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하의 지식카페>유라시아 분포한 우랄·알타이어족은 고조선語 쓰던 기마민족에 기반



■ 신용하의 인류 5대 ‘古朝鮮문명’ - (13) 우랄·알타이어족 기원
- 한민족 문명학
고조선 세운 한·예·맥 부족 모두 ‘밝’족 언어에 기초… 제후국 부족들도 공통 언어로 사용
유럽까지 대이동한 훈족·튀르크족·위구르족, 현지인과 융합하며 고조선語 기반한 우랄·알타이어족 형성
인류의 언어는 사회학적으로 인간이 집단을 이뤄 생활할 때 의사소통을 위해 발명한 도구다. 그러므로 인류의 언어는 이미 구석기인 무리(bands)에서 발명됐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고대 고(古)한반도 사람들을 한 ‘민족’ 공동체로 결합시킨 가장 기초적 결합요소는 ‘고대 한국어’라는 ‘언어의 공동’이었다. 민족은 일차적으로 ‘언어공동체’인 것이다.
한국어는 언제 어떻게 형성됐을까? 언어학자들은 미시적으로 현대언어의 구조적 친연성을 탐구해 소급해서 어족을 분류하고 기원을 찾아 큰 성과를 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어는 ‘우랄·알타이어족’에 속한다. 언어학자들이 밝혀낸 우랄·알타이어족의 특징은 ①주어(S)+목적어(O)+동사(V)의 어순 ②후치사 ③교착어 ④모음조화 ⑤두음법칙 ⑥부동사의 중요한 역할 ⑦모음교체 및 자음교체의 없음 ⑧관계대명사 및 접속사의 없음 ⑨어휘의 성별이 없음 등이다. 한편 역사사회학자들은 반대로 먼저 ‘민족형성과 이동’을 거시적으로 탐구해 한국어 및 한국민족의 기원과 우랄·알타이어족의 기원을 동시에 찾아낼 수 있다. 이에 의하면 고조선 문명의 고조선어(고대 한국어)가 ‘우랄·알타이어족’의 공통조어(共通祖語)이고 그 기원임이 밝혀지게 된다.
‘고한반도 초기 신석기인들’은 기후가 온난화돼 북위 40도 이북에서도 인간의 상주와 농경이 가능하게 되자, 약 9000년 전부터 북위 40도선을 넘어서 이동하는 씨족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고한반도의 북위 40도선 이남에 그대로 남아서 농경 등을 영위한 초기 신석기인들은 ‘한’부족을 형성하고 동시에 언어도 ‘한’부족 언어를 형성하게 됐다. 북위 40도선을 넘어서 북상해 요동반도·대요하 동쪽 태자하·북류 제2송화강·눈강·목단강·수분하·흥개호·혼강 일대를 중심으로 이동해 정착한 신석기인들은 ‘예’(濊)부족을 형성해 역시 ‘농경’을 시도하면서, 태양을 숭배하며 ‘범’(虎)토템을 갖고, 언어도 ‘예’부족 언어를 형성하게 됐다. 북위 40도선을 넘어서 북상해 대요하 이서의 대릉하·소릉하·노합하·시라무렌강 유역에 이동해 정착한 신석기인들은 ‘맥’(貊)부족을 형성, 역시 ‘농경’을 시도하면서 태양을 숭배하며, ‘곰’(熊)토템을 갖고 언어도 ‘맥’부족 언어를 형성하게 됐다.
‘한’ ‘예’ ‘맥’부족이 각각 언어를 달리 분화해서 형성했다고 할지라도 그들은 모두 ‘고한반도 초기 신석기인 유형’(‘밝’족)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 근저에는 고한반도 초기 신석기인 시대의 ‘원시 공통어’(‘밝’족 언어)의 통합적 기초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한’부족과 ‘맥’부족과 ‘예’부족의 3부족은 연맹해 기원전(BC) 30세기∼BC 24세기에 동아시아 최초의 고대국가인 ‘고조선’을 건국했다. 따라서 ‘고조선 언어’는 우선 ‘한족 언어’와 ‘맥족 언어’와 ‘예족 언어’의 3부족 언어의 통합으로 형성됐다. 고조선어 형성에서도 제왕을 배출한 ‘한’족의 언어와 왕비를 낸 ‘맥’족 언어의 비중과 영향력이 더욱더 컸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정치적 지배용어의 어휘들은 그러했을 것이다.
