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르포]② 포스코의 '효자' 초고장력강 자동차강판

광양=윤민혁 기자 2016. 12. 28.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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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2 냉연공장의 라인 시작 지점에선 돌돌 말려진 검은색 열연강판이 제트엔진 같은 굉음을 뿜어내며 풀려나가고 있었다. 개당 1.4km 이상의 길이인 열연강판 코일이 분당 400m 속도로 눈 깜짝할 사이에 풀려나갔다. 크레인은 다음 열연강판 코일을 나르느라 빠르게 움직였다.

광양제철소 전경. /포스코 제공

광양제철소 제2 냉연공장에선 자동차용 초고장력(AHSS·Advanced High Strength Steel) 냉연강판(CR)을 만든다. AHSS는 일반 강판보다 무게가 10% 가볍지만 강도는 2배가량 높아 자동차 내판재와 외판재, 보강재 등에 주로 쓰인다. 지난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AHSS 채용 비율은 20%를 넘어섰고 북미·유럽지역에서는 35%대로 올라섰다.

AHSS가 주목받는 이유는 연비와 배기가스 기준 등으로 차량 경량화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강판의 무게가 10% 줄어들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5~8%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자동차강판 전문 제철소’다. 4개의 열연, 4개의 냉연 라인에서 고부가가치 전략 제품인 자동차강재, 고강도 열연 제품 등을 생산해 세계 30여곳의 자동차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현재 세계 800여개 철강회사 중 20곳 정도만 자동차 강판을 생산할 수 있다. 중국 등 신흥국의 도전에 직면한 한국 철강업계가 기술력으로 ‘비교우위'를 살릴 수 있는 분야가 자동차 강판이다.

포스코의 지난해 철강부문 총매출액은 44조8368억원이다. 이 중 31%인 13조8983억원이 냉연제품에서 나왔다. 지난해 자동차 강판 판매량은 870만톤으로 냉연강판 판매량 1100만톤의 79%에 달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 영업이익에서 자동차강판의 비중이 절반을 웃도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사업보고서에서 “일반 제품 대비 영업이익률이 높은 자동차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비중 확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완성된 자동차용 냉연강판. /포스코 제공

◆ 냉연공정, 열연의 녹을 제거해 더욱 얇고 강한 초고장력강으로

냉연강판(CR)은 CEM을 비롯한 열연공정에서 생산한 열연강판을 표면처리하고 더 얇게 눌러 만든다. 열연강판을 더 얇게 압연하는 공정이 산세냉간압연라인(PCM)이다. PCM을 거친 냉연강판은 연속소둔설비(CAL)로 투입돼 재질을 강화한 냉연강판(CR)이 되거나, 중간재의 형태로 아연도금강판설비(CGL)에 투입돼 도금강판(GA, GI)으로 재탄생한다.

광양제철소 제2 냉연공장에선 PCM과 CAL 설비가 연간 총 250만톤의 냉연강판을 만들어낸다. 실내로 들어서자 쇠 비린내가 코를 찌르며 설비가 뿜어내는 굉음에 대화를 나누기 힘들 정도였다. 냉연 생산공정의 시작인 PCM은 ‘두께압연’이다. 1.4mm~6mm 두께의 열연강판을 0.2mm 수준으로 얇게 만드는 과정이다.

열연강판을 냉연강판으로 압연하기 전에 염산, 황산 등을 사용해 화학적으로 녹을 제거하는 산세 과정을 거친다. 산세 과정을 거친 열연강판은 매끈한 은빛으로 변한다.

산세강판은 연속소둔설비(CAL)에서 재질압연에 들어간다. CAL공정부터 설비 크기가 비약적으로 커진다. 용접-산세-압연 과정을 거치는 PCM과 달리 CAL은 용접-전처리-소둔(퍼니스)-냉각-조질압연-후처리 등으로 복잡한 과정을 밟기 때문이다.

