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재래시장

리빙센스 2016. 11. 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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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시장을 둘러보다 보면 오감이 즐겁다. 파리, 릴, 리옹으로 거처를 옮길 때마다 자연스럽게 단골 시장도 하나씩 생겼다.

프랑스에 와서 새로운 취미가 하나 생겼는데, 바로 장보기이다. 아니, 굳이 살 것이 없더라도 날씨 좋은 주말에 시장이 서면 꼭 가서 둘러본다. 대형 유통업체에서는 볼 수 없는 색색의 채소와 과일이 가득 쌓인 모습이나 고약한 냄새가 풍기는 치즈 진열대, 일요일이면 줄이 길게 늘어서는 정육점의 통닭구이 냄새, 상인들의 기운찬 인사…. 물론 프랑스 사람들이라고 대형 유통업체를 이용하지 않는 건 아니다. 프랑스만큼 대형 유통업이 발전한 나라도 없으니까(한때 우리나라에 진출했던 ‘까르푸’는 프랑스 기업이다). 그런데도 파리 시민들은 시장에 가는 오래된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근사하게 차려입은 파리 부녀자들이 장바구니를 들고 장 보는 모습은 상당히 이색적이다. 잠깐 대화를 나눠보면, 모든 물건을 꼭 시장에서 사는 단골들도 있지만, 대개는 특별한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시장 나들이를 온 사람들이다. 필자 역시 평소엔 근처 슈퍼마켓이나 대형 마트를 이용하지만 손님이 집에 오는 날이면 시장에 가는 습관이 생겼다. 특색 있는 시장 3곳을 소개한다. 현재 파리에서 식료품을 파는 시장은 82개나 된다. 이 중 가장 오래된 시장은 1615년에 문을 연 ‘앙팡 루주 시장(Marche′ des enfants rouges)’이다.

그대로 번역하면 ‘붉은 아이들의 시장’이라는 뜻인데, 당시 시장 옆 고아원의 아이들이 모두 붉은 망토를 입어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신선한 친환경 채소를 사기도 좋지만 파리에서 가장 유서 깊은 시장의 분위기를 즐기며 간단한 식사를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일식집, 모로코 레스토랑, 이탈리아 레스토랑, 대형 샌드위치 가게 등 다양한 음식점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식사 시간이면 관광객과 근처 주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다. 파리지앵의 시장 사랑이 얼마나 큰지 가늠하기 좋은 작지만 알찬 시장이다. 파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에펠탑을 배경으로 장을 보고 싶다면? ‘삭스브르퇴이 시장(Marche′ de Saxe-breteuil)’을 찾으면 된다. 파리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시장이다. 또 상류층 고객이 많은 시장이기도 하다. 평소엔 매우 고요하고 한적한 삭스애비뉴를 따라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 아침 7시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시장이 들어선다.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곳은 프랑스 북부에 위치한 도시 릴에 있는 ‘와젬 시장(Marche′ de Wazemmes)’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시장일 뿐만 아니라 2016년도 설문조사에서 프랑스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전형적인 아케이드형 시장으로 날씨가 좋을 때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햇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정육점과 치즈·생선 가게, 빵집 등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와젬 시장은 앞서 소개한 두 시장에 비해 매우 서민적이다. 아케이드 내부의 시장은 월요일을 빼고 매일 열리지만 매주 목·일요일에는 아케이드 주변에 시장이 들어선다. 이때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과 잡동사니가 가득하다. 프랑스 시장을 찾을 때마다 감탄하는 것은 바로 상인들의 태도에서 느껴지는 자부심이다. 단 한 번도 인상을 찌푸리는 상인을 본 적이 없다. 상인들은 자신이 파는 감자 한 알, 고기 한 점, 치즈 한 덩어리에 얽힌 이야기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 그러니 파리 시내를 산책하다가 시장을 발견한다면 꼭 한 번 들러보자. 관광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프랑스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고, 덤으로 입도 즐거워진다.

예술의 나라이지만 여전히 유럽 최고의 농업국인 프랑스는 상인들의 태도에서 자부심이 느껴진다. 자신이 판매하는 식재료에 대한 히스토리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 아, 프랑스 시장에서 장을 볼 때는 꼭 현금을 준비할 것!

INFO

삭스브르퇴이 시장 Marche′ de Saxe-Breteuil

Avenue de Saxe 75007 - Paris (매주 목·토요일)

앙팡 루주 시장 Marche′ des enfants rouges

39 Rue de Bretagne, 75003 Paris (월요일 휴무)

와젬 시장 Marche′ de Wazemmes

29 Place Nouvelle Aventure, 59000 Lille (월요일 휴무)

글쓴이 송민주 씨는…

통·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2년 전부터 프랑스 고등사회과학원(EHESS)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있다. (portraits de se′oul)의 저자이며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서로 다른 문화를 소개하는 일을 사랑한다.




기획 : 하은정 기자 | 사진 : 송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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