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프로젝트] 나도 드리프트 마스터가 될 수 있을까? ①편


우리 자동차 전문 기자들은 신차를 가장 먼저 접하고, 신차소개 또는 시승기를 통해 소비자에게 정보를 전달한다. 자동차 산업 전반을 진단할 수 있는 시야도 중요하고, 제품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운전실력’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총 6회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최종 목표는 ‘드리프트 마스터’. 과연 나도 드리프트 장인이 될 수 있을까?

글 강준기 기자
사진 BMW 그룹 코리아, 강준기
취재협조 BMW 드라이빙 센터( https://www.bmw-driving-center.co.kr)

“우물 안 개구리”

자동차 기자가 되기 전,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소문난 자동차 마니아였다. 남들보다 운전도 잘 했다. 하지만 차를 시승하고 평가하는 게 직업이 되다 보니, 나의 존재가 얼마나 초라한 지 새삼 깨달았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깐깐하고 냉정한 평가를 보며, 한 때 포털 사이트에 올라간 시승기를 읽고 “저 정도는 나도 하겠다”고 생각한 내가 바보 같았다.

통상 신차발표회 또는 시승행사에 가면, 수백여 개의 매체 소속 기자들이 참여한다. 시승의 경우 짧게는 1~2시간, 길게는 반나절 정도 진행한다. 짧은 시간인 만큼, 소비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선 머리털 쭈뼛 서는 감각과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절로 존경심이 드는 선배도 있고 참가에 의의를 두는 한심한 기자도 있다. 나도 그렇고.

시간을 쪼개 운전 실력을 높여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부족한 건 운전뿐만이 아니었다. 단순한 리뷰어가 아니기에, 신차의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역사 공부, 산업의 흐름 전반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야,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영어 원문 자료를 연구할 수 있는 외국어 능력 등 노력해야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결국 운전실력 향상은 계속해서 뒷전으로 밀려났다.

갈증을 느끼고 있던 찰나, 마침 BMW로부터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진행하는 ‘BMW 인증 프로그램’이다. 총 6명의 소수 인원을 그룹으로 짝지어, BMW가 운영하는 드라이빙 프로그램을 6회에 걸쳐 하나씩 이수하는 프로그램이다. 가속 및 제동, 언더스티어 및 오버스티어 컨트롤, 슬라럼, 드리프트 등 다양한 수업을 배우고 있다.

지난 5월 12일 시작해, 현재 2회 차까지 수료한 상태다. 첫 번째 교육은 이른바 BMW&MINI 스타터 팩이었다. 일반인도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들을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프로그램으로, 트랙 내 ①멀티플 ②다이내믹 ③서큘러(원 선회) ④가속 및 제동 ⑤핸들링 코스 등 다섯 가지 코스에서 각 구간에 대한 드라이빙 테크닉을 약 반나절 동안 익힐 수 있다.

함께한 파트너는 BMW 330i M 스포츠 패키지와 MINI 3도어 해치. 각각 뒷바퀴 굴림(FR)과 앞바퀴 굴림(FF)을 대표하는 교과서 같은 자동차다. 참고로 드라이빙 센터 안엔 양사의 다양한 모델이 즐비하다. 흉흉한 성능을 뽐내는 M 라인업과 육중한 덩치의 X 시리즈도 만날 수 있다. 먼저 30분간의 이론 교육을 통해 기초적인 부분부터 재정비에 들어갔다.

“전방 시야를 넓히자!”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사람은 공감하겠지만, 한국 도로에선 운전 시야가 좁아진다. 평균 속도 시속 30㎞ 안팎의 주행 환경에선 앞차와의 간격과 빠른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 이런 습관과 급한 성격이 독이 되고 말았다. 가령 장애물을 피하거나 언더스티어를 맞닥뜨릴 때, 시야를 넓혀 컨트롤해야 한다. 그러나 당황하기 바빠 접촉사고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1~2회 프로그램의 주 목적은 “시야를 넓히자”였다. 먼저 기본 조작방법을 익히기 위해 멀티플 코스로 이동했다. 파일런 사이를 요리조리 피하면서, 두 손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는 방법과 긴급제동 상황을 몸에 익혔다. 이를 통해 차의 거동에 따른 하중이동을 손과 엉덩이로 느꼈다. 하지만 한 손으로 ‘스르륵’ 돌리는 습관을 단 번에 고칠 수 있나.

“언더&오버스티어와 친해지자”

약 1시간가량 핸들링을 익히고, 다이내믹 코스로 이동했다. 물을 흥건하게 뿌린 노면 입구 바닥에 독특한 장치가 숨어 있다. 이른바 ‘킥-플레이트’다. 시속 40~60㎞로 달리다가 이곳을 지나가면, 이 장치가 뒷바퀴를 ‘툭’하고 친다. 차의 자세를 의도적으로 무너트려, 운전자가 거동을 추슬러야 하는 코스다. 오래 전, 눈길에서 스핀 한 경험이 있기에 사실 두려웠다.



