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인문학] 400년 세월 견디며 '신령한 성황당' 지키다
강판권 계명대 교수· 사학
서낭신 모신 성스러운 공간 덕에
다양한 나무들 울창한 숲 이뤄
마치 동화나라 온듯 신비한 느낌
세월의 무게 이겨낸 당당함인듯
400살 음나무는 가시 없이 우뚝

성황림은 신이 깃들어 있는 신령스러운 숲이기 때문에 쉽게 들어갈 수가 없다. 특히 서낭신을 모시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성스러운 공간이다. 그래서 경건한 몸가짐을 하지 않고서는 들어갈 수 없다.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매년 실시하는 성황제를 기다려야 하고 간혹 관리인에게 미리 허락을 받아야 한다. 성남리 마을 입구에 위치한 성황림은 숲 사이로 계곡이 흐르고 있을 뿐 아니라 울창한 숲 덕분에 마치 동화 나라에 온 것처럼 신비롭다.


성황림의 음나무는 숲을 지키는 주인공이지만 줄기와 가지에 가시가 없다. 음나무는 나이가 많이 들면 스스로 가시를 없애버린다. 가시 없이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음나무의 가시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400살 정도의 성황림 음나무의 줄기와 가지에는 가시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매끈하다. 이곳 음나무의 줄기를 보면 어린 음나무의 모습과 전혀 달라서 다른 나무인 줄 착각할 정도다. 찬찬히 바라보면 관록이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음나무의 모습은 켜켜이 쌓인 세월의 무게를 당당하게 극복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성황당 앞에는 단풍나뭇과의 갈잎큰키나무 복자기가 여러 그루 살고 있다. 이곳 복자기는 나이도 많아 아주 멋스럽다. 복자기는 단풍나무 중에서도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가을날 복자기 단풍 너머 성황당을 감상하면 더없이 행복하다. 복자기를 뒤로하고 성황림 숲길을 걸어가면 자연을 병적으로 즐기는 ‘천석(泉石)’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런데 이곳에는 많은 사람이 함께 찾으면 곤란하다.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찾으면 소란스러워서 신령스러운 숲을 경험할 수 없다. 숲길을 걷다가 소나무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소나무의 줄기를 따라 하늘을 바라보면 황홀한 경지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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