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연기 하고파"..'미생'→'극한직업' 김종수, 36년 열정의 시간 [베테랑 토크]

1년에 적어도 수십 편의 영화 혹은 드라마를 보는 직업을 가졌을 때, 어느 날 누군가가 눈에 확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수년간을 스치듯 봤지만 갑자기 궁금해지기 시작하고 이후 출연작을 보면 계속 눈에 들어온다. 배우 김종수가 그랬다. 이미 수많은 작품에서 얼굴을 보인 연기자였지만 ‘1987’에서 박종철 아버지 역을 맡아 아들의 유골을 언 강에 뿌리는 연기로 사람을 울리더니 ‘극한직업’에선 “오~ 아메리칸 스타일!”이라는 한 마디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터트린 후 그가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그래서 배우 김종수를 만났다. 이날 소속사 ‘아티스트 컴퍼니’가 크게 적힌 패딩 점퍼를 입고 온 그는 “정우성 이사가 선물 한 것인데 멋지지 않나”라며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먼저 출연했던 ‘시동’이 손익분기점을 넘은 것에 대해 축하를 건넸다. 그는 “관객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작품 하나에 배우뿐만이 아닌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가 있지 않나. 좋은 성적이 나와서 기분이 좋다”라고 답했다.
메가폰을 잡았던 최정렬 감독과는 영화 ‘글로리데이’(2016)에서 인연을 맺은 터라 출연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는 “내가 맡은 ‘공 사장’이 아픔이 있는 인물이었고 사람들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는 인물이었다. 훌륭한 사람이지 않나. 그래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라고 말했다.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어서 적은 분량이 너무 아쉬웠다고. 김종수는 “이병헌 감독한테 농담으로 형사들이 치킨집이 잘 돼서 부러워하는 전 사장의 눈빛을 담아보는 건 어떻겠냐고 말해 본적도 있다. 재밌지 않겠냐고. 그 정도로 잘 짜인 이야기였다”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지난해 김종수가 출연한 작품은 꽤 많다. 영화 ‘증인’, ‘돈’, ‘나를 찾아줘’를 비롯해 드라마 ‘해치’, ‘배가본드’, ‘모두의 거짓말’ 등 다양한 얼굴로 대중들을 만나왔다. “편 수만 많지, 내가 한 것은 별로 없다. 가성비가 좋아서 쓰는 것이다”라며 너스레를 떨다가도 “내겐 기적 같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영화 ‘밀양’ 이후에 7~8년 동안 한 회차를 찍으려고 양복 들고 고속버스를 타고 지방에서 서울을 오간 것을 생각하면 지금은 많이 나아진 거다. 대본에 ‘김종수 배우’라고 이름이 찍혀 있는 것을 보내면서 검토해 달라고 하니까. 감독이 전화를 할 때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렇게 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 ‘밀양’에서 같이 출연했던 이성민이 ‘우리가 이렇게 된 게 기적 같다고 했다’고 했다.”

그런데 배우가 돼야겠다고 결심을 한 것은 고등학교를 다닐 때 시민극장에서 봤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본 뒤였다. 연기자로서 김종수의 출발점은 그 곳에서 시작됐다.
“‘이런 신세계가 또 어디 있나’ 싶었다. 그러던 중 울산의 한 극단에서 신입단원을 뽑는다는 포스터를 보고 여름방학 때 용기를 내서 전화를 해 찾아갔다. 참 열악했다. 부산대 사회학과 다니던 형들이 꾸린 극단이었는데 첫 연극이 ‘에쿠우스’였다. 그런데 사람이 없으니 ‘너 주연하라’고 하며 대본을 줬고 그렇게 연기 인생이 시작된 거다. 한 작품을 하면서 연기에 취해버렸다. 덩치도 작고 공부도 변변치 않게 해서 생긴 열등감을 날려버린 것 같아 자유로웠다.”
“부모님은 알고 계셨나”라고 묻자 김종수는 “당연히 모르셨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그는 “집은 부산이고 학교는 울산이니 모르실 수밖에 없었다. 군 전역 후 어머니가 울산 자취방을 찾아오신 적이 있다. 그 때도 부모님 몰래 연극을 하고 있었는데 연습 때문에 까매진 양말을 들켜 움찔한 적이 있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남연극제에 나갔다가 최우수연기자상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게 신문에 실린 거다. 이젠 안 되겠다 싶어 상을 받았다고 말씀 드렸더니 당연히 좋아하실 리가 없었다. 부모님이 경상도 분들이라 살갑게 반응하시지도 않았다. 특히 아버지는 전쟁을 겪으신 분이라 자식이 안정된 직장을 갖길 바라셨다. 공무원이 되거나 대기업에 취직을 하길 바라셨다. 결국 연극영화학과는 못 갔지만 몰래 하며 살았다”라고 덧붙였다.

