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릇·술 아닌 우리 문화 해외에 전파 한식 세계화에 전재산 쏟았지만 후회 안 해"

광주요, 화요 대표이사인 조태권 회장은 “한국에도 미슐랭 별점 받은 식당들이 나오면 한식 세계화는 크게 힘이 실릴 것”이라며 “우리 음식에는 우리 술이 있어야 한다고 여겨 화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한준호>
생활자기 업체인 광주요의 조태권 회장은 2007년 미국 와인 산업의 중심지인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 세계 부호들이 주목할 만한 잔치를 벌였다. 나파밸리 일대 와이너리 대표들, 와인 제조업자, 음식 담당 기자 등 60여명을 초대해 최고의 한식을 대접한 것이다. 나파밸리 최고의 와인을 곁들인 만찬이었다. 그는 이 행사를 위해 청자접시, 백자사발, 불고기 내열자기 등 식기 1000여점을 비행기에 싣고 갔다. 그뿐만이 아니다. 홍삼 달인 물 5ℓ, 닭 육수 15ℓ, 약초에 꿀을 넣고 60시간 끓인 약차까지 가져갔다. 경비만 1억6000만원, 1인당 270만원짜리 식사였다. 참석자들은 연신 ‘원더풀, 판타스틱’을 외쳤다. 조 회장은 “우리 한식도 세계 최고의 음식이 될 수 있다는 걸 세계 부호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며 “한식도 얼마든지 세계인의 입맛에 맞출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게 최고의 소득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회장이 대표로 있는 광주요, 화요(2005년 시판한 증류식 소주)가 지금껏 미국에서 대단한 실적을 거둔 것은 아니다. 나파밸리 행사를 치른 지 거의 10년이 다 됐지만 미국 시장 본격 진출도 못한 상태다. 플러스 실적은 고사하고 20여년 동안 그가 ‘한식 세계화’를 위해 쏟아부은 돈만 500억원이 넘는다. 그렇다고 그의 회사가 이 정도의 투자를 충분히 감내할 만큼 큰 회사도 아니다. 작년 광주요와 화요의 실적은 합쳐서 200억원 정도. 그는 고만고만한 중소기업 대표이면서 씀씀이는 대기업 오너 못지않았던 셈이다.
1988년 부친 타계 후 광주요를 물려받았지만 식기 고급화, 증류식 소주 개발 등에 쏟아부은 투자금이 워낙 많아 흑자 전환은 아직 요원하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미래에 대한 확신이 넘친다. “20여년간 우리 음식의 고급화, 세계화에 전 재산을 바쳤습니다. 오랫동안 뿌린 씨앗이 결실을 맺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도자기(광주요), 증류식 전통소주(화요) 사업 외에 조 회장이 하고 있는 외식업체인 한식 전문식당 ̒비체나̕에서 그를 만나 한식 세계화에 뛰어든 계기를 들어봤다.

2007년 나파밸리에서 조태권 회장이 우리 식기와 우리 음식으로 개최한 만찬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화요>
20년 넘게 ‘한식 세계화’라는 화두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저는 대우에서 8년 근무, 그리고 방산 수출 사업을 하다가 1988년에 가업이던 광주요를 이어받을 때까지만 해도 문화에는 문외한이었습니다. 그런데 도자기 수출을 모색하려고 해외를 다녀보니 식기와 음식, 술 그리고 이 모두를 아우르는 식당 등을 종합적으로 알지 못하고선 식기 수출이 어렵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결국 식기 사업도 문화 사업의 일환으로 접근해야 세계시장에서 먹힌다는 걸 알게 된 거죠. 나는 그릇 파는 사람이 아니라 문화를 전파하는 사람이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려고 문화, 역사 공부를 꾸준히 했습니다.”
도자기도 실생활에 쓰일 수 있도록 식기 위주로 만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광주요 제품은 서민들에게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입니다.
“문화는 속성상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 마련입니다. 서양에서 왕과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클래식 음악도 점차 대중 속으로 파고들지 않았습니까? 생활식기용 광주요는 고급화 전략을 쓰고 있지만 여러 다른 업체들이 저희를 모방하면서 다른 가격대 제품을 내놓아 도자기 식기 시장 전체는 풍성해지고 있습니다. 골프로 치자면 박세리 선수 혼자 잘하니까 수많은 ‘박세리 키즈’가 나중에 생겨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2005년 내놓은 증류식 소주인 화요도 처음에는 난관이 많지 않았습니까.
“제가 술 사업을 하게 된 것은 식기, 음식과 더불어 술이 삼위일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우리나라 주세법이 비싼 술에 불리한 종가세이기 때문에 사업성이 없다고 반대를 하더라고요. 그러나 주세법은 나중에 바뀔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우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종가세는 술 출고가격에 세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외국에서는 대부분 술 원가나 알코올 도수와 상관없이 판매량에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를 채택하고 있다).”
