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왕조' 주역들, '은퇴' 전병두를 추억하다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2016. 9. 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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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당시의 SK 전병두. 스포츠코리아 제공
SK 전병두.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KBO리그에서 헌신 혹은 혹사의 대명사로 통했던 SK의 좌완 투수 전병두(32)가 결국 은퇴를 택했다. 기나긴 재활에도 그의 몸상태는 끝내 정상으로 회복되지 못했다. 그와 함께 이른바 ‘SK왕조’ 시대를 구축했던 동료들은 그의 은퇴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전병두는 지난 8일 오전 구단을 통해 현역 은퇴를 발표했다. 그는 지난 2011 시즌이 끝난 뒤 왼쪽 어깨 회전근 수술을 받았고, 이후 5년간의 재활과정을 거쳤지만 그의 정식 1군 복귀는 결국 무산됐다. 특히 그는 올시즌이 마지막 재활기간이라 생각하고 더욱 이를 악물고 버텼지만, 몸은 그의 마음을 따라주지 않았다.

최근에는 1군 경기에 전혀 모습을 보이지 못했지만 전병두는 여전히 SK 팬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혀있는 선수다. 그는 2000년대 후반 SK의 중흥기, 이른바 ‘SK 왕조’를 이끌었던 주역이었기 때문.

지난 2008시즌 중반 KIA에서 SK로 트레이드 된 이후 전병두는 팀 내 최고의 전천후 투수로 각광 받았다. 특히 2010년 한국시리즈는 전병두를 이야기 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다. 당시 그는 한국시리즈에서 총 4차례 등판해 2승, 1홀드를 거두며 팀 우승의 1등 공신으로 자리매김했다.

전병두가 누렸던 영광의 순간으로부터 무려 6년이 흘렀지만, 그와 함께 영광을 함께했던 다수의 선수들은 이제는 어엿한 베테랑이 돼 여전히 SK에 남아 활약 중이다. 지난 8일 오후 전병두의 은퇴 소식이 전해진 직후에도 그와 함께했던 동료들은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넥센과의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타격 훈련을 마친 박정권이 눈에 띄었다. 그는 전병두의 이름을 듣자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탄식과 한숨을 한참이나 거듭하던 그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박정권은 “전병두와는 종종 전화로 안부를 주고받았다. 가끔씩 보는 사이이기도 했다”며 “은퇴 소식을 접하고 크게 놀랐고 한 편으로는 굉장히 안타까웠다. 지금 무슨 말을 해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 같아, 그 부분이 정말 아쉽다. 그래도 오늘(8일) 경기가 끝나면 당장 전화를 걸어 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SK의 주장을 맡으며 클럽하우스의 분위기를 이끌던 조동화 역시 전병두와 오랜 기간 동고동락한 사이다. 그가 생각하는 전병두는 어떤 선수이자 후배였을까. 그는 “최근에는 (전)병두가 2군에서 오랜 기간을 보냈지만 성실함 하나 만큼은 선수단 내에서 최고라고 생각한다”며 “사실 재활만 5년을 한다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10개 구단 현역 선수들 가운데 5년간 재활에 매진했던 선수는 아마 전병두가 유일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전병두는 아쉽게 현역 은퇴를 결정했지만, 조동화는 그가 이른 은퇴에도 불구하고 결코 폄하될 수 없는 후배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선수단 내에서 전병두는 언제나 귀감이 되는 선수로 유명하다. 언제나 희망을 잃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했던 선수라고 기억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아쉬움이 진한 은퇴지만, SK는 그를 위해 색다른 은퇴식을 준비했다. SK는 오는 10월 8일 안방에서 펼쳐지는 삼성과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전병두를 선발로 등판 시킬 예정이다. 팀에 헌신한 선수를 향한 구단의 마지막 예우인 셈.

조동화는 구단의 이 같은 결정을 적극 지지했다. 그는 “구단 창단(2000년)이래 최초로 마련된 은퇴 경기라고 들었다”며 “선수들이 전병두의 은퇴 경기를 보면서 분명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 물론 아쉬움이 큰 마무리 인 것은 사실이지만, 한 편으로는 이번 은퇴 경기가 그의 인생에서 영광스러운 한 페이지로 장식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전병두의 마지막 1군 경기를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싶다”라고 답했다.

전병두와 더불어 SK 계투진의 한 축을 담당했던 베테랑 투수 박정배 역시 전병두의 은퇴 소식을 듣고 가장 안타까워했던 인물 중 한 명. 지난 7일 인천 KIA전을 앞두고 1군에 콜업된 박정배는 가장 최근까지 전병두를 옆에서 지켜본 선수다.

게다가 박정배 역시 부상과 질긴 악연이 있는 선수. 지난 2014년에는 어깨 수술을 받고 1년간 재활에 매진했던 경험이 있다. 자신보다 더욱 상태가 나쁜 전병두의 모습을 직접 재활캠프에서 지켜보며 안쓰러웠을 그다.

박정배는 “사실 2,3년 전만 해도 아무렇지 않게 공을 던졌던 그의 모습이 기억난다. 순조롭게 복귀가 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재활이 끝났다고 생각되는 단계에서 매번 통증이 그를 찾아왔다. 정말 아까운 투수다”며 “보통 선수면 재활을 포기하고 선수를 일찌감치 그만 뒀을 것이다. 의지가 대단한 투수라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1군에서 말소돼 지난 7일까지 2군에서 지내던 박정배는 재활군에서 지내던 전병두와 출퇴근을 함께 했다. 박정배는 이 시기 전병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의 은퇴 결심을 직접 듣게 된 것도 이 시기였다.

박정배는 “2군에서 직접 (전)병두가 고민 끝에 현역 은퇴를 결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병두는 현역 은퇴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표했지만, 그가 지금 가장 고민하는 것은 은퇴 이후 자신의 진로다. 마음을 다잡고,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역시 지난 2014년 어깨 부상으로 인해 1년간 재활에 힘썼던 박희수 역시 전병두를 향해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그는 “다른 선수들보다 재활기간이 길었음에도 항상 남들 보다 더욱 열심히 훈련했던 선수가 바로 전병두였다”며 “정말 안타깝지만 워낙 성실한 친구이니 은퇴 이후 어느 분야에 가서도 잘 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팀을 위해 헌신했던 전병두는 헌신의 대가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치명상을 안았다. 그가 꿈꿨던 선수생활의 마무리는 결코 이런 마무리가 아니었을 것이다. 2003년 전병두가 프로에 발을 들였을 때만 하더라도 그가 아쉬움과 측은함이 먼저 앞서는 은퇴를 할 것이라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전병두와 함께한 동료들은 한 결 같이 그를 ‘밝고 성실한 선수’로 묘사했다. 그 때문일까. 그의 은퇴는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전병두가 현역 은퇴 이후 맞게 될 제 2의 인생에서는 이와 같은 아쉬운 좌절을 다시 겪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ljh5662@sportshankook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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