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 서야 성적 오른다며..학교서도 사라진 '투명의자' 체벌 동원하는 '관리형 독서실'
'지각하면 투명의자' '벌을 세워야 성적이 올라간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40대 여성 이지영(가명)씨는 지난달 고등학교 1학년 딸과 함께 동네에 있는 ㄱ독서실에 상담을 받으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상담실장이 이씨에게 독서실 ‘생활규정’을 보여줬는데, 규정에는 ‘지각을 하거나 3번 이상 졸 경우 투명의자(기마자세)를 2분간 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이씨가 “독서실에서 진짜 벌을 주는 거냐”고 묻자 상담실장은 “벌을 줘서 아이들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씨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요즘 학교에서도 지각한다고 ‘투명의자’ 벌을 주는 건 보지 못했다. 농담인 줄 알았다”며 “함께 간 딸도 ‘1970년대 학교를 보는 것 같다’며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단순히 학습 공간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출결과 학습계획, 학습상황 등을 챙기는 ‘관리형 독서실’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손들고 서 있기’와 ‘투명의자’ 같은 체벌까지 동원해 학생들을 스파르타식으로 훈육하는 업체까지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한겨레>가 입수한 ㄱ독서실의 ‘생활규정’을 보면, ‘15분 내 지각하면 투명의자 2분, 2시간 이상 지각하거나 이틀 연속 지각 시 손들고 투명의자 2분’, ‘자습시간 중 3번 이상 졸면 투명의자 2분’, ‘기록없이 화장실에 다녀올 경우 투명의자 2분’, ‘아파서 결석했어도 병원 증빙서류가 없으면 투명의자 2분’ 등의 체벌 규정이 기재돼 있다. ‘학생들이 조는 것을 허용하는 시간’을 오전과 오후 각각 20분씩으로 별도로 규정해두기도 했다. ㄱ독서실 상담실장은 규정에 대한 질문에 “벌을 받지 않으려면 규정을 지키면 된다”며 “1년 전까지는 ‘손들고 30분 서 있기’로 규정했다가 공부 시간을 한 번에 너무 많이 뺏긴다는 학부모들의 민원에 운동 효과도 있는 투명의자로 바꿨다. 고등학생의 좌석 100여석은 이미 다 찬 상태”라고 설명했다.
관리형 독서실은 10여년 전부터 강남과 노량진, 목동 등의 재수학원을 중심으로 활성화했다. 대부분의 관리형 독서실은 학생들이 입실하기 전 휴대전화를 걷고,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공부하게 하며, 자습시간에 이동하면 벌점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벌점이 쌓이면 퇴원시키기도 한다. 전국에 70여개 지점을 둔 ㅇ독서실의 경우 ‘휴대전화 미제출자는 금속 탐지기를 통한 검사를 비정기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담배 냄새, 향수, 일반 체취가 심할 경우 벌점’이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관리형 독서실인 ㄴ독서실에서는 “학부모가 원하면 학생이 공부하는 모습을 시시티브이(CCTV) 화면을 갈무리해 보내줄 수 있다”고도 했다. 분당구의 또 다른 관리형 독서실 누리집에 올라온 규정을 보면, ‘시시티브이가 있어서 (학생들의) 학습 진도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잠을 계속 자면 아이스팩을 준다’고도 나와 있다. 이 독서실의 경우 앞에 대기 인원이 120명가량이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은 관리형 독서실이 “공부량 극대화에 좋다”고 말한다. 대전에서 관리형 독서실을 1년 동안 다녔다는 김아무개(29)씨는 “의지박약이라서 가는 게 아니라 공부를 하겠다는 의지가 강해서 가는 것”이라며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지만 잠시라도 느슨해지는 틈을 누군가 잡아줘서 하나라도 더 많이 외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의 한 관리형 독서실에서 일하는 ㄷ씨는 “학생들이 등록할 때 ‘제대로 관리를 해달라’고 말하는 등 이왕이면 벌점을 칼같이 주면서 제대로 관리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배경내 청소년인권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개인의 생활패턴이나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요소를 분석해서 맞춤형 솔루션 제공하는 관리라면 의미가 있을 수 있겠지만, 체벌과 감시 등을 바탕으로 하는 형태는 그동안 우리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을 통제해온 방식을 그대로 독서실에 옮겨놓은 것”이라며 “인간에게 제공해도 되는 범위를 넘어서는 신체에 대한 과도한 통제, 폭력은 공교육이든 사교육 현장이든 허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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