광양제철소 제2냉연공장 내부 모습. /포스코 제공

CAL에 들어간 산세강판은 먼저 압연유를 닦아내는 전처리 과정을 거친다. 박주은 2냉연공장 주니어매니저는 “압연유는 기름이기 때문에 비누칠하듯 깨끗이 닦아줘야 한다”고 했다.

소둔(퍼니스, Furnace)은 PCM에서 눌렸던 조직을 900도로 재가열해 쇠질을 ‘풀어주는’ 공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냉연강판은 조금 더 조밀한 조직을 갖춘다. 그다음은 냉각 과정이다. 물을 사용해 급속냉각하며 쇠를 담금질해 더욱 질기게 만든다.

냉각 과정에서 물에 닿아 산화된 녹을 후처리 공정에서 염산, 물, 니켈 등에 담가 제거하고 다듬질연압기(스킨패스밀)을 거쳐 표면을 다듬어 고객사가 원하는 질감을 만들어주면 전자제품 표면 등에서 볼 수 있는 반질반질한 은빛의 냉연강판(CR)이 탄생한다.

◆ 화장하듯 냉연에 아연을 도금하는 CGL 공정

차량 외부에 쓰이는 강판은 녹을 방지하기 위해 도금이 필수다. 일반 냉연강판은 연속용융아연도금라인(CGL·Continuous Galvanizing Line)을 거쳐 아연이 도금돼 부식되지 않는 자동차용강판이 된다.

CGL라인에서 도금을 마치고 다듬질압연 중인 도금강판. /포스코 제공

광양제철소 5·6CGL공장에서 초고장력(AHSS) 자동차강판에 아연도금을 입힌다. 5·6CGL에서 생산되는 아연도금강판은 크게 용융아연도금강판(GI)과 합그화용융아연도금강판(GA)로 나뉜다. GI는 아연으로만 도금한 강판이다. 미주, 유럽계 차동차에 많이 쓰이고 내식성이 좋다. GA는 아연과 철을 섞어 도금한다. 한국, 일본계 차량에 많이 쓰이며 용접성이 좋은 특성을 보인다. 김영백 5CGL공장 매니저는 “CGL공정은 화장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 다음으로 ‘징크포트’에서는 아연 등 도료를 화장품 같이 발라준다. 징크포트의 노출부에 다가가니 분당 140미터로 움직이는 철제가 은색 아연 연못에서 솟구치고 있었다. 기존 냉연강판이 광택 없는 은회색이라면, 아연이 발라진 도금강판은 거울처럼 매끈하다. 김 매니저는 “아연을 고르게 붙여 정교하게 합금화하는 것이 기술력”이라고 말했다.

아연을 칠한 도금강판은 세척 후 다듬질압연에서 표면을 다듬어 완성된다. 완성된 도금강판은 냉연강판보단 한층 밝은 은색을 띠지만, GI가 조금 더 밝고 GA는 어두운 편이다. GA는 합금화를 위해 한 번 더 ‘구워줘야’한다. 철분이 들어가기에 재가열 과정에서 색이 어두워진다.

◆ 세계 자동차강판 시장 10% 잡고 있는 포스코, 추가 투자로 ‘올인’

자동차강판은 포스코 전체 판매량의 25%를 차지한다. 세계 최대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 신일철주금은 자동차강판 판매 비중이 10~15%에 그친다.

완성된 고강도 자동차강판을 검사하는 모습. /포스코 제공

지난해 포스코의 자동차강판 생산량은 870만톤이다. 지난해 세계 자동차강판 수요량이 8100만톤 수준임을 고려할 때 세계 자동차강판 시장에서 포스코의 점유율은 10%를 넘는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AHSS 수요는 2015년 1200만톤에서 2020년 3700만톤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자동차강판의 연간 생산량을 2018년까지 1000만톤, 2020년까지 1200만톤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해 7월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상공정(고로 등 쇳물을 생산하는 공정) 투자는 지양하고, CGL(연속아연도금라인) 등 하공정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광양제철소에선 7번째 CGL공장 건설이 한창이다. 2017년 6월 준공 예정인 이 공장에서 연간 50만톤의 자동차용 AHSS를 추가 생산해 자동차강판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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