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여자 캐릭터들 '짧은 머리' 대세..숏컷엔 이유가 있다
[경향신문] ㆍ과거의 숏컷 캐릭터와 다른 점은?

<하이에나> 정금자(김혜수), <아무도 모른다> 차영진(김서형), <본 대로 말하라> 황하영(진서연), <방법> 백소진(정지소)….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속 이들 여자 캐릭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숏컷’(쇼트커트)이다.
쇼트커트는 귀가 드러날 정도의 짧은 머리 스타일을 뜻한다. 안방극장의 대세가 된 쇼트커트는 단순한 머리 모양을 넘어 성 역할에 구애받지 않는 ‘젠더 프리’ 캐릭터의 상징이 됐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쇼트커트를 한 여성 출연자만 등장하는 웹예능도 등장했다.

‘반전’ 위한 극적 소재이거나
심경 변화 드러내던 ‘숏컷’
과거에도 짧은 머리 스타일을 선보인 여성 캐릭터들은 있었다. <커피프린스 1호점>(2007) 고은찬, <미남이시네요>(2009) 고미남, <아름다운 그대에게>(2012) 구재희 등이 대표적이다. 로맨스 드라마가 주를 이루던 당시 여자 주인공의 쇼트커트는 대부분 ‘반전’을 위한 극적 소재로 이용됐다. 남자 주인공이 머리가 짧은 여자 주인공을 남자로 착각하다 여성임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사랑을 확인한다는 것이 줄거리 핵심이었다. 반대로 긴 머리의 주인공이 심경 변화를 드러내기 위해 쇼트커트로 변신하는 모습도 종종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과거와 현재 여성 캐릭터의 짧은 머리는 분명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중문화 전반에 성별보다는 역할을 강조하는 ‘젠더 프리’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하며 “대세가 된 장르물에서는 남녀 간 멜로가 중요하지 않고, 작품 속에서 캐릭터가 자기 역할을 해내는 모습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이시한 캐릭터는 항상 있었지만 과거엔 남성과 여성 역할이 분명히 나눠졌다”면서 “지금은 성 역할 구분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덧붙였다.
시대 변화 따른 드라마의 변화
성별보다 역할 강조 경향 속
‘젠더 프리’ 캐릭터 상징으로
실제로 <하이에나> <아무도 모른다> <방법> <본 대로 말하라> 등의 작품은 미니시리즈 단골소재였던 로맨스가 배제되거나 보조적 장치로 등장하는 장르물이다. <하이에나>는 변호사들의 물고 뜯고 찢는 하이에나식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로, 정금자는 재판에서 이길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변호사로 등장한다. <아무도 모른다>의 차영진과 <본 대로 말하라>의 황하영은 각각 연쇄 살인범과 의문의 추락사를 추적하는 광역수사대 형사이며, <방법>의 백소진은 저주의 능력을 가진 방법사로 무속의 힘으로 세상의 불의와 맞서 싸우는 인물이다.
드라마 콘텐츠의 성격 변화 이전에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페미니즘과 탈코르셋 운동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탈코르셋 운동은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적 꾸밈을 거부하는 움직임으로, 국내에선 10대 청소년들 주도로 성장했다. 복길 대중문화칼럼니스트는 “여성 원톱 주연 장르물들의 등장과 더불어 남성과 공정하게 경쟁하는, 활동하기 편한 짧은 머리를 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 것은 페미니스트들의 성과로 볼 수 있다”며 “특히 10대들이 학교에서 시작한 탈코르셋 담론이 대중문화에 영향을 미치고 다시 10대들이 많이 소비하는 드라마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추세를 타고 쇼트커트인 여성들만 출연하는 유튜브 콘텐츠도 등장했다. 출연진과 제작진이 100% 여성으로 이루어진 여성 미디어 제작그룹 ‘소그노’의 웹예능 ‘뉴토피아’ 출연자들은 모두 머리가 짧다. 지난달 9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처음 공개됐으며, 내용은 댄스 신고식·제한된 돈으로 장보기·상황극·퀴즈와 야외 취침 등 전통적인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구독자 김모씨(23)는 “섹스어필이 없는 편안한 방송이라 좋다”고 말했다.
성적 대상화되지 않는 주인공
여성 시청자들이 원하는 모습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여성의 쇼트커트가 유행을 넘어 일종의 현상처럼 보이게 된 것은 결국 여성 시청자들이 그런 모습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복길 대중문화칼럼니스트는 “단순히 짧은 머리 자체가 좋을 수도 있지만, 여성 시청자들이 신선하게 보는 것은 출연자들이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여성들에게 일종의 해방감을 주는 이런 시도들이 계속된다면 어떤 머리 스타일을 하건 여성 캐릭터의 다양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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