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타임머신 ㉜ 2014년] 전북과 대전, 절대자로 군림하다
(베스트 일레븐)
한창 뜨거워야 할 피치가 아직 차갑게 식어 있다. 코로나19가 이 땅의 모든 축구를 식힌 탓이다. 덩달아 우리들의 가슴도 달궈지지 않아 서늘하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언제고 다시 뜨거워질 K리그를 기다리며, 과거 <베스트 일레븐(월간 축구)>이 전한 기사와 함께 지난 37번의 시즌을 돌아봤다. 큰 이슈부터 작은 기록까지 가능하면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고, 당시의 생생함을 전달하기 위해 잡지에 실린 내용을 그대로 사진으로 옮겼다. 아직 숨죽이고 있는 K리그를 기다리는 데 ‘K리그 타임머신’이 작은 보탬이 됐으면 싶다. / 편집자 주


전년도에 스플릿 시스템을 처음 시행한 후 두 번째 시즌을 맞았던 2014년의 K리그에서는 큰 변화는 없다. 하지만 시즌 판도에 영향을 끼칠 만한 작은 변화가 두 가지가 있긴 하다. 1부리그인 K리그 클래식에서는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기존 4장에서 3.5장으로 줄어들었다. AFC가 더 많은 국가들의 대회 출전을 독려하기 위해 4장을 받던 국가들의 티켓을 조정한 것인데, 이에 따라 K리그 클래식에서는 이전보다 더욱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지게 됐다. 최소 준우승을 해야 대회 32강 조별 리그 직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게 됐다. 3위는 동아시아 지구 플레이오프를 통과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런가 하면 승강 시스템에 변화가 생겼다. 14개 팀이 경쟁했던 전년도 K리그 클래식에서 최하위 두 팀이 강등당하고, 12위가 K리그 챌린지 우승팀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렀다. 2014년에는 K리그 클래식 최하위팀과 K리그 챌린지 우승팀이 자리를 맞바꾸고, K리그 11위 팀과 K리그 챌린지 승격 플레이오프 최종 승자가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됐다. 즉, 지금의 승강 시스템이 완전히 뿌리 내린 해다.
2014시즌 K리그 클래식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득점 수가 부쩍 줄었다는 점이다. 이해 K리그 클래식에서 503골이 나왔는데, 677골이 나온 2013시즌에 비해 무려 170골 가까이 득점이 나지 않은 것이다. 물론 2013시즌은 14개 팀 체재로 진행됐다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 수는 유난히 흉작이었다. 2013시즌 2.55골이었던 경기당 득점률이 2014시즌에는 2.21골로 크게 줄었다. 참고로 이해 득점왕에 오른 수원 삼성의 산토스의 득점 수는 14골에 불과했다. 이는 스플릿 시스템 정착 후 최소 득점 수이며, 경기당 득점률(0.4골)로 따지면 역대 2위에 불과하다.


마지막까지 우승컵의 향방을 알 수 없었던 2013시즌과 달리 2014시즌 K리그 클래식의 우승 레이스는 너무 싱겁게 끝난 감이 있다. 전북이 압도적 기세로 정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해 전북은 38경기를 치러 24승 9무 5패, 승점 81점을 기록했다. 2위 수원 삼성(19승 10무 9패, 승점 67점)과 승점 차가 무려 14점이나 난다. 사실상 순위가 결정되는 시점에서 우승 경쟁은 일찌감치 끝난 상태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상위권 경쟁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 경쟁일 것이다. 2위 수원 역시 3위 FC 서울(15승 13무 10패)과 승점 차를 9점이나 내며 손쉽게 32강 본선 직행권이 주어지는 준우승을 달성했다. 문제는 서울이었다. 서울은 사실 38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 원정 경기를 앞두고 굉장히 암울한 상태였다. 3위 자리를 포항 스틸러스에 빼앗긴 상태라, 포항이 승점 1점이라도 추가하면 아시아 무대 도전 기회가 날아갈 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라운드에서 판이 뒤집혔다.


