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방문하는 분에게 꼭 권하고 싶은 자동차 박물관 – 프로토타입 (2)

지난 1부에서는 함부르크에 대한 간략한 소개, 그리고 자동차 박물관 프로토타입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타입 64(TYP 64)에 대한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최초의 포르쉐, 모든 포르쉐의 조상이라 불리는 차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은 작은 감동이기도 했는데요. 2부에서는 타입 64와 함께 어떤 차들이 또 전시돼 있는지 함께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박물관 입구 / 사진=이완

프로토타입 박물관은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흔히 만날 수 없는, 프로토타입에서만 볼 수 있는 자동차들이 여러 대 있기 때문에 방문객의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붉은색의 치시탈리아(Cisitalia) D46도 그중 하나라 할 수 있는데요.

치시탈리아 D46 / 사진=이완

1946년 등장한 레이스카 D46은 이탈리아 스포츠카 및 레이싱카 브랜드 치시탈리아가 생산한 것으로 앞서 소개한 타입 64의 오너 오토 마테의 것이었죠. 그런데 이 경주용 차는 독일 최고 레이서 중 한 명이었던 한스 슈툭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는 물론 은빛화살 시대에 아우토우니온의 대표 레이서였던 한스 슈툭은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레이서로 다시 활동하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나치 시대 스타 레이서에게 국제 대회 참여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때 그에게 오스트리아 레이서 자격증을 얻게 해준 사람이 오토 마테였습니다. 한스 슈툭은 1947년 독일 호켄하임링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게 되는데요. 자신에게 기회를 준 오토 마테에게 붉은색 치시탈리아 D46을 선물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D46 외에 또 시선을 잡아끈 것은 '조각 비행기'라는 별명으로 불린 오토 마테의 레이싱카 페첸플리거(Fetzenflieger)였습니다. 오토 마테는 1930년대 레이스에서 오른손이 마비되는 상처를 입습니다. 남들은 그의 레이싱 인생이 끝이 났다고 봤지만 그의 열정은 여기서 꺾이지 않았죠.

페첸플리거와 오토 마테 / 사진=포르쉐

1.5리터급 포르쉐 엔진이 들어간 페첸플리거를 타고 비포장도로 경기, 그리고 얼음 위에서 벌어지는 빙판 레이스 등에 참여했습니다. 특히 1956년 독일 첼암제(호수)에서 열린 빙판 레이스에서 4km 거리를 2분 36초 만에 주파하며 우승을 차지한 소식은 독일 전역으로 전해졌습니다.

3천 명의 관중이 지켜본 첼암제 레이싱에서 오토 마테는 스터드가 박혀 있는 타이어로 빙판 위를 달렸다. 그때의 페첸플리거가 박물관에 재현돼 있다 / 사진=이완

이 외에도 오토 마테가 소유하거나 직접 몰았던 자동차들, 윤활유 회사를 운영하며 홍보용으로 썼던 폭스바겐의 마이크로버스 '불리', 그리고 레이싱 당시의 여러 사진과 기념 소품들이 잘 정리돼 있습니다. 마치 박물관 속에 작은 박물관처럼 '오토 마테의 여러 흔적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인물이지만 독일과 오스트리아 자동차 역사에서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세상을 떠난 오스트리아 출신의 F1 챔피언 니키 라우다가 롤모델로 삼았던 오토 마테 / 사진=이완 

박물관 입구 바로 안쪽에는 유리 벽으로 막아 놓은 공간이 있는데요. 이곳에는 드 토마소의 포뮬러 주니어용 자동차와 718 RSK의 오리지널 차체가 전시돼 있습니다. 드 토마소는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이탈리아 모데나로 이민을 와 1959년 자신의 이름을 딴 자동차 회사를 세우는데요. 그는 F1 레이서가 되기를 꿈꾸던 이들을 위한 포뮬러 주니어용(F4 레벨에 해당) 레이싱카를 만들었습니다.

사진=이완

함께 전시 중인 도색 안 된 차체는 포르쉐 718 RSK의 것으로, 550을 이어 등장한 718 RSK는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 여러 대회 우승과 르망 내구 레이스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등, 포르쉐의 레이싱 역사를 성공적으로 이어간 자동차입니다. 이런 역사적 가치를 기념하기 위해 초기 오리지널 차체를 전시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참고로 박스터와 카이맨 앞에 붙은 718이라는 숫자는 이 오리지널 718에서 나온 것입니다.