예컨대, ‘한’족은 ‘해’(태양) 숭배의 ‘새’ 토템 부족이었으므로 족장을 ‘한’으로 호칭했는데, ‘맥’족은 ‘곰’토템 부족이었으므로 족장을 ‘님검(검, 곰)’(임금)으로 호칭했다. 고조선어에서는 제왕의 어휘에 ‘한’과 ‘님검, 검’이 병존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는 대부분 ‘한’(Han)이었다.
고조선 문명권에서 처음에 ‘한’(Han)은 제왕이었고, 제후나 지방장관은 ‘가’(Ga)였다. 그러나 고조선의 발전과정에서 제후가 제왕이 되거나 자칭했을 때에는 ‘가한’(Ga+Han), ‘간’(Gahn), ‘칸’(Kahn)이라고 호칭하기도 했다. 인류사에서 제왕을 ‘한’(Han), ‘간’(Gahan), ‘칸’(Kahn)으로 호칭한 국가와 민족은 모두 원래 고조선 문명권의 포함된 국가나 민족뿐이었다.
고조선이 후국(侯國)제도를 채택해 고대연방제국으로서 여러 부족과 원민족들이 고조선 연방국가에 포섭되고 고조선 문명권이 형성되자, 고조선 문명권에 속한 후국 부족들과 원민족들은 고조선어를 분유해 자기 부족어 또는 원민족어를 통합시켰으므로 고조선어는 고조선 문명권의 공동의 언어가 됐다. BC 108년 고조선 해체 후에 그 후예들이 유라시아 대륙 각지에 흩어져 민족이동을 했어도 그들의 언어는 고조선어를 조어(祖語)로 해서 변동해 고조선어와 매우 밀접한 친연성을 갖게 됐다. 즉 고조선 문명권에 속했던 민족들의 언어와 그 후예들의 언어는 ‘고조선어’를 그들 언어의 공통 조어로 공유하게 된 것이었다.
우선 한국역사에서도 고조선 해체 후 부여·고구려·백제·신라 다국시대에 그들의 언어는 이미 고조선어를 공통조어로 계승했기 때문에 서로 통역 없이 모든 나라와 지역들에 고조선어가 공동으로 통용됐음을 단편적 고문헌으로도 논증할 수 있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 고구려전에서는 동이의 옛말에 의하면 “(고구려는) 부여의 별종이라 하는데, 언어와 풍속 등은 부여와 같은 점이 많다”고 했다. ‘후한서’ 동이열전 고구려조에서도 “(고구려는) 부여의 별종이라고 하는데 그러한 까닭으로 언어와 법칙이 많이 동일하다”고 기록했고, 이어서 구려조에서는 “구려는 일명 맥(貊)이라 부른다”고 했다. 즉 맥족인 부여·구려·고구려는 언어가 동일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양서’ 백제조에서는 “백제는(…) 지금 그 언어와 복장이 대개 고구려와 동일하다”고 했다. 백제의 지배층이 부여계임은 여러 곳에 기록돼 있다. 백제와 고구려는 언어가 동일한 것이었다.
