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에 중국식 태극문양 말이 됩니까"

황태훈기자 2020. 1. 3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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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을 상징하는 저 문(門)에 청나라가 조선을 비하하는 태극문양이 새겨져 있다는 게 말이 안 되죠."

송명호 문화재청 근대문화재분과위원회 전문위원(70·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에 있는 '독립문'(사적 제32호)의 "태극석 문양이 중국식으로 점이 찍혀 있다"며 "한국 고유의 태극문양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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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전문 송명호 문화재청 위원
송명호 위원은 “독립문의 태극 문양이 조선을 비하하는 청나라(중국)식으로 돼 있어 우리 고유의 태극 문양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독립문 상단의 태극 문양에 중국식으로 점이 찍혀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독립을 상징하는 저 문(門)에 청나라가 조선을 비하하는 태극문양이 새겨져 있다는 게 말이 안 되죠.”

송명호 문화재청 근대문화재분과위원회 전문위원(70·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에 있는 ‘독립문’(사적 제32호)의 “태극석 문양이 중국식으로 점이 찍혀 있다”며 “한국 고유의 태극문양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립문은 1897년 건립된 높이 14.28m, 너비 11.48m 크기의 석조문. 1979년 성산대로 공사로 서북쪽으로 70m 떨어진 현 위치로 이전됐다. 독립문 상단에는 한글 ‘독립문’과 한자 ‘獨立門’ 현판 양쪽으로 중국식 태극석 4개가 붙어 있다. 독립문 태극문양이 언제부터 중국식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가기록원 등 사진자료를 확인한 결과 일제강점기에도 중국식으로 돼 있다.

중국식 태극문양은 1880년대 후반 청나라의 정치가 이홍장(李鴻章)이 외교문서 ‘통상장정성안휘편’에 점이 찍힌 형태의 ‘대청속국고려국기’를 조선 국기로 소개하면서 왜곡되기 시작했다. 조선을 ‘청의 속국’이라고 비하한 것이다.

17일 독립문 현장에서 만난 송 위원은 “왜 독립문에 조선을 비하하는 태극문양이 새겨졌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민족 자존심을 회복하는 차원에서 지금이라도 우리 고유의 태극문양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계기관들도 독립문 태극문양에 대한 사실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서울시 역사문화재과 관계자는 “관할 서대문구청과 시 문화재 심의위원회의 논의가 필요하다. 만약 현재 독립문 태극석을 우리 고유의 태극문양으로 바꾸려면 문화재청에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독립문 태극석과 관련한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송 위원은 서울시 공무원과 중부대 교수(사회복지학)를 지내며 42년째 태극기를 연구해 온 태극기 전문가다. 1978년 서울시 공무원이 된 뒤 청계천 고서점과 왕릉, 궁궐 등을 다니며 태극기 자료를 찾았다. 1997년에는 일본의 한 도서관에서 1882년 ‘시사신보’(1936년 폐간)에 게재된 박영효가 그린 태극기 그림을 발굴해 공개했다(동아일보 1997년 8월 15일자 1면 참조). 2008년부터 문화재청에서 조사 및 전문위원을 맡아 태극기 20여 종을 문화재로 등록시키기도 했다.

송 위원은 “태극기는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외세의 탄압 속에서도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지켜준 존재”라며 “조만간 태극기의 어제와 오늘의 역사를 담은 책을 발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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