서울은 제주에 2-1로 승리하며 일단 자신들이 해야 할 몫을 다했다. 이제는 ‘기적’이 일어나길 기다려야 했는데, 그 기적이 실제로 일어났다. ‘라이벌’ 수원이 포항을 원정에서 2-1로 격파한 것이다. 수원의 승리 덕분에 서울은 승점상 포항과 동률(승점 58점)을 이룬 후, 골득실에서 세 골차로 아슬아슬하게 앞서 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따낼 수 있었다.
강등권 경쟁은 매우 치열했던 해였다. 최종 순위 7위가 된 전남을 제외한 모든 팀이 강등의 위협을 받았기 때문이다. 스플릿 라운드 이후 근성을 발휘한 팀은 부산 아이파크와 인천 유나이티드였다. 이 두 팀은 스플릿 라운드 이후 단 한 번도 강등권 순위로 추락한 적이 없다.
폭탄 돌리기는 성남 FC·경남 FC·상주 상무의 싸움으로 진행됐다. 이중 성남과 경남의 희비가 엇갈렸다. 성남은 막판 2연승을 통해 순위를 9위까지 끌어올리며 기분 좋게 시즌을 마친 반면 경남은 2연패로 추락하며 승강 플레이오프로 몰린 것이다. 상주는 스플릿 라운드 이후 단 한 번도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쓸쓸히 K리그 챌린지로 돌아가야 했다.


K리그 챌린지 싸움은 ‘지배자’의 군림과 ‘언더독’의 돌풍이 한꺼번에 일어났다. 조진호 감독이 이끌었던 대전 시티즌은 브라질산 폭격기 아드리아누의 맹활약을 앞세워 리그 챔피언에 오르며 이듬해 K리그 클래식으로 직행했다. 참고로 대전은 5라운드 이후 단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는 압도적인 면모를 보였다. 아드리아누는 무려 27골을 몰아쳤는데, 2위와 11골 차가 나는 엄청난 기세로 득점왕에 올랐다. 참고로 이해 아드리아누는 현재 K리그2 역대 최다골 득점왕으로 기록에 남아 있다.
‘지배자’가 대전이었다면, ‘언더독’의 돌풍은 광주의 몫이었다. 남기일 감독이 이끌었던 광주는 정규 시즌 종료 세 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플레이오프를 장담할 수 없는 6위에 랭크됐었다. 하지만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FC 안양을 골득실로 제치고 아슬아슬하게 플레이오프 진출권이 주어지는 4위를 차지하더니, 강원 FC(3위)·안산 경찰청(2위)를 연거푸 깨뜨리며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내달린 것이다. 제대로 바람을 탄 광주는 K리그 클래식 11위 경남마저 1승 1무로 제압하며 승격에 성공했다. 모든 승격이 저마다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품고 있지만, 이해 광주의 승격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 그 여파가 더욱 컸다.

선수 활약상을 평가하는 관점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경쟁은 바로 영플레이어상이었다. 이해 이재성·김승대·안용우의 3파전이 시즌 내내 치열하게 전개됐다. 이중 이재성과 김승대의 경쟁이 큰 주목을 받았는데, 이유가 있다. 대학 무대에서 활약하다 갓 전북 유니폼을 입은 이재성은 놀라운 기량을 발휘하며 스타 군단인 소속팀에서 일약 주전으로 활약하며 팀의 우승에 크게 공헌했다. 반면 김승대는 아쉽게도 우승 혹은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진입에 실패했지만, 이해 영플레이어상 후보 중 가장 많은 10골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두 선수의 각축은 결국 개인 스탯에서 앞선 김승대의 승리로 끝이 났다.
한편 K리그 클래식 베스트 일레븐에는 우승팀 전북 소속 선수들의 존재감이 매우 컸다. 이동국·한교원·이승기·윌킨슨·권순태 등 열한 명의 선수 중 절반에 가까운 다섯 명을 쓸어갔다. 준우승팀 수원은 산토스와 홍철 두 명이 뽑힌 반면, 3위 서울에서는 고명진·차두리·김주영 등 세 명이 선택을 받았다. 그룹 B(하위 그룹)에서는 이해 11골을 터뜨리며 득점 랭킹 5위에 오른 부산의 임상협이 유일하게 베스트 일레븐에 이름을 올렸다.
K리그 챌린지 베스트 일레븐에서는 대전이 가장 많은 선수를 배출했다. 득점왕 아드리아누를 비롯해 임창우·윤원일·박주원 등 네 명이 뽑혔다. 정규 시즌 2위 안산에서는 이용래·이재권이 선택을 받았으며, 3위 강원에서도 알렉스·최진호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승격팀 광주에서는 ‘영웅적’ 활약을 펼친 김호남만이 베스트 일레븐에 이름을 올렸으며,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한 팀 소속 선수 중에는 FC 안양의 중원 사령관 최진수가 유일하게 상을 받았다. 이중 아드리아노는 우승·득점왕·MVP·베스트 일레븐 등 쿼드러플을 달성하며 이해 최고의 스타였음을 확실히 공인받았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베스트 일레븐 DB
그래픽=박꽃송이·김주희(www.bestelev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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