그러면 신라는 어떠한가? 신라 지배층은 ‘한’계이므로 이 점이 특히 주목된다. ‘양서’ 신라조에서는 “(신라) 언어는 백제를 기다린 이후에 통했다”고 기록했다. 고중국인들은 언어가 다른 신라인과는 언어소통을 못 하고, 신라인과 언어가 동일한 백제인을 기다려서 통역을 시켜서야 소통할 수 있었다. 즉 신라와 백제는 언어가 동일해 소통되고, 고중국인만 소통되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면 ‘예’족 계열의 언어는 어떠한가? 옥저(沃沮)가 바로 ‘예’족의 국가였는데, ‘후한서’ 동옥저조에서는 “(동옥저는) 언어·음식·거처·의복은 구려(句麗)와 비슷하다”고 했다. ‘삼국지’에 동옥저전은 “그들의 언어는 구려와 크게는 같지만(大同) 때때로 작게는 다른 부분도 있었다(小異)”고 했다. 즉 ‘한’족·‘맥’족·‘예’족의 언어는 이미 고조선 시기에 고조선어로 통합돼 하나의 민족언어로서 고조선어가 형성됐고, 잔존한 부족언어들은 방언(사투리) 정도로 남은 것이었다. 그러므로 고조선 해체 후 삼한·삼국시대에 들어가서도 이미 동일한 고조선어를 공통조어로 분유했기 때문에 삼한·삼국 등 나라는 나뉘었지만 언어는 하나의 민족어를 사용하면서 의사소통에 불편이 없었던 것이다. 주시경 선생은 고조선(단군조선) 시기에 자연스럽게 조선어가 형성됐다는 견해를 일찍이 갖고 있었다.
그러면 고조선 문명권을 구성한 고조선 후국(侯國)들의 언어는 어떠했을까? ‘위서’ 실위전에서는 “실위어(室韋語·원몽골어)는 고막해(庫莫奚), 거란, 두막루(豆莫婁) 나라와 동일하다”고 했다. 또한 ‘위서’ 두막루 전에서는 “두막루는 옛 북부여(北夫餘)이다”라고 했다. 위의 두 자료를 합해보면, 북부여어(北夫餘語·즉 부여어)와 원몽골어(실위어)와 고막해어 그리고 거란어가 동일했음을 알 수 있다.
박은식 선생은 선비(鮮卑)는 북부여의 별종이라고 했다. 따라서 ‘부여어’와 ‘선비어’는 동일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통전’(通典)은 “고막해는 그 선조가 동부선비(東部鮮卑)의 별종이다”라고 했다. ‘북사’(北史) 해전(奚傳)에서는 “해(奚)는 본래 고막해로 그 선조는 동부호(東部胡)로서 우문(宇文)의 별종이다”라고 했는데, 우문씨는 동부선비의 지배씨족의 하나였다. 고조선 후국들인 실위(원몽골)·선비·고막해의 언어는 부여어와 동일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오환(烏桓)은 선비와 고막해와 함께 동호(東胡)를 구성했던 3대 맥족계열 고조선 후국들이었으므로, 오환어(烏桓語)가 선비어·고막해어와 동일했을 것임은 충분히 알 수 있다. 정령(丁零, 원돌궐, 철륵·鐵勒, 고거·高車)과 유연(柔然)은 스스로를 고조선계(古朝鮮系)·단군계(檀君系)라고 주장했으므로, 그들이 고조선어를 분유(分有)했을 것임은 물론이다.
일본은 고조선 후국은 아니었으나 고조선 국가 해체 전후 고조선 계열 사람들이 규슈(九州) 등 일본열도에 건너가 정착해서 고조선어를 공통조어로 한 언어를 사용하면서 최초의 일본 고대국가를 수립해 운영했기 때문에, 언어의 구조와 형태에서 일본어는 선주민 어휘를 흡수하면서 고조선조어의 한 갈래 흐름으로 형성됐고, 한국어와 함께 우랄·알타이어족의 하나로 형성된 것이다.
고조선 연방국가가 BC 108년에 해체되자, BC 2세기부터 기원후 1세기에 고조선 후국들의 민족이동에 의한 동아시아에서의 ‘민족대이동’이 일어나게 됐다. 고조선 연방제국의 후국들 가운데서 서변후국이었던 유목기마민족인 훈(Huns·산융), 불가르(Bulgar·불령지, 불도하), 아발(Avar·유연), 마자르(Magyar), 튀르크(Turks·정령, 돌궐), 위구르(uyghurs)족 등은 서방으로 ‘말’을 타고 마차를 끌며 ‘민족대이동’을 감행해 카프카스 지방 등 중앙아시아에 정착했다. 이 고조선 문명권의 서변 유목기마민족의 중앙아시아로의 민족이동과 정착 활동으로 중앙아시아의 대부분이 고조선어를 공통조어로 한 우랄·알타이어족이 된 것이다.
