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의 고압적 외교.. 되살아나는 '대보단·만동묘의 망령'

박정경 기자 2016. 7. 26. 11: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동궐도에 그려진 대보단.

“中 반발한다” 사드 반대론자

‘21세기판 사대주의’ 지적

中 완력외교 자초했다 분석도

지난 24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 과정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윤병세 외교장관의 모두 발언 중 손사래를 치거나 턱을 괴는 등의 ‘고압적 태도’와 ‘외교적 결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왕 부장은 한·미 양국의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내 ‘중국이 한국을 여전히 속국(屬國)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국내에서는 ‘중국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 중국의 이 같은 완력 외교를 불러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대보단(大報檀)과 만동묘(萬東廟)를 세워 가면서 명나라를 떠받들고 스스로 작은 중국(小中華)이 되기를 열망했던 뿌리 깊은 조선의 중국 사대주의 망령이 자리 잡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선의 외교정책 원칙은 명나라를 높이는 ‘사대’와 일본을 비롯한 여진, 류큐(琉球·현 오키나와(沖繩)) 등 여타 국가와는 사이좋게 지내는 ‘교린’이었다. 조선 초기의 사대주의는 조선의 국체 유지와 안정을 위해 선택한 것이었지만, 조선 후기로 갈수록 조선 사대부들은 국가의 이익보다는 사대의 명분만을 중시하는 극단적 사대주의에 빠졌다. 이들은 임진왜란으로 나라를 잃을 위기의 조선을 명나라가 구해주었으니 명나라에 대한 은혜를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감은사상’에 심취했다. 1644년 명나라가 역사에서 사라졌지만 명나라의 은혜를 추모하고, 신종의 제사를 지내기 위한 대보단과 명나라 황제를 모시기 위한 만동묘를 각각 1681년과 1703년에 세웠다. 대보단은 1920년대까지 남아 있다가 1927년 일제가 그 자리에 신선원전을 건립하면서 사라졌다.

명 멸망 뒤에도 대보단과 만동묘까지 만들고 스스로 중국의 소국이 되길 바라며 명분만을 중시했던 뿌리 깊은 사대주의는 결국 조선 왕조의 몰락을 초래했다. 핵무기를 고도화하는 북한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친밀감을 과시하고, 북핵 방어무기인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서는 펄펄 뛰는 중국에 대해 우리 정부가 어떤 메시지를 보낼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 문화닷컴 바로가기 | 소설 서유기 | 모바일 웹]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