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Notch]⑤ IBM,"탄소나노튜브 칩으로 반도체 패러다임 바꾼다"

방성수 기자 2016. 11. 27.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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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연구자들이 드디어 탄소나노튜브(Carbon Nanotube·CNT)를 이용한 마이크로칩 생산의 비밀을 풀었다."(데일리 메일)
"실리콘 지배의 종말이 가까이 왔다. 탄소나노튜브가 마이크로칩 디자인을 혁신할 것이다."(와이어드)

탄소나노튜브는 탄소 6개가 속이 빈 실린더 모양으로 연결된 구조다. 물성이 우수해 실리콘 대체 물질로 각광받고 있다. /조선 DB

IBM 연구팀이 최근 탄소나노튜브의 제작 공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법을 찾았다고 발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IBM은 30억달러(3조6000억원)를 들여 차세대 탄소나노튜브 마이크로칩을 개발하고 있다.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마이크로칩이 실용화되면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초고성능 컴퓨터, 인지(cognitive) 컴퓨터, 구부러지거나(bendable) 몸 안에서 작동하는 컴퓨터(injectable computer) 등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암세포 저격용 나노머신, 군사용 또는 농업용 ‘스마트더스트 네트워크’ 등 산업 전반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한계 직면한 ‘무어의 법칙’… “실리콘 대체 물질 찾아라”

1965년 인텔 창업자인 고든 무어가 "마이크로칩 성능이 2년마다 두 배씩 늘어날 것(후일 18개월로 정정)"이란 '무어의 법칙을 제시했을 때 실제로 믿은 엔지니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50년 동안 반도체기술의 발전속도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집적도는 쑥쑥 향상됐고 가격은 뚝뚝 떨어졌다.

진공관을 대체한 트랜지스터, 트랜지스터를 집적한 작은 마이크로칩 덕분에 인류는 로켓을 쏘아 올리고 달과 화성 등 우주를 탐험할 수 있었다. 컴퓨터 혁명, 네트워크 혁명, IoT(사물인터넷), IoE(만물 인터넷), AI(인공지능) 시대로의 진입도 강력한 마이크로칩 없이는 불가능했다.

1971년 인텔이 출시한 마이크로칩 '인텔 4004'는 손가락 두 마디 크기에 트랜지스터 2300개를 집적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1945년 펜실베이니아 대학이 만든 진공관 컴퓨터(ENIAC)에는 1만7468개의 진공관이 사용됐다. 길이 30.5m, 높이 2.5m에 무게가 30t이었다. 아파트 두 채만한 크기였다.

2016년 현재 마이크로칩에는 트랜지스터 19억개가 집적돼 있다. 1971년보다 집적도가 82만배 늘었다. 미세 공정은 10나노(1나노=10억분의 1m)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디지털 혁명을 이끈 마이크로칩의 성능 개선은 한계에 도달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마이크로칩의 역사를 만들고 있는 인텔은 2014년부터 매년 최신 제품 출시를 연기하고 있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Brian Krzanich) 인텔 최고경영자는 "무어의 법칙이 무너졌다기 보다는 둔화된 것"이라고 완곡하게 말했지만 획기적인 성능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는 과학자들이 많다. 반도체 핵심물질인 실리콘의 물리적 특성을 뛰어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탄소나노튜브 가공 개념도. /사진=IBM, 그래픽=방성수 기자

실리콘은 10나노 수준에서 누설 전류가 발생하는 등 집적도를 높이는데 물리적 한계가 뚜렷하다. 그렇지 않아도 수십억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되면서 발열 처리가 고민인데 전류까지 새면 마이크로칩은 쓸모없어진다.

꿈의 2차원 나노물질… 사용처 무궁무진하지만 가공 어려워

과학자들은 그동안 그래핀, 흘린, 이황화몰리브덴, 탄소나노튜브 등 실리콘 대체 물질에 관심을 쏟았다. 탄소나노튜브는 가장 유력한 실리콘 대체 물질이다.

탄소나노튜브는 탄소 6개가 속빈 관(튜브·tube) 모양으로 연결된 구조다. 1991년 일본 NEC 연구소의 수미오 이지마(飯島澄男) 박사가 전자현미경으로 가늘고 긴 대롱 모양의 다중벽 구조로 된 물질을 관찰하는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수미오 이지마 박사는 이 공로로 2002년 미국의 벤자민 프랭클린 메달(화학)을 받았다.

탄소나노튜브는 굵기는 머리카락의 1만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철보다 단단하고 전기도 흐를 수 있고 표면적이 커 열도 더 많이 저장하는 ‘꿈의 소재’로 꼽혔다. 순식간에 수만편의 논문이 쏟아질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낙관적인 기대는 비관적인 전망으로 변했다. 탄소나노튜브의 사이즈, 즉 크기가 문제였다. 분자 수준에서 물질을 가공해 대량생산하려면 극복해야할 기술적인 난제가 너무 많았다.

실리콘 마이크로칩 제조 공정은 기판 위에 회로를 조각하는 방식으로 만드는데, 탄소나노튜브는 실리콘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미세 공정을 요구해 대량 생산이 어렵다.

IBM 연구소의 조지 튜엘브스기(George Tulevski) 박사는 "탄소나노튜브로 마이크로칩을 제조하는 것은 아주 작은 벽돌을 쌓아 거대한 자유의 여신상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작업"이라며 "아주 작은 탄소나노튜브들을 하나 하나 원하는 패턴으로 쌓기는 정말 어렵다"고 했다.

