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집념으로 장기미제사건 해결..'그때 막내형사들'

2016. 11. 2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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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희·박장호 경위 특별승진
노원 가정주부살해사건 범인검거한 김응희 경감 (서울=연합뉴스) 이철성 경찰청장(왼쪽)이 28일 경찰청에서 1998년 서울 노원에서 발생한 가정주부 살해사건 범인 검거 유공자 김응희 경감(가운데)에게 표창을 수여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연합뉴스]

김응희·박장호 경위 특별승진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1. 18년 전인 1998년.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주부 A(당시 34세·여)씨가 성폭행당한 뒤 살해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김응희(52) 경위는 수사본부 막내 형사(당시 경장)였다.

경찰은 범인의 혈액형과 DNA, 은행 현금인출기에 찍힌 흐릿한 얼굴 사진 등 증거를 일부 확보했지만 결국 신원을 특정하지 못했다. 지금처럼 폐쇄회로(CC)TV가 발달하거나 DNA 데이터베이스(DB)가 구축되기 전이었다.

사건은 미제로 남았으나 김 경위는 사건을 한시도 머릿속에서 떠나 보내지 못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DB가 구축됐고, 2013년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으로 이 사건 공소시효도 연장됐다.

여러 경찰서를 거쳐 작년 1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전입한 김 경위는 '필생의 사건' 재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수사기록을 분석, 용의자 사진을 바탕으로 일단 비슷한 연령대의 유사수법 전과자 8천여명을 찾아냈다.

혈액형과 활동지역 등을 토대로 다시 한 번 용의자를 걸러 125명까지 범위를 좁혔다. 이들의 사진을 일일이 살펴보던 김 경위는 얼굴이 비슷한 오모(44)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그의 DNA를 확보해 18년 전 DNA와 대조했다.

국과수 감정 결과는 '일치'였다. 경찰은 거주지 인근 등에서 잠복한 끝에 오씨를 마침내 검거했다. 오씨는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2. 2001년 경기도 용인의 전원주택에서 한 대학 교수 부인 A씨(당시 55세)가 괴한의 흉기에 찔려 숨졌다. 경찰은 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다. 박장호 경위(53·현 용인 동부경찰서 강력2팀장)는 당시 수사팀 막내(경장)였다.

경찰은 사건 발생시간대 인근 기지국에 통화기록이 남은 사람과 피해자 주변인, 동일 수법 전과자 등 5천여명을 용의선상에 올려 수사를 벌였으나 단서를 찾지 못했다. 결국 사건은 2007년 2월 미제로 분류됐다.

용인 대학교수 부인 살해사건 범인검거한 박장호 경감 (서울=연합뉴스) 이철성 경찰청장(왼쪽)이 28일 경찰청에서 2001년 경기 용인에서 발생한 교수부인 살해사건의 범인 검거 유공자 박장호 경감(가운데)에게 표창을 수여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연합뉴스]

14년이 흘러 작년 7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살인사건 공소시효가 폐지됐다. 박 팀장은 평생 마음에 짐으로 얹혀 있던 이 사건을 반드시 해결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기록을 다시 꺼내 검토하는 등 재수사를 시작했다.

박 팀장은 당시 수사 대상자들의 알리바이를 살펴보던 중 김모(52)씨와 B(52)씨가 사건 발생시간대에 현장 주변에서 서로 통화한 기록이 있었고, 유사 범죄를 저지른 전력도 있다는 점에 주목해 이들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두 사람은 2001년 당시에는 서로 "사업상 아는 사이"라고 진술했지만, 올 3월 김씨는 재조사에서 "B씨와 모르는 사이"라며 말을 바꿨다. 경찰은 이를 거짓진술로 판단하고 수사의 고삐를 바짝 죄었다.

실제 두 사람은 범행 전 같은 교도소에서 복역해 서로 아는 사이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망이 좁혀 오자 공범 B씨는 올 8월 부인에게 범행을 실토하고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씨도 경찰의 추궁이 계속되자 결국 자백했다.

경찰청은 28일 김 경위와 박 경위를 경감으로 1계급 특진시키고, 두 사건 해결에 기여한 다른 5명에게는 경찰청장 표창을 수여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간이 흘러도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반드시 범인을 검거해 법의 심판을 받게 하겠다는 형사의 책임의식과 긍지를 보여줬다"며 "장기미제사건 기록과 증거물을 체계적으로 재분석해 사건을 해결한 모범사례"라고 말했다.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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