뜻을 이해 못하는 소리다.”

- 대선이 1년10개월 남았다. ‘40대 기수론’ 말하면서 예전 후보들은 시효가 끝났다고 했다.
“경제 문제에 지식을 가진 지도자가 프랑스의 마크롱처럼 출현하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소망하는 최선의 방법인데 그게 없으면 차선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2년 동안 그런 사람(40대 경제전문가)이 있는지 많이 접촉해봤으나 여야 모두 안 보이는 것 같다.”
- 여당 대선 후보 중 가장 까다로운 후보는.
“다 가능성만 있다고 말하는 것이지 그 사람들이 확정적으로 후보가 된다는 보장은 없는 것 같다.”
- 다 고만고만하다는 뜻인가.
“그렇다.”
- 윤석열 검찰총장 영입론도 거론된다.
“현직 검찰총장은 거론하면 안 된다. (뜻이 있다면) 본인이 채비하고 경쟁에 뛰어들면 결과는 지켜봐야 된다.”
- 황교안 전 대표의 역할은 있을까.
“이번 총선에서 본인의 뜻이 좌절됐다고 생각하지만 본인이 뜻을 계속 갖고 있는지는 두고 봐야 한다.”
- 통합당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합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안 대표가 국민의당 틀을 갖고는 (대선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테니까 새로운 기반을 구축해보겠다고 생각하면 통합당에 노크할 거라고 본다.”
- 안 대표가 통합당에 노크하면 받아주나.
“미리부터 노(NO)라고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 무소속 홍준표·김태호·권성동·윤상현 의원 등의 복당은 언제쯤 논의되나.
“급할 게 없다. 103석이나 107석이나 대세에 지장 없는 의석이다.”
- 여야 원구성 협상이 교착 상태다.
“30년간 지켜온 관행을 숫자가 많다고 무시한단 건 민주주의 정치에서 잘 이해가 안 된다. 177석 정당이 뭐가 겁나서 법사위를 해야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 민주당은 윤미향 의원 논란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국민들이 그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배려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 전직 두 대통령의 구속과 탄핵에 대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 적이 있다.
“적절한 시기가 되면 할 것이다. 서로 의견이 엇갈릴 수가 있기 때문에 조정이 되면 하겠다.”
- 2017년에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적이 있다. 지금은 어떤가.
“그런 생각이면 여기 오지도 않았다.”
『
“잠재 대선후보에 뭔 얘기를 해…” 인터뷰 내내 신중 화법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존과는 달리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짧은 메시지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화법을 구사했지만 이날은 달랐다. 특히 ‘호불호’를 거침없이 드러내던 대선 후보에 관한 평가에선 더욱 말을 아꼈다. 최근 행보에 대한 보수 측 반발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 일주일 만인 이날 “일방적으로 북한 요청에 끌려다녀선 안 된다”며 문재인 정부를 처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유승민, 홍준표 등 보수진영 대선주자에 관한 인물평을 묻자 “잠재적 후보 중 하나니까 내가 어떻게 보느냐를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황교안 전 대표에 대해서도 “이번 선거에서 조금 좌절됐다고 생각하면 본인이 그 뜻(대선)을 계속 갖고 있는지 아닌지는 두고 봐야 한다”면서 개인적 평을 꺼렸다. 보수진영 일각의 윤석열 검찰총장 영입 주장에는 “현직에 있는 검찰총장을 거론하면 안 된다”고 잘랐다.
앞서 비대위원장 취임 직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후보들을 향해 “시효가 끝났다”고 한 발언으로 당내 반발을 겪었던 터라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밝힌 대정부 비판 발언도 보수층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는 대북전단 살포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정부를 향해 “일방적으로 북한 요청에 끌려다녀선 안 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많은 대여 투쟁 이슈에 침묵했던 이유를 묻자 “전략적이 아니라 회의를 두번밖에 안 했다”면서 “북한을 약자로 생각하고 배려하는 것까진 좋은데 휘둘리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임지선·박순봉·심진용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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