IBM "화학 반응 이용, 자연에서 수정이 자라는 방식과 유사”

탄소나노튜브는 분자 수준의 초미세 가공 공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대량생산을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기술적인 난제들이 많다. /사진=IBM

그렇다면 IBM 연구팀이 발견한 해법은 무엇일까? 튜엘브스기 박사는 “블럭을 하나 하나 쌓아가거나 실리콘처럼 조각하는 방식이 아니라 화학적인 방식을 통해 새로운 구조를 형성하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발상의 전환이라할 혁신은 자연의 가르침에서 나왔다. 조지 튜엘브스기 박사는 "우리 방법은 자연에서 배웠다. 자연에서 수정이 자라는 것과 유사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연은 (깎는 게 아니라 키우는) 방식으로 모든 것을 창조한다. 이게 바로 탄소나노튜브 칩을 이용한 대량생산 공정에서 우리가 찾지 못했던 조각이었다"고 했다.

데일리 메일은 "실리콘 칩 제조 공정이 돌덩이에 위인들의 가르침을 새겨 넣은 것이라면 IBM 방식은 화학물질이 탄소나노튜브를 특정 구조를 만들도록 촉진한다. 유기적인 방식으로 수정을 키우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IBM 연구팀은 "새롭게 개발된 탄소나노튜브 칩을 이용하면 현존 실리콘 칩보다 6~10배가량 빠른 칩을 제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리오 길(Dario Gil) IBM 과학·기술 담당 부사장은 “탄소나노튜브칩이 실용화되면 ‘무어의 법칙’의 수명이 더 길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탄소나노튜브 기술 속속 개발

와이어드는 "IBM 연구팀의 이번 성과는 작은 공간에 탄소나노튜브 트랜지스터를 집적하는 방법을 개발한 IBM 연구팀의 2015년 성공을 잇는 또 하나의 기술 혁신"이라며 “상업 제품 생산에 한발 더 다가섰다”고 평가했다.

탄소나노튜브 관련 기술 개발은 최근 속도를 내고 있다. 스탠퍼드대학 연구진은 2013년 탄소나노튜브 트랜지스터 기반한 컴퓨터를 제작해 공개했다. IBM은 무선신호 처리용 탄소나노튜브칩 제작에 성공했다.

특히 미국의 민간기업 ‘나노튜브 이미징(Nanotronics Imaging)’이 작년 4월 가상 현실(VR) 기술을 이용해 원자 수준의 물질을 관찰할 수 있는 현미경을 개발, 과학계를 놀라게 했다. 이 현미경은 미시현상을 관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나노제품의 가공과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제품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 회사는 온라인 결제 기업인 페이팔(PayPal), 빅데이터 기업인 팔란티어(Palantir)의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티엘(Peter Thiel)이 자금을 댔다.

지난 9월에는 미국 위스콘신-매디슨 대학 연구팀이 현존 실리콘 칩 속도를 능가하는 탄소나노튜브 트랜지스터를 개발,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마이크로칩 생산이 이론이 아닌 현실로 성큼 다가왔음을 알렸다.

탄소나노튜브 칩은 나노머신이나 ‘스마 더스트’ 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사진=조선 DB, 그래픽=방성수 기자

일본 후지쯔 반도체도 최근 미국 나노벤처기업인 ‘난테로’의 특허권을 구입, 탄소나노튜브에 기반한 비휘발성 메모리인 나노램(NRAM)을 2018년말부터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탄소나노튜브 칩 상업화에 한발 한발 다가서고 있다.

반도체 새 패러다임 열릴까?... ”IBM, 2020년 생산 목표”

과학자들은 탄소나노튜브 기술이 궤도에 오르면 실리콘 칩보다 최대 1000배 빠른 마이크로칩 제조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현존 실리콘칩 보다 전기를 훨씬 덜 먹으면서 더 효율적이고, 더 빠르고, 더 작은 마이크로칩이 개발되면 사용처는 무궁무진하다.

우선 스마트폰과 랩톱 컴퓨터 등 현재 사용 중인 컴퓨터의 성능이 훨씬 개선될 전망이다. 한창 개발 중인 구부러지는 컴퓨터, 초소형으로 인체안에서 작동하는 컴퓨터의 실용화를 앞당길 수 있다.

데일리 메일은 “터치스크린 디바이스, 방탄조끼, 태양광 패널, 자동차용 수소 연료 전지 성능도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량의 전기로 작동하는 극소형 마이크로칩이 개발되면 인간 몸 안의 특정 암세포를 골라 공격하는 나노머신 또는 스마트 더스트 기기에 이용할 수 있다.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의 상상이 현실화되고 질병 치료, 국방, 농업 분야의 새 장이 열린다.

과학 저널리스트인 케빈 머네인은 “배합(Mixture), 전기 저항, 배열(alignment) 등 3대 기술적 난제를 풀어야 하지만 탄소나노튜브 칩의 상품화는 임박한 현실”이라며 “IBM이 2020년쯤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키워드

스마트더스트(Smartdust)먼지만한 센서들을 대기 중에 뿌려 온도, 습도, 압력 등 물리 정보를 무선 네트워크로 전송하는 시스템 또는 극소형 로봇 등과 같은 작은 장치(Microelectromechanical systems·MEMS)로 구성된 시스템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크리스 피스터(Kris Pister) 교수가 1997년 1~2mm 크기의 초소형 센서를 개발한 뒤 ‘스마트더스트’라 명명했다. 티끌만한 크기지만 독자 컴퓨팅 능력, 양방향 무선통신 기능, 태양전지 등 자체 전력 공급장치를 탑재한다. ‘스마트더스트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상호통신과 정보교환도 가능하다. 국방, 농업, 의료 산업에 쓰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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