수세기 후에 훈족, 불가르족, 아발족, 마자르족, 위구르족, 튀르크족 일부는 다시 서방이동을 감행해 발칸반도, 중부유럽, 북유럽으로 민족대이동을 계속했다. 그들이 정착을 원한 곳은 이미 선주민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사이 온갖 갈등과 전쟁과 타협의 역사가 있었다. 그들이 민족이동을 감행해 정착한 곳에서 선주민들의 어휘들을 대폭 채용, 융합시켰다 할지라도, 그들의 언어 구조(문법)가 ‘고조선 언어’였다면 고조선 언어를 조어와 문법으로 한 우랄·알타이어족이 형성되게 되는 것이다.
발칸반도의 불가리아와 헝가리, 중·북부 유럽의 바스크, 에스토니아, 핀란드, 갈레리아, 러시아의 수많은 타타르 공화국 언어가 우랄·알타이어족에 속하게 된 연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오늘날 유럽과 중앙아시아에서 우랄·알타이어족의 분포는 BC 2세기경부터 시작된 ‘고조선어’를 사용하는 민족들의 ‘세계사적 민족대이동’의 최후의 정착결과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고조선 문명에 속했던 다수 민족의 이러한 거대한 ‘민족대이동’을 가능하게 한 동력은 그들이 ‘말’(馬)을 사용하는 ‘기마민족’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고조선어 사용 후국 민족들의 민족대이동의 경로를 세계언어지도에 그려보면 <그림>과 같다.
‘민족대이동’의 경로에서도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서유럽까지 들어갔던 고조선 어족 사용 기마민족들은 인도·유럽어 사용 선주민들과 타협해 지금은 헝가리와 불가리아(제1제국)를 제외하고는 북방으로 밀려 핀란드, 에스토니아, 갈레리아 지방에 집약, 정착했다. 또 아발족 일부는 피레네 산맥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저항세력이 약했던 광대한 시베리아 일대는 대부분 우랄·알타이어족권이 됐다. 오늘날 언어학자들은 우랄·알타이어족의 개념을 세분해 우랄어족과 알타이어족과 추크치·캄차카어족으로 분류하고 있음을 본다. 또 언어학자에 따라서는 한국어, 일본어, 핀란드, 헝가리어, 튀르크어를 각각 독립한 언어유형으로 분류하고자 하는 경향도 있다. 21세기 현재의 극도로 분화 변용된 언어생활만 횡적으로 보면 이러한 주장에도 근거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역사적으로 기원을 찾아보면, 19세기 말까지는 위의 언어들이 모두 ‘우랄·알타이어족’으로 개념화하는 것이 정확했으며, 더 소급해 ‘우랄·알타이어족’의 기원을 더 찾아보면 그것이 바로 고조선 문명의 ‘고조선어’임을 알 수 있다. ‘우랄·알타이어족’의 기원은 고조선 문명의 ‘고조선어’이고, 이것이 현대의 우랄어족, 알타이어족, 추크치·캄차카어족의 ‘공통조어’인 것이다. (문화일보 1월 29일자 16면 12 회 참조) 서울대 명예교수
■ 용어설명
조어(祖語): 하나의 언어가 장기간에 걸쳐 둘 이상의 다른 언어로 분화됐을 때 그 근원이 되는 언어를 이르는 말이다. 유라시아 대륙의 극동인 고(古)한반도와 만주·연해주 일대에서 발전한 고조선 문명의 ‘고조선 조어’가 기원전 2세기쯤 연방국가의 해체를 기점으로 서방으로, 동남방으로, 북방으로 민족대이동을 감행, 정착해서 ‘우랄·알타이어족’이 형성되고 그 후에 분화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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