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종합세트'된 창원경상대병원..공공의료기관 본분 망각했나

경남CBS 이형탁 기자 2020. 1. 13. 05:5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원 후 4년 내내 이어진 직장 내 '갑질'..피해자만 20여 명
성희롱·폭행 의사는 정교수 승진..솜방망이 처벌로 피해 키워
송년회식 이유로 응급 환자 이송 자제 요청 물의
잇단 의료 분쟁..국정감사서 임금체불·병원 내 감염 등으로 질타
갑질 의사와 피해 간호사들 메신저 내용. (사진=보건의료노조 제공)

지난 2016년 2월 우수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것이라는 지역민의 큰 기대 속에 태어난 창원경상대병원이 개원 4년 만에 '논란 종합세트'가 돼 버렸다.

개원 초기부터 불거진 폭행과 성희롱 등 직장 내 갑질은 4년 후인 지금까지도 불거지고 있고, 의료 사고 논란은 잇단 의료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송년회 회식을 이유로 응급 환자 이송 자제를 소방당국에 요청하는 등 국가 예산을 지원받는 지역 공공 의료기관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6일 노조 측이 공개한 의사 갑질 폭로 문건. (사진=보건의료노조 제공)

◇ 직장 내 괴롭힘 '갑질 병원' 대명사 되나

창원경상대병원 의사들의 도 넘은 '갑질'은 개원 초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6년 5월 산부인과 A부교수는 분만실에 업무상 실수를 했다는 이유로 간호사에게 욕설을 퍼붓고 정강이를 수 차례 폭행했다.

또, 같은 해 병원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에게 강제로 입맞춤을 해 성추행한 의혹도 일었다.

그러나 병원은 한참 후에 A부교수에게 해임 등의 징계는커녕 정직 3개월을 내리는 데 그쳤다.

'제 식구 감싸기식' 징계라는 논란 속에 A부교수는 희한하게도 얼마 뒤 정교수로 승진했다.

그런데 이 교수가 4년이 지난 지금도 간호사들에게 폭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교수뿐만 아니라 소아청소년과 B교수도 간호사들을 때리고 인격 모독이나 망신주기식의 폭언을 개원 초기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는 피해자들의 증언이 나왔다.

"니 언제 사람 될래", "말 귀를 알아듣는 것도 아니야, 말도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야", "멍청해도 정도껏 멍청해야지" 등 반말하고 소리치는 건 기본, 욕설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의사의 '슈퍼 갑질'에 당한 피해 간호사만 무려 20여 명. 결국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며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내기에 이르렀다.

병원 측은 이제서야 관련자들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뒤늦은 대처에 나섰다.

하지만 개원 초기 불거진 '갑질' 당시 제대로 된 징계나 직장 교육 등이 이뤄졌다면 4년 내내 피해자들의 고통도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의료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지난 2018년 11월 6일 창원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 의료 사고 피해자들도 다수…의료 분쟁으로 이어져

의료사고 피해를 당했다는 주장들도 잇따랐다.

지난 2018년 11월 피해 가족들은 급기야 기자회견까지 열면서 창원경상대병원의 사과와 책임을 촉구했다.

피해 사례도 다양하다.

당시 신혼 6개월인 김모(27)씨는 물혹인 종물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 뒤로 다리쪽 신경이 절단돼 왼쪽 하반신을 마음대로 쓸 수 없게 돼 장애 판정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강직성 척추염을 앓던 김모(44)씨는 척추 후방고정술 이후 극심한 고통으로 하반신 마비를 겪어 1급 장애 판정을 받았다.

이모(70)씨는 침샘이 막혔다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지만 수술 중 암으로 진단이 갑자기 바뀌었다. 이후 그는 방사선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백모(57)씨는 뇌동맥이 부풀어 있다는 진단을 받고 수술 뒤 2급 장애 판정을 받았다고 호소했다.

이모(50)씨도 부신종양 제거술을 받았지만 부신은 제자리에 있고 췌장이 잘려 나가 췌장액이 뱃속 전체에 고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병원 측은 당시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서 검증을 거쳐 과실이 있다면 적절하게 배상을 하는 등 환자, 보호자들의 권리구제를 위한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병원은 개원 이후 14건의 의료분쟁(2018년 기준)이 접수돼 5건에 대해서는 3660만 원의 배상금을 지급한 상태다.

(자료=김현아 의원실 제공)

◇ 국정감사에서도 질타 받아…임금체불·감염사고 등

지난 2018년 국정 감사를 받은 창원경상대병원. 우선 임금체불이 수 억원인 것으로 드러나 질타를 받았다.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상돈 의원(바른미래당)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임금체불이 8억 원에 이르렀다.

최저임금 위반 2억 7000만 원, 연장·휴일근로수당 미지급 약 4억 6000만 원, 통상임금 과소 산정 약 3000만 원 등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3년 간 병원 내 감염사고도 잇따랐다.

국회 교육위 김현아 의원(자유한국당)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병원 내 감염사고가 23건이 발생했다.

2016년에는 7건(혈류감염 6건, 폐렴 1건), 2017년 9건(혈류감염 7건, 요로감염 1건, 폐렴 1건), 2018년 8월까지는 7건(혈류감염 5건, 요로감염 1건, 폐렴 1건)의 감염사고가 발생했다.

김 의원은 "병원 내 감염은 2차 환자를 양성할 수 있는 만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창원경상대학교병원 전경. (사진=자료사진)

◇ 생명 다루는 일보다 회식이 우선?…송년회식 이유 응급환자 이송 자제 요청

송년회를 한다는 이유로 응급 환자 이송 자제를 소방당국에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병원은 지난해 12월 11일 오후 의료진 부재로 신경외과와 흉부외과의 응급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창원소방본부에 통보했다.

의료진 100여 명이 이날 저녁 창원의 한 고깃집에서 송년회를 한다는 이유에서다.

병원은 법 위반 사항이 아니며 당시 응급 수술 자체에는 문제가 없도록 조치했다고 해명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황당함을 넘어 실망과 분노로 이어졌다.

생명을 다루는 높은 윤리 의식이 요구되는 데다가 이 병원은 지역 공공 의료기관이기 때문이다.

변모(71·김해)씨는 "김해에는 큰 병원이 없어 아프면 창원경상대병원이나 양산부산대병원으로 가는데 이 뉴스를 보고 놀랐다"며 "생명을 다루는 일이 회식보다 우선해서는 안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모(34·창원)씨는 "개인병원도 아닌 국립대학병원에서 회식을 이유로 환자 자제 요청을 한다는 건 부적절한 처신 같다"며 "의료진은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좀 더 높은 윤리 의식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의료소비자연대 강태헌 사무총장은 "국립병원이 송년회를 이유로 환자 이송 자제를 요구하는 인식 자체가 문제"라며 "이는 지역민을 위한 의료서비스를 저해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데도 창원경상대병원은 2017년부터 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돼 정부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부울경 박윤석 조직국장은 “창원경상대병원은 국립대병원이고 공공의료를 제공하는 지역 병원"이라며 "갑질과 의료사고 등이 생기지 않게 제대로 징계한 뒤, 제대로 된 의료 인력을 양성해 지역민들이 우수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경남CBS 이형탁 기자] tak@cbs.co.kr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