경기도 이천에 생산시설을 갖춘 화요는 한국 쌀 원액 100%와 지하 150m 암반층에서 채취한 깨끗한 물로 만든다. 우리나라 주류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희석식 소주와 맥주 원료 대부분이 수입 농산물인 데 반해 화요는 한국 땅에서 한국 농민들이 키운 한국 쌀로 빚는 전통 소주다. 그러나 화요는 오랫동안 판매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우선 가격이 일반 소주에 비해 비싼데다 ‘제조방식이 전통 증류식 소주 기법과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전통 주류업체들로부터도 외면당했다. 그러는 와중에서도 조 회장은 화요의 품질을 개선하고 상품 다양화에 적극 나서 점차 판매량을 늘려나가 작년에는 화요만으로 매출 100억원을 넘어섰다.
초반에 판매 부진을 겪던 화요가 매출을 크게 늘린 계기는 무엇인가요.
“군납이 화요 판매에 날개를 달아줬습니다.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을 만나 “나라의 안보를 지키는 우리 군이 어째서 우리 정신은 지키지 않느냐”고 제가 따졌습니다. 국방회관에 중식, 양식은 있는데 한식 전문식당이 없는 걸 제가 지적한거죠. 그래서 한식당이 생겼고 2013년부터 화요 군납을 시작했습니다. 장성급이 화요를 마시니까 점차 장교들도 마시고 장병들도 제대할 때 부모님 선물로 화요를 사면서 화요 대중화가 점차 이뤄진 겁니다.”
해외에서도 화요 반응이 있나요.
“2014년부터 면세점에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작년에는 영국 런던의 포트넘앤메이슨에 입점했고 미국, 유럽의 고급 한식당에는 화요가 대부분의 술 리스트에 올라져 있습니다. 홍콩 포시즌스호텔의 딤섬 전문 식당은 미슐랭 3스타인데 광주요 식기와 화요 술을 쓰고 있습니다. 런던과 홍콩에 있는 고급 한식당 ‘진주’는 와인보다 화요가 더 잘 나간다고 하더군요.”
종가세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주세법은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십니까.
“현행 주세법(종가세)은 저가의 원료를 사용한 저급주 양산에 매우 유리한 환경입니다. 서민들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술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20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악법입니다.
또 우리 술의 고급화·다양화·국제화에도 큰 걸림돌입니다. 하루빨리 종량세로 전환돼 우리 술의 품질 경쟁을 유도해, 우리 술의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에도 기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광주요가 피겨 여왕 김연아와 협업해 만든 유나 라인 식기.

정부 차원에서 주세법을 개정할 가능성이 있나요.
“여러 번 정부에 탄원서까지 냈지만 ‘주세법을 개정하면 서민들이 주로 마시는 술값이 올라가기 때문에 어렵다,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판에 박힌 대답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6월에 박 대통령께 직접 말씀드릴 기회가 있었습니다. 전국의 문화원장들을 초청한 자리였습니다. (그는 서울 성북문화원장을 맡고 있다) 그 자리에서 제가 말씀드렸죠. ‘문화를 창조의 근본으로 삼아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높이는 게 창조경제, 문화융성이 아니냐’고. 맞다고 하시길래 ‘창조경제 하자면서 왜 술은 예외로 하느냐’고 말씀드렸더니 ‘소주는 서민 술이기 때문에 단번에 주세법 개정은 어렵지만 단계적으로 풀겠다. 궁극적으로는 종량세로 바꾸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자리에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있었어요. 당장은 아니지만 주세법 개정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화요뿐 아니라 품질 경쟁력 있는 전통주가 활로를 찾게 되는 셈입니다.”
그런데 왜 화요는 전통 주류업체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나요.
“재래식 증류식 소주와 화요가 다른 점이 감압 증류 방식을 택했다는 겁니다. 물이 1기압하에서는 100도에서 끓지만 기압을 낮출수록 더 낮은 온도에서 끓는 방식을 이용한 게 화요의 감압 증류 방식입니다. 이럴 경우 재래식 상압 증류 방식으로는 잡아내기 어려운 잡냄새와 쓴맛을 제거해 맑은 소주를 제대로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대량생산도 가능하게 됩니다. 하지만 전통술업체들은 ‘전통적 증류식 소주 제조법과는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화요를 폄하하고 있으니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전통술 제조 과정을 보고 싶다는 외국 손님들을 우리 화요 공장으로 모시고 옵니다. 아니, 우리 화요를 전통술로 인정해주지도 않으면서 전통술 제조 과정을 보고 싶다는 외국 손님이 오면 다른 곳은 다 제쳐놓고 우리 공장 견학을 시키는 게 얼마나 이율배반적 행동입니까.”
대우에서 8년 근무하셨는데 김우중 전 회장과 각별한 인연이 있습니까.
