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순·애교·섹시 벗고.. 걸그룹, 스토리를 입다

권이선 2020. 3. 2. 21: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존 컨셉 탈피 무한 진화중 / 여자친구·이달의 소녀·로켓펀치·체리블렛.. 자신들 만의 세계관 정립 나서 / 나이·국가 넘어선 글로벌 팬덤 확장.. 강력한 퍼포먼스·음악적인 성장 담아

최근 컴백 대전을 벌이고 있는 걸그룹들의 모습이 달라졌다. 청순, 애교, 섹시라는 기존의 컨셉트를 벗어나 강렬한 퍼포먼스로 성 고정관념을 타파하거나 보이그룹의 전유물로 여겨 온 ‘세계관’을 구축해 음악 팬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걸그룹의 변화는 K팝 팬덤의 확장과 무관하지 않다. 기존 걸그룹들의 타깃은 10∼30대 남성 팬으로 한정돼 소녀·요정과 같은 프로토타입에 머물다 섹시 컨셉트로 넘어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유튜브 등의 플랫폼을 통해 성별은 물론 나이, 국가를 벗어난 K팝 팬들이 유입되면서 걸그룹 타깃도 다양해지고 그만큼 코어 팬덤을 탄탄히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즉, 일종의 복합 콘텐츠로서 스토리텔링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에따라 가요 기획사들은 기존 플랫폼 대신 걸그룹 전문 레이블을 만들어 걸그룹의 컨셉트를 다양화하고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달의 소녀
◆독특한 ‘세계관’으로 팬덤 형성…‘이달의 소녀’

3개 유닛이 모여 하나의 세계관을 완성하는 설정을 가진 이달의 소녀가 대표적이다.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의 레이블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소속인 이달의 소녀는 한 달에 한 명씩 새 멤버를 공개해 각각 지상계(1/3)·천상계(yyxy)·중간계(오드아이써클) 등 유닛들을 선보였다. 2016년부터 시작된 이 대규모 프로모션은 2018년이 돼서야 12명의 멤버가 ‘완전체’로 모일 수 있었다. 이 긴 시간 동안 이달의 소녀는 ‘루나버스’(LOONAVERSE)라는 세계관을 확립하며 팬덤을 탄탄히 다졌다.

이 같은 노력은 2011년 그룹 엑소로 아이돌에 세계관을 처음 불어넣은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프로듀서가 지난 5일 발매된 이달의 소녀 두 번째 미니 앨범 ‘#’(해시) 프로듀싱에 참여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이 프로듀서가 SM 이외의 가수 프로듀싱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달의 소녀가 SM 소속 그룹 ‘NCT 127’의 ‘체리밤’을 커버한 영상이 계기가 됐다. 타이틀곡 ‘소 왓(So What)’은 거친 가사와 격한 군무, 불이 타오르는 무대 컨셉트로 “세상이 정한 틀을 깨고 나와 자신을 표출하라”는 세계관의 깊이를 더했다.
여자친구
◆빅히트까지 가세한 ‘여자친구’

이 프로듀서가 이달의 소녀 앨범 제작에 뛰어들었다면,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여자친구 새 앨범에 가세했다. 여자친구를 매니지먼트하는 쏘스뮤직은 지난해 빅히트 레이블로 합류했다. 빅히트의 방탄소년단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K팝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간 대표 사례다. 빅히트는 이런 경험을 걸그룹에도 적용해 신선함을 꾀하며 스펙트럼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쏘스뮤직과 빅히트의 협업 첫 결과물인 지난달 3일 새 앨범 ‘회: 래버런스‘(回: LABYRINTH)는 발매 첫 주 5만3200여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데뷔 이래 최고 성적을 냈다. 또 타이틀곡 ‘교차로’(Crossroads) 뮤직비디오는 지난 앨범의 뮤직비디오들과도 연결되며 본격적인 성장 서사의 시작으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앨범 발매 전 공개한 역대 앨범의 세계관을 한데 모은 영상이 큰 주목을 받았다. 유리구슬로 상징되는 작은 능력을 지닌 소녀들의 이야기로 집약된 스토리를 중심으로 세계관을 성공적으로 구현하고 있다는 평이다. 그동안 여자친구는 ‘학교 3부작’을 통해 순수한 소녀의 감성을 대변하며 그룹의 정체성을 담았고, 이후 소녀의 성장을 노래하며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갖춰왔다. 소성진 쏘스뮤직 대표는 지난 4일 빅히트 회사설명회에 참석해 “본격적 성장 서사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걸그룹 명가, 걸그룹 1등 레이블이 목표”라고 밝혔다.

여자친구와 같은 날 컴백한 에버글로우 역시 새 앨범에 고유의 세계관을 담아냈다. 첫 미니앨범 ‘레미니선스(reminiscence)’에서는 “지구를 구하러 왔다”는 미래 여전사 컨셉트는 물론 강렬한 퍼포먼스와 음악적 성장을 담아냈다. 특히 타이틀곡 ‘던던(DUN DUN)’은 당당하고 주체적인 현대인의 모습을 대변하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활동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에버글로우는 ‘던던’ 뮤직비디오를 공개한 지 2주 만에 유튜브 조회수 7000만회를 돌파하는 성과를 냈다.
로켓펀치
◆강렬한 컨셉트로 변신한 걸그룹들
귀엽고 사랑스러운 컨셉트를 선보였던 로켓펀치와 체리블렛은 10대 소녀의 자유분방하고 당돌한 매력이 돋보이는 ‘틴크러시’로 변신해 돌아왔다. 지난달 10일 미니2집 ‘레드펀치’(RED PUNCH)를 발표한 로켓펀치는 강렬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팝 댄스 곡 ‘바운시’(BOUNCY)를 타이틀곡으로 삼았다. 멤버 소희는 컴백 쇼케이스에서 “‘빔밤붐’은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 같은 노래였다면, ‘바운시’는 세상을 향해 펀치를 날리겠다는 것을 선언하는 강렬한 곡”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대중의 반응도 좋다. 신곡 뮤직비디오는 공개 이틀 만에 1200만 뷰를 돌파했다. “세상에 펀치를 날리겠다”는 이들의 염원처럼, ‘바운시’는 아이튠즈 K팝 앨범 차트에서 미국·호주·홍콩 등 7개국 1위, 일본·아랍에미리트·영국 등 15개국 톱10에 진입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체리 블렛
최근 7인조로 개편한 체리블렛 역시 지난달 11일 발표한 첫 번째 디지털 싱글 ‘무릎을 탁 치고’(Hands Up)에서 화끈한 변화를 선보였다. 주변 시선에 신경쓰지 말고 분위기를 즐겨보자는 메시지를 담은 곡으로, 팀의 색 변화를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그 결과 발매 이틀 만에 영국·호주·아랍에미리트 3개 지역 K팝 차트 정상에 랭크됐고, 미국·캐나다·러시아에서도 톱3에 올랐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