더욱 다양한 자동차가 있는 전시 공간. 역시 중심은 포르쉐 자동차들 / 사진=이완 

오토 마테 주제의 첫 번째 공간을 빠져나오면 다양한 레코드카와 레이싱 자동차를 볼 수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파란색 포르쉐 356 카브리올레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포르쉐는 오스트리아에서 독일로 돌아오지만 당시 공장은 미군들이 점령한 상태였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오페라 디바에게 팔렸던 1951년형 포르쉐 356 클래저 카브리올레 / 사진=이완 

차를 만들 수 없는 상황에서 카로체리아(코치빌더)의 힘을 빌립니다. 포르쉐의 첫 양산 모델인 356 생산을 위해 글래저와 로이터 등에 차체 제작 및 조립을 맡긴 것이죠. 그 중 글래저는 약 250대의 356 카브리올레를 만들었습니다.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것은 이때 제작된 모델로, 현재는 20대만 남아 있다고 합니다. 희귀 356이라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슈마허가 몰았던 첫 F1 머신 / 사진=이완 

또 은회색 레이싱 자동차들 사이에 있는 녹색 F1 머신도 방문객들이 관심을 보였는데요. 독일을 대표하는 레이서 미하엘 슈마허가 탔던 첫 번째 F1 머신입니다. 미하엘 슈마허는 1991년 벨기에에 있는 스파 서킷에서 열린 대회에 출전하는 것으로 그의 F1 역사를 시작했습니다. 이때 '조던 그랑프리'라는 팀에 속해 있었죠. 그런데 데뷔의 감동도 잠깐, 녹색 머신은 불과 400m를 달린 후 클러치가 고장 났고, 슈마허는 그대로 탈락하고 맙니다. 결국 베테통으로 소속을 옮긴 후에야 완주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1951년에 만들어 4번의 기록을 세운 바 있는 NSU 월드레코드카와 토요타가 만든 F1을 위한 머신 프로토타입, 아우디 R8R LMP 프로토타입 등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또 험로 랠리를 위해 만든 폭스바겐 레이스 투아렉 3는 물론, 독특한 색상의 벤들러 포르쉐 W/RS-001 등과 같은, 여간해서는 보기 힘든 모델도 함께 전시돼 있습니다.

순서대로 NSU 월드레코드카, 아우디 R8R LMP 프로토타입, 레이스 투아렉 3 / 사진=이완 

벤들러는 가벼운 차체, 레이싱 카 바디 생산 전문 브랜드(코치빌더)로, 포르쉐 측에서 2도어 GT 레이싱 자동차에 대한 제작을 의뢰해 나온 것이 바로 W/RS-001이었습니다. 1.5리터 엔진에 출력은 135마력 수준이었지만 650kg의 가벼운 차체와 공기 역학의 구조 덕에 최고 속도는 228km/h에 다다랐습니다.

사진=이완
벤들러 포르쉐 W/RS-001 / 사진=이완 

또한 '오디오 박스'라는 작은 공간에서는 시대를 대표했던 슈퍼카와 레이싱 자동차의 생생한 주행 사운드를 온몸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자동차 전문 서적을 읽거나 자동차와 관련한 다양한 영상 자료를 검색해 볼 수 있는 곳도 마련돼 있습니다. 공간을 참 알차게 잘 활용한 전시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볼거리 가득한 2층에서 지하 1층으로 내려오게 되면 이전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전시실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포르쉐 911(991) GT3 RS, 356 A 스피드스터, 62년형 912 쿠페, 914 등은 물론, TV 드라마와 영화로 잘 알려진 '허비'와 마이크로버스 불리 등, 폭스바겐 모델이 함께 전시돼 있었습니다. 똑같은 차라도 어떤 분위기 속에 전시되어 있느냐에 따라 느낌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전시실은 주로 특별전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된다 / 사진=이완 

다시 아래로 내려가면 작은 공간의 전시실이 하나 더 나오는데요. 이곳에서는 과거 폭스바겐 공장과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옛 흑백 TV에서 나오는 영상을 통해서도 그때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지금과 비교하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실 전경 / 사진=이완
사진=이완

지금까지 2부에 걸쳐 박물관 프로토타입을 살펴봤습니다. 이곳은 문을 연 지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독일 북부의 대표적 자동차 박물관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습니다. 깔끔한 전시실 내부와 그곳에서 보게 되는 여러 희귀 자동차는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특히 복원된 포르쉐 타입 64를 비롯해 오토 마테의 여러 자동차를 볼 수 있다는 것은 프로토타입만의 경쟁력이 아닐까 합니다. 함부르크를 방문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 들려보시기 바랍니다.


글/이완(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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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기본 정보>

박물관명 : 프로토타입 (Prototyp)

브랜드명 : 프로토타입 박물관

국가명 : 독일

도시명 : 함부르크

위치 : Shanghaiallee 7, 20457 Hamburg

건립일 : 2008년

휴관일 : 연중무휴(12월 23~25일까지 휴관, 12월 31, 1월 1일 휴관)

이용시간 : 오전 10:00~ 오후 18:00

입장료 : 성인 10유로 , (4~14세) 어린이 4.50유로

홈페이지 : prototyp-hamburg.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