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8일 10년 전 하늘길 막은 화산 폭발 [오래 전 '이날']

노정연 기자 2020. 4. 2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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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 합니다.

아이슬란드의 아이야프야플라예르쿠둘 화산에서 화산재 구름이 솟아오르고 있다. 2010년 5월17일 로이터연합뉴스

■2010년4월28일 도시 사라지고, 산 깎이고…“항공대란은 축에도 못끼어”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으로 항공산업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감염병 확산으로 너도나도 국경을 걸어잠그며 전 세계 항공편 운항이 크게 감소했는데요, 항공정보업체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전 세계 하늘길의 60%, 유럽은 90%가 끊겼다고 합니다.

10년 전에도 하늘길에 비상이 걸렸던 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화산 폭발 때문이었습니다.

2010년 4월14일 아이슬란드 아이야프야플라예르쿠둘 화산이 폭발하며 화산재 구름이 유럽 하늘을 뒤덮었습니다. 이 일로 유럽을 오가는 여행객 수백만명의 발이 묶인 것은 물론 항공편 수천대가 운항을 중지하는 등 약 47억달러(약 5조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화산의 폭발 강도를 나타내는 화산 폭발 지수(Volcanic Explosivity Index-VEI)로 따지만 아이야프야플라예르쿠둘 화산 폭발은 VEI ‘2’ 또는 ‘3’에 해당했습니다. 이 정도 강도는 매년 화산 폭발이 세계 어딘가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화산 폭발이 인류에게 막대한 영향을 준 사례는 과거에도 여럿 있었습니다. 10년 전 경향신문은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을 인용해 1700년 이래 발생한 대규모 화산 폭발들을 소개했습니다. 함께 살펴보시죠.

2010년 4월28일자 경향신문 27면 갈무리.

가장 ‘악명’ 높은 화산은 1815년 4월10일 인도네시아 솜바와섬 탐보라산에서 일어난 화산폭발입니다. 1000년에 한번 일어나는 무려 VEI 7의 강력한 폭발이었습니다, 이 폭발로 전 세계가 화산재로 뒤엎여 세계 연간 평균 기온이 섭씨 5도 이상 떨어졌다고 합니다. 역사는 “1816년의 여름은 없었다”는 기록을 남겼는데요, 이보다 더 무시무시한 기록은 바로 화산 폭발로 인한 인명피해입니다. 당시 직접적인 사망자 1만여명, 아사자 8만2000명 등 총 9만2000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18~19세기 네덜란드와 영국의 식민지였던 탐보라의 도시들은 단 4명의 생존자를 남긴 채 모든 것이 용암에 묻혀버렸습니다.

1883년 8월27일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섬에서 일어난 화산 폭발은 VEI 6의 강력한 화산 폭발이었습니다. 폭발음은 5000㎞ 떨어진 곳에서도 들을 수 있을 정도였고 화산재 구름이 2주동안 하늘을 뒤덮었습니다.

크라카타우섬 화산 폭발은 북미 대륙과 영국의 많은 예술가들의 작품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학자들은 노르웨이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1893년 작품 ‘절규’가 이 때 화산재 구름과 섞인 노을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20세기 들어 가장 큰 화산 폭발로 알려진 것은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남서쪽으로 약 460㎞ 떨어진 카트마이산에 있는 노바럽타 화산 폭발입니다. ‘노바럽타’라는 지명은 ‘새로운 폭발’ 뜻하는데요, 사흘 동안 발생한 카트마이산의 화산 폭발로 새로 생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1912년 6월6일 이곳에서 VEI 6의 폭발이 일어나 길이 3.2㎞ 깊이 4㎞의 분화구뿐만 아니라 계곡까지 만들어졌습니다. 1916년 미 지리학회의 로버트 그리그스는 이때 폭발로 인한 화산쇄설류에 의해 만들어진 계곡을 텐사우전드 스모크트 계곡(Valley of Ten Thousand Smoked)이라고 명명했다고 하네요.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에서 대규모 2차폭발이 있은 직후 클라크공군기지의 미군병사들이 화산재 연기 등이 뒤섞인 버섯모양의 거대한 구름을 지켜보고있다. 1991년 6월 12일 AFP

1991년 6월15일 VEI 6의 화산폭발이 또 한번 발생했습니다. 필리핀 루손섬의 피나투보 화산은 최소 500년 동안 아무런 화산활동이 관측되지 않았던 화산이었습니다. 당시 폭발로 화산재 구름이 35㎞ 상공까지 치솟았고 5㎦에 달하는 용암이 쏟아져나와 10㎞ 이상 흘러나갔다고 합니다. 화산재 구름이 12만5000㎦를 뒤엎으며 지구의 평균 온도를 0.5도 하락시켰습니다.

피나투보 화산 폭발은 이후 닥쳐온 태풍과 만나 더 큰 피해를 불렀는데요, 화산재와 대기 중 습기가 만나 지표면으로 떨어지면서 가옥들이 무너지는 바람에 900여명이 죽고 25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인근에 있던 미군 클라크 공근기지가 화산재에 뒤덮여 기능을 상실하면서 미군이 필리핀에서 철수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화산 활동이 휴면에 들어가면서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필리핀의 이색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아이슬란드의 ‘앵그리 시스터’ 화산은 과학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화산입니다. 앵그리 시스터는 아이야프야플라예르쿠둘 화산 인근에 있는 카틀라 화산과 헤클라 화산을 가르킵니다. 카톨라는 100년마다 평균 2차례씩 폭발을 했는데요, 마지막 폭발을 1918년에 있었습니다. 당시 폭발로 거대한 빙하 덩어리가 하늘로 치솟았고 유럽에 기상이변을 일으켰습니다. 헤클라 화산은 874년 이후 20번 이상의 화산 폭발이 있었는데요, 그로 인해 중세 시대에는 ‘지옥의 문’으로 통했습니다. 1755년 폭발에는 아이슬란드 주민의 4분의 1가량이 목숨을 잃었고 북미와 이집트에는 최악의 가뭄상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1821년 폭발했을 때에는 14개월 동안 꾸준히 용암과 화산재를 분출했다고 하니, ‘지옥의 문’이라는 별명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지구에서는 지금도 크고 작은 화산 폭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월에도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65㎞ 떨어진 따알 화산이 폭발해 인근 주민 4만5000명이 대피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도시가 사라지고 지형이 바뀌고 기상이변을 일으키고…화산 폭발이 부른 거대한 변화와 희생을 살펴보고 나니 10년 전 기사 제목처럼 ‘항공대란은 축에 못 끼는’ 작은 일처럼 느껴집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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