먼저 시속 40㎞로 코스에 진입했다. 킥-플레이트가 순간적으로 뒷바퀴를 치자, 거동이 순식간에 무너진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요한 건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쳐다보자’였다. 통상 미끄러지는 순간엔, 돌아가는 상황에 집중한 나머지 시야가 극도로 좁아진다. 반면, 반복된 교육을 통해 차가 돌더라도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보고, 카운터 스티어링을 구사했다.

시속 60㎞로 높이자 난이도가 더욱 올라갔다. 더욱이 차가 왼쪽으로 돌지, 오른쪽으로 돌지 ‘랜덤’이었다. 카운터 스티어를 통해 차의 자세를 추스르고, 그 다음 차 1대가 지나갈 수 있는 분수 사이를 2번 통과해야 이수할 수 있었다. 서킷이 아닌 일반도로에서 무척 중요한 기술이었다. 약 한 시간 정도 반복적으로 습득하니, 두려움도 줄어들고 점점 자신감이 쌓였다.

“드리프트에 한 걸음씩 다가가다”

다음 코스는 더욱 심화 과정인 ‘원선회 구간’이었다. 이름처럼 달팽이 집 같은 거대한 원형 코스로, 역시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먼저 언더스티어 상황을 익히는 과정부터 출발했다. 언더스티어는 선회 시 차의 진입속도가 빨라 앞바퀴의 궤적이 크게 부풀어가는 현상이다. 이 상황에선 운전대를 더 꺾어도 말을 듣지 않는다. 일반도로라면 접촉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이다.

원선회 코스도 시속 40㎞로 시작해 서서히 속도를 높여갔다. 처음엔 코너 안쪽으로 매끈하게 돌 수 있었지만, 속도가 올라갈수록 궤적이 부풀고 운전자가 느끼는 중력도 부담을 더했다. 처음 언더스티어를 경험하는 순간, 정면을 바라봐 코스 바깥으로 계속해서 이탈했다. 그러나 반복된 교육을 통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응시했고, 가속 페달을 떼 하중을 앞바퀴에 몰았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궤적이 줄어든다. BMW 전문 인스트럭터와 무전기를 통해 1:1로 지시를 받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언더스티어 컨트롤에 자신감이 쌓였다. 그러나 더욱 까다로운 게 기다리고 있었다. 오버스티어다. 쉽게 설명하면 차의 진입속도가 빠르거나 미끄러운 노면을 지나갈 때, 뒷바퀴 하중이 희미해질 때 코너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는 현상이다.


두 번째 코스에서 연습한 상황의 심화 과정이었다. 이번엔 장비의 도움이 아닌, 내가 의도적으로 차의 거동을 무너트린 뒤 이를 수습해야 했다. 시작은 재미있었다. 오래 전 우리들을 열광케 한 만화 <이니셜 D>의 ‘관성 드리프트’와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우선 코너 바깥으로 운전대를 돌린 뒤, 다시 안쪽으로 빠르게 감으며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아 미끄러트렸다.

이 때, 다시 스티어링 휠을 반대 방향으로 ‘적당히’ 돌려 가며 가속 페달을 조절해 스핀을 억제하는 조작법을 익혔다. 타쿠미로 빙의해 멋지게 성공하고 싶었지만, 말이 쉽지 금세 미끄러지고 말았다. 또한, 운전대를 반대 방향으로 필요 이상 돌리자 차는 반대로 한 바퀴 더 돌았다. 일반 빗길에서 이런 상황을 경험하면, 뒤따라오는 차와 2차사고 경험하기 딱 좋다.


그러나 반복해서 안 될 건 없었다. 약 한 시간 이상 오버스티어를 경험하니, 몸이 먼저 요령을 터득해갔다. 미끄러지는 움직임만큼만 카운터 스티어를 치르고, 가속 페달을 여러 단계로 나눠 부드럽게 조작하니 내가 원하는 의도대로 차가 따라온다. 레이서가 되기 위한 서킷 테크닉이 아닌, 일반도로에서 쓸 수 있는 ‘비장의 기술’을 연마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과거 이러한 뒷바퀴 제어는 400마력 이상 뿜는 고성능 스포츠카에서만 체험할 수 있을 듯했다. 그러나 200마력 대 출력을 지닌 330i로도 충분했다. 50:50의 완벽에 가까운 앞뒤 무게배분, 운전대 조작에 따라 바로 반응하는 앞머리 때문이다. 특히 경쾌한 몸놀림은 MINI 쪽이 한 수 위였다. “아…이런 강의를 운전면허 교육기관에서도 해주면 얼마나 좋았을까…”

반나절 가량 지속한 교육으로 몸이 ‘너덜너덜’하다. 이제 시작이다. 3회 차부턴 오전 09:00부터 18:00까지 점심시간 빼고 트레이닝을 받는다. 이런 알토란같은 BMW의 프로그램을 국내에서, 그리고 아시아에서 우리나라만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꼭 BMW 오너가 아니어도 좋다. 오늘 경험한 ‘스타터팩’은 12만~15만 원에 이수할 수 있다.

운전을 좋아하는 바쁜 직장인이며, 꼭 함께 도전해봅시다!

-2부에서 계속 / <로드테스트> 영상 컨텐츠로도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