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경의 커피와 경제] (21) 커피 추출 방식의 변화와 에스프레소 머신의 발전

신혜경 전주기전대학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교수 2016. 11. 25.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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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음료를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말린 커피 씨를 볶고(roasting) 빻아 가루로 만들어(ground) 물에 우려(infuse) 내면 된다. 사람이 커피를 처음으로 음료로 만들어 마시기 시작한 이래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본질적으로 커피를 만드는 방법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이 단순하게 보이는 단계 하나하나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커피의 맛과 향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특히 20세기 초부터 최근 100년 동안 각 단계를 세부적으로 처리하는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이 단순한 과정이 몰라보게 복잡해졌다.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미국 가정에서는 인근 잡화점에서 벌크 제품으로 커피 생두를 사와 가정에서 직접 장작 난로에 프라이팬으로 로스팅하였다. 이렇게 로스팅된 커피 원두를 맷돌에 갈거나 절구통에서 빻아 그 가루를 물에 넣고 끓이는 식으로 커피를 우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최근 카페에서 많이 사용하는 자동식 에스프레소 머신.

커피 가루를 물에 직접 넣고 끓이다 보니 가루를 바닥에 가라 앉히기 위해 계란 흰자, 노른자와 껍질을 함께 넣어 끓이기도 하고 계란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대구 같은 생선이나 심지어 뱀장어 껍질을 넣어 끓이기도 하였다. 오늘날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20세기 초에도 미국의 가정에서는 여전히 가루를 물에 넣어 끓이는 식으로 커피를 우려 마셨으나 퍼콜레이터(percolator)가 등장하면서 가정에서도 커피를 간편하게 우릴 수 있게 되었다. 퍼콜레이터는 여과장치가 달린 커피포트를 말하는데 물이 끓으면 가운데의 유리관으로 끓는 물이 올라와서 커피가루에 뜨거운 물을 분사하는 과정을 반복하여 커피를 우려내는 기구이다.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완전자동방식의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

그러나 이러한 기구는 입에 맞지 않는 잡성분까지 함께 추출된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사용하는 물과 커피의 양에 따라 너무 약하게 추출되거나 강하게 추출되는 등 일정하지 않는 단점이 있다.

당시 유럽에서도 가정주부들 대다수가 가정에서 로스팅을 하였으나, 미국과 달리 커피를 물에 넣고 끓이기 보다는 주로 드립방식으로 추출하였다. 1908년에는 독일의 주부 멜리타 벤츠(Melitta Benz)가 양철컵의 바닥에 구멍 여러 개를 뚫고 여기에 압지를 대어 커피를 우려내는 드립 추출 방식을 개발하여 커피 브루잉에 일대 혁신을 일으켰다. 이 방식이 유럽 전역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그 유명한 멜리타 드리퍼가 탄생되었다.

슬레이어 에스프레소 머신. 추출 중 가변압기능과 유량조절이 가능하여 핸드드립으로 내린 듯한 향미 구현이 가능하다.

한편 이태리에서는 순간의 압력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새로운 에스프레소 방식이 인기를 끓었다. 에스프레소 방식은 미세하게 분쇄한 볶은 커피 분말 사이로 뜨거운 물을 고압으로 통과시켜 짧은 순간에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을 말한다.

수증기의 압력으로 짧은 순간에 커피를 추출하는 방법은 19세기에도 있었고, 1855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는 에두아르도 로이젤 산타이스(Edourard Loysel Santais)의 기계도 소개된 적도 있다. 그러나 최초의 상업용 에스프레소 기계는 1901년에 이탈리아인 루이지 베제라(Luigi Bezzera)가 발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스톤을 당겨서 추출하는 수동식 에스프레소 머신.

하지만 현재와 유사한 에스프레소 기계는 1904년 페르난도 일리(Fernando Illy)가 발명하였다. 1935년 프란체스코 일리(Francesco Illy)는 끓는 점까지 올라간 높은 온도의 물이 쓴맛을 강하게 추출하게 만들어 커피의 향미를 해칠 우려가 있음을 발견하고 물의 온도를 낮추고 증기압 대신 압축공기를 이용하여 추출하는 방식을 개발하였다.

그러나 스프링 방식으로 9기압 이상으로 압력을 올려 크레마(Crema, 에스프레소가 추출될 때 컵 맨 위에 생기는 얇은 크림층)를 생성하는 기계인 가지아(Achille Gaggia)는 1946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개발되었다.

산레모 오페라 에스프레소 머신. 온도 유지기능, 변수조절 기능, 가변압기능, 6가지 레시피저장 기능이 있으며 독립형 보일러 방식을 취하고 있다.

1952년에는 수압 시스템(피스톤의 상하부에 물이 유입되었다 빠졌다 하면서 추출 압력이 형성하는 형식)을 활용한 기계인 심발리(Cimbali)가 등장하였다. 그 후, 1960년 페마(Faema) E61이 탄생하면서 비로소 오늘날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전동펌프를 이용하여 뜨거운 물을 커피로 보내는 에스프레소 머신의 방식이 자리잡혔다.

에스프레소 기계는 작동 방식에 따라 그 종류를 구분할 수 있다.