“첫 촬영 날 정말 흥분했었어요. 힘든 영화이긴 하지만 내가 나오는 장면은 다방에서 아가씨들과 커피 마시고 희희낙락거리거나 땅 보러 다니는 등 분위기를 전환하는 것이어서 이창동 감독님 역시 즐겁게 촬영하셨다. 그 때 감독님이 ‘뭘 하려고 하지 마라’고 하셨다. 좀 의아했다. 뭘 하려고 온 사람한테 뭘 하라고 하지 말라니…. (웃음) 작위적인 것을 싫어하신다는 걸 이후에 알았지. 감독님의 그런 말이 오히려 내게 도움이 됐다. ‘알아서 하시겠지’하고 자유롭게 연기했으니까.”
‘밀양’을 통해 김종수는 스크린 연기에 매력을 느끼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연극을 할 때는 관객석 뒤까지 내 목소리를 전달해야 해서 어떤 감정이든 표현을 크게 해야 했는데 영화는 소리를 아무리 작게 해도 마이크로 내 목소리가 다 들어가지 않나. 어쩌면 당연한 건데 그게 너무 신기했다. 무장해제가 되는 기분이랄까? 칼 하나만 쓰던 요리사가 각기 다른 칼을 받은 기분이었다. 다양하게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생’은 지금 봐도 너무 좋은 드라마다. 서류 한 장, 글씨 하나까지 철저한 조직사회의 이야기지 않나. 무역, 영업 등 극 중에서 배우들이 하는 일들은 모두 실제처럼 했다”라며 “상대적으로 나쁘게 표현된 캐릭터들조차 이해가 가는 드라마였다. 강하늘이 맡은 장백기만 해도 이기적이라 미워 보였지만 그가 거기까지 가는데 쌓아놓은 노력들을 생각하면 또 이해가 된다”라고 덧붙였다.
‘미생’팬들은 후속작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아직 이렇다하는 이야기는 없지만 김종수는 “원래 멤버들이 그대로 출연한다면, 제작이 확정된다면 나 역시 출연하고 싶다”라며 “하지만 이건 내 개인적인 바람일 뿐, 이해관계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고도 말했다.
연기를 한지 36년이 됐다. 김종수에게 앞으로 개인적인 목표나 바람을 물어보니 “여건만 된다면 배우를 평생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연기를 하기 위해 모든 일을 다 해봤고 감기 걸려서 집에서 커튼을 뒤집어쓰고 누워있어도 연기가 재미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엉터리 같은 시간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 만큼 연기가 좋았다”라고 말했다.
“목표를 생각해본 적은 없다. 당장 내일 일도 모르는데. 하루하루에 만족하며 사는 것 같다. 앞으로 짊어져야할 책임감이나 부담감은 더 커질지 모르겠지만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아직도 하지 못한 것이 많기 때문에 나를 흔드는 작품이 있다면 꼭 하고 싶다. 번 돈으로 후배들 술값 내주는 넉넉한 선배가 되면 더 좋고. 하하.”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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