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차 이제 어떻게 하냐?” 최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얘기다. 기자가 여가용으로 갖고 있는 5등급 경유차에 정부의 수많은 운행 제한이 걸린 까닭. 그런데 막상 당사자로서 말하자면 생각보다 제약은 많지 않다. 5등급 경유차 운행 제한의 실상과 대책, 실제 소유주의 입장에서 가볍게 들여다봤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각 제조사, 관계부처

정부의 강력한 그물망
먼저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 제도 간략 소개부터. 맑은 공기를 위해 5등급 경유차를 옥죄는 정부의 그물망은 크게 세 가지다. ‘노후경유차 상시 운행제한’과 ‘비상 저감조치 운행제한,’ 그리고 ‘녹색교통진흥지역’이다. 여기에 최근 12~3월만 시행하는 계절관리제가 더해졌다.
이를 대표적인 특징만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이쯤 되면 거의 5등급 경유차는 사실상 그만 타란 얘기처럼 들린다. 4개나 되는 제도를 피해 가기 어려울뿐더러, 과태료도 상식을 넘어설 만큼 강력하다.
절벽으로 내몰린 5등급 경유차 차주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총 네 가지다. ‘조기 폐차 지원금 받고 폐차하기,’ ‘지원금 받아서 배출가스저감장치 달기,’ ‘지원금 받아 LPG 등 저공해 엔진으로 개조하기,’ 마지막으로 ‘그냥 타기’ 등이다.

실제 차주로서 겪어보니
기자의 5등급 경유차는 현대 갤로퍼2. 지금은 안타깝게도 ‘그냥 타기’로 버티고 있는 중이다. 나름대로 노력은 했다. 배출가스저감장치를 달고자 관계부처에 확인했고, LPG 저공해 엔진 개조도 알아봤다. 사실 폐차가 깔끔하지만 정든 차를 조금 더 타고 싶은 욕심에 선뜻 결정할 수 없었다.

그런데 폐차 말고는 할 수 있는 조치가 사실상 없는 수준이다. 일단 갤로퍼 2를 위한 배출가스저감장치 제품이 없어 개조가 불가하다. 그리고 디젤 엔진 LPG 개조는 조악한 내구성 때문에 이미 수많은 고장 사례가 보고된 상황. 지금은 배출가스저감장치가 나오길 기다리는 중이다.

막상 버텨보니 예상외로 정부의 노후 경유차 그물망이 아주 촘촘하진 않았다. 갤로퍼 2 차주로서 제대로 신경 써야할 조치는 오로지 미세먼지 심할 때만 발령하는 비상저감조치 운행 제한뿐이다. 핸드폰으로 비상저감조치 문자가 오면 그 다음날만 안 타면 된다. 그마저도 주말에는 단속하지 않는다.

나머지 조치는 모두 갤로퍼2와 상관없었다. ‘노후경유차상시제한’ 조치는 무려 365일간 빈틈없이 시행 중이지만, 총중량 2.5t 이상 경유차만 대상이다. 다행히 갤로퍼 2는 총중량 2,350㎏(9인승 수동)으로 대상이 아닌 데다가, 배출가스저감장치 제품이 없기에 혹여 2.5t을 넘더라도 단속을 하지 않는다.
서울 사대문 안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녹색교통진흥지역’ 역시 갤로퍼2를 저지하지 않았다. 배출가스저감장치를 달 수 없는 자동차이기 때문에 올해 말까지 사대문에 진입하더라도 예외 차종으로 인정해 과태료를 물리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최근 도입한 ‘계절관리제’는 5등급 경유차 단속 근거인 ‘미세먼지 특별법’이 국회를 넘어서질 못해 다른 제도는 시행 중임에도 5등급 경유차 단속만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갤로퍼2와 같은 개체가 얼마 남지 않은 자동차에 대한 단속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마찬가지다. 담당자는 “갤로퍼2는 차 자체가 얼마 남지 않았다. 업체도 수익성을 따져야 하기에 이런 차를 위한 배출가스저감장치를 개발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덕분에 지금 당장은 일반 차 타듯이 타고 있다. 그러나 마음이 편하진 않다. 지금은 허술하지만 앞으로 점점 정부의 제한이 촘촘해질 테며, 지구 환경을 생각하면 죄진 기분도 든다. 결국 그동안 공들여 관리해온 멀쩡한 자동차인데도, 나중에는 폐차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각지대에 놓였다
물론 이는 갤로퍼2를 비롯한 몇몇 차종에 국한한 이야기다. 실제 정부의 제한 조치는 매우 강력해 수도권을 주로 운행하는 5등급 경유차라면 일반적으로 타기 무척 어렵다. 실제로 배출가스저감장치 장착도 활발히 이루어졌으며, 조기 폐차 대수도 큰 폭으로 늘었다. 경기도의 경우 2019년 한 해 동안 5등급 경유차 등록대수가 40%나 줄었을 정도다.

갤로퍼2, 기아 레토나, 쌍용 무쏘와 같은 차들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셈. 폐차가 가장 말끔해 보이지만, 그 차가 멀쩡한 차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멀쩡한 차를 분해하는 데 따라 발생한 공해와 자원 낭비라는 사회적 문제가 뒤따른다. 사각지대에 방치된 자동차들의 선택지는 정녕 폐차밖에 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