“경기중학교 선배인 김 회장님은 저로 하여금 세계화에 눈뜨게 해주신 분입니다. 대우가 신사업을 할 때마다 그 프로젝트를 제게 맡기셨어요. 덕분에 대우에 근무하는 동안 108개국을 돌아다녔습니다. 지금 제가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하는 근간은 대우 근무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봅니다. 지난 6월 어느 상가에서 김 회장님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여러 사람들에게서 너 사업 잘한다는 얘기 많이 들었다. 계속 열심히 해라’고 격려도 해주셨어요. 김 회장님은 제게 가장 큰 스승입니다.”
최근 셰프가 주역을 맡는 음식 프로그램이 대세입니다. 우리 음식의 세계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보시는지요.
“물론입니다. 매우 긍정적으로 봅니다. 제가 2003년 한식당 ‘가온’을 시작할 때 처음으로 한식 셰프를 등장시켰습니다. 주방을 오픈 키친으로 바꾸고 셰프를 임원으로 승진시켜 손님들과 소통하도록 했습니다. 그전에는 한식당에 셰프는 없었습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요리사 프로그램이 인기입니다. 요즘 한국에도 ‘쿡방’이 뜨고 있는 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특히 올 연말에 국내 식당을 대상으로 한 미슐랭 조사 결과가 나오면 전체적으로 한국 식당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미슐랭 조사 결과가 국내 외식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봅니까.
“이명박 정부하에서 정부 주도로 한식 세계화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저는 한식 세계화는 찬성하지만 이를 정부 주도로 하는 것은 반대해왔습니다. 이번에 미슐랭이 한국을 대상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힌 점은 크게 환영합니다. 한식 고급화, 세계화는 민간이 주도해야 합니다. 이는 정부 예산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닙니다. 특히 사고가 경직돼 있는 공무원들이 나서서 될 일이 결코 아닙니다. 아무튼 이번에 미슐랭 별점을 받는 국내 식당이 몇 등장하면 국내 외식 산업계에 큰 활력으로 작용할 것이고, 외국에서 한국 식당을 보는 시선도 크게 달라질 겁니다. 내수경기 진작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현재 우리나라 외식 산업 규모가 80조원 수준인데 5년 이내에 두 배로 커질 겁니다. 몇 년 후가 될지는 모르지만 300조원까지는 간다고 봅니다.”
한식 세계화의 비전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현재 아시아 인구가 27억명입니다. 이 중 1000만명이 한 달에 한 번 우리 음식을 먹는다고 칩시다. 그럼 1년에 1억2000만명이 우리 음식을 먹는 셈이죠. 한 끼 음식 단가를 30달러로 치더라도 연간 3조가 넘습니다. 연간 1억명이 한식을 먹게 되면 탄력을 받아 20억명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엄청난 산업이 됩니다. 우리 후세대가 먹고살 수 있는 다양한 가치의 먹거리가 생길 수 있는 토대가 생기는 겁니다. 올 연말에 미슐랭 3스타 식당이 한국에 탄생한다면 20년 안에 전 세계 미슐랭 스타 셰프 절반이 한국에서 일할 것으로 봅니다. 우린 그만한 저력이 있습니다. 저는 2003년에 식당 ‘가온’을 시작하면서 이미 미슐랭 스타의 가치를 예상하고 한식 세계화를 준비해왔습니다. 그동안 적지 않은 돈을 한식 세계화에 쏟아부었지만, 그 결실을 제가 보지 못하더라도 후대에 여러 사람들이 그 혜택을 누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 조태권
미국 미주리대, 전 대우 그리스 지사장, 성북문화원장
| keyword 종량세(從量稅)와 종가세(從價稅) 종량세란 공장출고 시의 술의 양(1㎘)에 대해 일정한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주정(酒精)에 대한 세금 부과방법이다. 종가세란 공장출고시의 원가에 일정한 세율(10~72%까지)을 곱해 부과하는 세금으로, 주정을 제외한 모든 술에 대해 부과한다. 우리나라는 종가세를 채택하고 있는데, 원가뿐 아니라 패키지와 영업비용까지 포함한 금액에 세금을 부과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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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us point 화요의 5大 제품 2005년 조태권 회장이 화요를 세상에 내놓았을 때 경쟁 상대로 여긴 주종은 보드카였다. 보드카는 증류식 소주처럼 무색 증류주이고 각종 칵테일의 베이스 술로 전 세계적으로 대중성이 있기 때문이다. 화요는 처음부터 국내가 아닌 해외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술이었다. 론칭 당시 41도, 25도 두 종류이던 화요는 현재 다섯 가지 제품군으로 구성돼 있다. 놀라운 것은 이들 ‘독수리 5형제’모두 국내가 아닌 해외 제품군을 염두에 두고 알코올 도수를 정했다는 사실이다. 가장 도수가 낮은 화요 17도는 일본의 사케를 잠재적 경쟁 상대로 삼고 만들었다. 또 25도는 일본 소주, 41도 화요는 보드카, 대부분 무색인 제품군과 달리 금빛인 엑스 프리미엄(X.Premium) 화요는 위스키·코냑을 상대로, 가장 도수가 높은 53도는 중국 백주를 겨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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