시네소 하이드라 에스프레소 머신. 펌프를 강화하여 압력의 균일화를 추구하는 머신.

별도의 그라인더(원두를 분쇄하는 기기)로 분쇄한 커피가루를 기계의 포타필터(커피추출을 위해 커피가루를 담아두는 바스켓)에 담고 사람에 의해 피스톤을 잡아당겨서 추출 압력을 만드는 수동식 기계와 기계 속에 메모리칩을 장착하여 물의 양과 작동 방법을 셋팅할 수 있는 자동식 기계가 있다. 이때, 사람에 의해 시작과 끝을 on-off해야 하면 반자동식 기계이다.

호프(커피추출하기 위해 원두를 담아놓는 통)가 기계에 달려있어 이곳에 원두만 담아놓으면, 시작 버튼과 동시에 자동으로 원두를 분쇄하고 뜨거운 물을 투입시켜 추출해 내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스스로 해 내는 완전자동 기계도 있다. 오늘날 우리 주변의 커피 매장에서는 대부분 자동식 기계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에스프레소 기계에 숙달된 전문가의 솜씨가 더해지면 그윽한 풍미를 가진 최상의 커피를 추출해 낼 수 있게 된다. 머신을 이용하여 추출한 커피는 바리스타의 숙련도에 따라서, 즉 물의 양과 작동방법 등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향미의 차이가 날 수 있다. 이를 우려하여 최근 스타벅스와 같은 일부 커피 전문점에서는 자동 에스프레소 기계 대신 완전자동 기계로 교체하고 있는 곳도 있다.

진정한 에스프레소 기계의 가치는 원두의 엑기스만 순식간에 뽑아내는 ‘샷(shot)’에 있다. 주문과 동시에 짧은 시간(25초±5초)동안 고온의 물(90°c±2°c)을 이용하여 적은 양(25ml±5ml)을 빠르게 커피 원액을 추출하는데 이 원액이 바로 ‘샷’이다. 이 원액(약 30ml)을 흔히 에스프레소(Espresso)라고 부르고 있다. 중력의 8~10배에 달하는 높은 압력을 이용하여 사용 원두 고유의 향과 풍미가 최상의 상태로 발현되는 ‘샷’을 뽑아내어야 한다.

일체형보일러(일명, 열교환식 보일러라고도 한다. 사진 왼쪽)와 독립형 듀얼보일러(사진 오른쪽) 작동 원리. 일체형 보일러는 물을 데우는 보일러 속에 추출을 위한 추출보일러가 관통하고 있다. 물 보일러의 열에 의해 추출보일러의 온도는 영향을 받는다. 독립형 듀얼보일러는 물을 데워주는 보일러와 추출보일러가 따로 떼어져 가열된다.

흔히, 최상의 ‘샷’은, 크레마가 붉은 갈색(Reddish)을 띄며, 점성이 있으면서 부드럽게 늘어나고, 마셨을 때 입안에 들어오는 풍부함과 함께 신맛, 단맛, 쓴맛이 조화를 이루면서 부드럽게 목넘김이 된다. 이러한 ‘샷’을 이용하여 라떼, 카푸치노, 프라푸치노 등 무궁무진한 새로운 커피 음료의 메뉴를 개발하는 것이다.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각종 에스프레소 기계의 기본 원리는 동일하다. 그러나 커피 기계 업계는 최단 시간 내에 최상의 향미를 구현할 수 있는 커피 기계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를테면, 에스프레소 기계는 추출 온도와 내부의 물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시켜주어야 하므로 기계 내부에 보일러가 설치되어 있다. 예전에는 커피를 추출할 때 사용되는 물의 온도를 유지시켜주는 추출보일러와 물을 데우거나 고온의 증기(steam)를 만들어 내는 보일러를 일체형(열교환식)으로 결합시키는 방식이 유행하였다. 이러한 일체형 방식에서의 추출보일러는 물을 데우는 보일러의 온도에 영향을 받아 데워진다.

만약, 카페에 손님이 많아 데운 물을 많이 써버리는 경우, 물 보충으로 인하여 온도가 떨어지게 될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하여 추출보일러의 온도에까지 영향을 주게 된다. 결국 추출하는 커피의 향미는 원하는 만큼 구현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커피 기계 업체들은 일체형 보일러를 따로 분리하여 독립시켜 설치함(독립형 보일러 탄생)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였다.

또한 머신 업계들은 추출이 진행되는 동안 뽑아져 나오는 커피 성분의 다양한 현상들을 꾸준히 연구하여 커피 향미에 좀더 도움을 줄 수 있는 향상된 커피 머신을 매년 선보이고 있다. 추출하는 동안 변수조절기능, 변온기능, 가변압기능을 갖춘 기계가 보급되고 있고, 균일한 압력을 유지시키기 위한 펌프 성능을 향상시킨 기계도 개발되었다.

훌륭한 에스프레소는 좋은 품질의 커피와 날로 발전하는 기술이 적용된 에스프레소 기계 및 타협할 줄 모르는 바리스타의 완벽한 만남이 이루어져야만 비로소 성취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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