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기 전 체력 비축"..치어리더의 쿨한 코로나 적응
"응원전 준비 시간 늘었으니 제대로 보여줄 것"
"야구팬 가득한 응원단상에 얼른 서고 싶어"
“제 성격이 워낙 밝아요.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줄 때 보람차요. 그게 이 일을 계속 하는 이유랍니다.”

지난 13일 프로야구 NC다이노스 홈구장 창원NC파크에서 응원단 ‘랠리 다이노스’의 장세정(32) 치어리더팀장 목소리엔 힘이 느껴졌다. 장 팀장은 FC서울(프로축구), 키움 히어로즈(프로야구), 전자랜드(프로농구), IBK기업은행(프로배구 여자부) 등을 거친 경력 10년차 ‘베테랑’ 치어리더다. 하지만 그런 경력에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모든 프로스포츠가 중단되는 것은 처음 겪는 일이다. “일이 없으니 다들 그간 모아놓았던 걸로 빠듯하게 버티고 있어요. 그래도 준비할 시간이 늘어난 만큼 열심히 연습해 팬들에게 제대로 된 응원전을 보여 드리고 싶네요.”

◇“더 바빠지기 전 쉬는 걸로 생각해요”
원래 매년 2~4월은 치어리더들에게 가장 바쁜 시기다. 농구·배구 등 겨울스포츠 시즌 마무리에 프로야구 개막, 지역 축제, 기업 체육회까지 소화하려면 거의 ‘주7일’ 일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 장 팀장은 코로나 때문에 지난 2월 25일 프로배구 무관중경기 이후 응원단상에 못 서고 있다. 통상 치어리더팀은 통상 8~9명으로 이뤄지는데, 팀장·부팀장은 회사로부터 월급을 받지만 나머진 경기당 10만~20만원을 받는다. 전체 치어리더의 약 70%가 2월말부터 사실상 수입이 없는 셈이다. 그렇다고 아르바이트도 함부로 할 수 없다. 외부 활동으로 코로나에 감염되면 연습을 못하게 되고, 구단이나 스포츠팬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모여 연습할 때도 출퇴근 시간 등 사람이 붐비는 시간을 피한다. 장 팀장은 “한동안 팀원들에게 미용실 이용도 자제하도록 당부했다”며 “팀원들끼리 서로 네일아트를 해줄 때도 있다”고 했다.

장 팀장은 코로나로 맞은 위기를 자신과 팀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로 생각한다. 최근 한 지자체에서 무관중 공연 영상 촬영 후 ‘사회적 거리두기’ 중인 지역 주민들을 위해 방송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는데, 장 팀장과 팀원들은 여기에 지원하기도 했다. 그는 “지역 사회 소상공인들이 우리보다 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코로나가 진정되면 할 수 있는 지역사회 밀착형 이벤트나 봉사활동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스포츠경기만 무대로 생각하다가 다른 활동도 구상하게 됐다”고 했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 노래나 동작 등을 통해 서로 흥을 돋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지역 사회 어린이를 대상으로 댄스나 치어리딩을 가르치는 것이다. 장 팀장은 스포츠 이벤트사와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 등도 준비 중이다. 그는 “준비한 게 하나 둘 진행되면 코로나 진정 후 예년보다 2~3배 바빠질 것”이라며 “그때를 대비해 좀 쉬는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몸풀기 끝…본격 응원 준비
본업도 게을리할 수 없다. 최근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숫자 증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5월 초 프로야구 시즌 개막 가능성이 커졌다. NC도 시즌 초 무관중경기로 진행되더라도 경기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응원단을 투입할 계획이다. 장 팀장과 팀원들은 21일 홈에서 열리는 롯데와의 첫 연습경기에선 응원하진 않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팬들과 인사할 예정이다.

장 팀장은 3월 중순부터 응원곡을 정해 팀원들과 준비해 왔다. 장 팀장이 안무를 짜면 팀원들이 각자 집에서 연습 영상을 찍어 공유했다. 팀원들은 영상을 보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동작을 수정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서울에 있는 연습실에 모여 동선도 맞췄다. 4월부턴 일주일에 2~3번 모여 연습했고, 지난 12일에는 팀원 9명 모두 창원으로 내려왔다. 이제 몸 풀기를 끝내고 본격 응원 준비에 들어간 것이다.

이날 인터뷰를 끝내고 올해 처음 창원NC파크 1루 쪽 홈팀 응원단상을 둘러본 장 팀장은 “이번에 단상 폭이 1m 정도 늘어났다. 안무 동선을 좀 더 자유롭게 짤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여기 오니까 하루빨리 야구팬들이 가득한 무대에 서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이런 시기를 버티면서 떠올리는 말이 있는지 물었다. “힘들 땐 다음 도약을 위해 잠시 움츠리자”라고 했다. “우울해한다고 코로나 사태가 끝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일이 줄어 생긴 시간에 다음을 위해 좀 더 완벽하게 준비하면 돼요. 앞으로 바빠질 나날을 상상하며 지금 잠깐 체력을 아껴둔다고 생각하면 어떤 어려움도 견딜 수 있어요.”
이날 관중석은 텅 비었지만, 들뜬 표정으로 응원단상 위에 선 랠리 다이노스 치어리더팀을 비추는 햇볕은 여느 봄날과 같았다. 이들이 수많은 관중 앞에서 서는 날도 곧 올 것이다. 예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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